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 올해 논의 불가 의사 밝혀
- 개정 요구 사측과 마찰 불가피

업무 중 사망한 조합원 자녀의 특별채용 등을 담은 단협 조항을 놓고 현대자동차 노사 간 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다음 달 시작할 예정인 올해 임단협과 관련해 "자율 시정 권고를 받은 단협 조항을 시정하지 않고 원래대로 유지하겠다"고 9일 밝혔다. 노조는 또 최근 발행한 소식지에서도 '시정 권고를 받은 단협 조항은 올해 임단협에서 절대로 논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조가 시정은 물론 논의할 수 없다고 재삼 강조한 자율시정 권고 조항은 현대차 노사의 단협 중 '제97조 우선 채용' 조항을 말한다. 이 조항은 '회사는 조합원이 업무상 사망했거나 6급 이상의 장해로 퇴직할 경우 직계가족 또는 배우자 중 1인에 대해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6개월 이내 특별 채용하도록 한다'를 내용으로 한다.

고용부는 지난해 이 조항이 "공정한 취업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물론 노동시장 내 격차 확대와 고용구조 악화를 초래한다"며 노사가 자율 시정토록 했다. 고용부는 이 외에도 현대차 단협 조항 가운데 '제1조 유일 교섭단체다'라고 적시한 부분을 시정하도록 권고했다. 이 내용은 현 노조가 전 조합원을 대표해 임금 및 단체협약, 기타사항에 대해 교섭하는 유일한 교섭단체임을 뜻한다. 고용부는 현재 복수노조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유일한 교섭단체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조합의 요청이 있으면 회사 시설물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제11조 노조 운영비 원조 조항도 시정권고 대상이다.

회사 측은 이미 지난해 협상 때부터 이 같은 위법·불합리한 단협 조항 개정을 논의하자고 노조에 요구했다.

하지만 노조는 이 조항들을 협상 테이블에 상정하는 것조차 외면해 아예 논의도 못 해본 상태다. 노조는 올해도 회사가 이 조항들을 교섭 테이블에 올릴 것을 예상해 미리 이 같은 선수를 친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가 지난해 3월 사측에 단협 자율시정을 권고한 데 이어 12월에는 노동위원회에 시정명령 의결 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노동위가 시정명령을 의결하면 고용부는 강제 시정명령을 내리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사측은 고용부가 시정 권고한 이들 조항을 지난해에는 실제 적용하지 않았지만 올해 교섭에서는 주요 의제로 내세울 공산이 큰 것으로 알려져 노사 간 공방과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