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지 영주고가교 기준으로 설정
- 동구 환영…중구 "수용 불가"
- 23일 재협의, 헌재 갈 가능성

부산시가 북항 재개발 매립지(153만 2419㎡)의 핵심시설인 오페라하우스를 동구에 편입하는 내용의 행정구역 경계 중재안을 내놓자 중구의 반발이 거세다.

부산시는 19일 북항 매립지 경계구역 조정안을 중·동구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조정안에 따르면 두 자치단체가 가장 욕심을 냈던 해양문화지구(오페라하우스 예정지 포함) 전체와 IT·영상지구의 약 70%가 동구에 편입된다. 중구는 IT·영상지구 30%와 마리나지구를 관할 할 수 있다.

부산시는 대법원 판례와 지구단위계획 관리의 효율성을 고려해 조정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중·동구의 육지부 경계인 영주고가교 끝 지점에서 중구 쪽으로 약 170m까지가 예전부터 동구에 속했던 점을 고려해 경계를 설정했다고 덧붙였다.

조정안을 받아든 동구는 "유동인구 유인 효과가 큰 해양문화지구를 편입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반면 중구는 조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구는 몇 해 전부터 자갈치시장·용두산공원·광복로와 오페라하우스를 연계한 관광 패키지 사업을 구상해 왔다. 그 화룡점정인 오페라하우스가 동구로 넘어갈 경우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구 측은 "현재의 부산시 조정안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행정구역 경계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두 차례 열린 실무회의에서 중·동구의 부구청장은 서로 더 많은 땅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구는 부산시 조정안과 유사하게 영주고가도로 연장선에서 북항 매립지 해양문화지구 내 수로를 따라 경계를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구는 해양문화지구 전체를 관할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중구와 동구가 북항 매립지 경계를 합의하지 못하면 부산시·부산항만공사·부산지방해양수산청의 행정협의회가 경계조정을 중재하게 된다. 중·동구가 오페라하우스만큼은 끝까지 사수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북항 매립지 경계구역 결정은 헌법재판소에서 판가름이 날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 간다고 두 자치단체가 만족할 만한 결정이 나오는 건 아니다"며 "시간이 지체될수록 북항 입주사들이 손해를 보고 중·동구도 실익이 없는 만큼 이른 시일 내에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시는 오는 23일 3차 실무회의를 갖고 다시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