- 학생들 문제집 재구매 심기일전

- 학원가선 특강·무료 모의고사 

- 오늘부터 고교 대부분 정상수업

“잔뜩 긴장하고 있었는데 일주일 더 준비하려니 부담이 크게 밀려옵니다.”

지난 15일 오후 발생한 경북 포항 지진으로 시험 하루 전날 수학능력시험(수능)이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고3생과 재수생 등 수험생들은 16일 ‘멘붕’ 상태에서 새로운 일주일을 시작했다. 수험생들은 전날의 충격에서 빨리 벗어나려는 듯 대부분 이날 아침 일찍 도서관이나 학원으로 가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았다. 

부산지역 고등학교는 애초 수능이 예정됐던 이날 휴업했다. 이에 따라 수능을 준비하던 학생들은 허탈한 마음을 부여잡고 학원이나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해운대구 A고 이모(19) 양은 “수능 연기가 발표된 후 전에 다니던 학원에서 무료로 모의고사를 치를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아 긴장감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원에 갔다”며 “어제 수능이 연기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친구들이 우는 모습을 보며 나도 불안했지만 오히려 남은 시간 동안 조금 더 점수를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말했다. 

서구 B고 차모(19) 양은 “수능일에 맞춰 모든 컨디션을 조절했는데 연기 결정을 듣고 그야말로 멘털이 조각난 상태라 점심때까지 실컷 자고 집 근처 독서실로 향했다”며 “학원 다니는 친구는 어제 연기 발표가 나자마자 학원에 바로 달려갔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 학생들은 학교의 전통에 따라 혹은 미리 정리하는 차원에서 교과서와 문제집을 수능 예정일 이전에 폐기 처분하면서 일주일간 공부할 새로운 문제집을 구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수시모집에서 사실상 입학이 결정된 김모(19) 군은 “휴업이라 모처럼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며 “수능 결과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아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말했다. 경남고 고3 담임인 조국희 교사는 “수시모집으로 이미 갈 대학이 확정된 일부 학생을 제외하고 수능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학생들은 수능이 연기되면서 허탈감이 크다”며 “내일부터는 정상수업으로 돌아가고 원하는 학생들이 야간학습을 할 수 있도록 별도 공간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부산지역 고등학교는 대부분 17일부터 정상수업을 진행한다.

재수생들은 한 번 이상 수능을 겪어봤던 만큼 혼란은 덜한 분위기다. 학원가는 일주일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특강수업을 배치하는 등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김윤수 자이스토리 부산본원 평가이사는 “수능 연기가 발표되자마자 학생들에게 학원 정상 개강 문자를 돌렸더니 오늘 오전 9시 이전부터 평소처럼 학생들이 학원을 찾고 있다”며 “오히려 한 번 겪은 재수생이 심리 싸움에서는 유리할 수 있으니 동요하지 말라고 다독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수능일이 연기됐지만 수험표 전체 재발급은 이뤄지지 않는다. 교육부는 수험생들은 이미 발부받은 수험표를 잘 보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