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4시 체조 후 백사장 투입
- 손으로 술병·담배꽁초 등 수거
- 컵라면·떡볶이 국물 처리 난감
- 10분 만에 포기하고 싶다 생각
- 청소 중인데도 술판·쓰레기 투기
- 일부 몰상식 행동에 화 치밀어

여름 성수기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은 두 얼굴이다. 낮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여름 휴양지다. 그런데 밤만 되면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전락한다. 12만㎡에 달하는 백사장에서 매일 5t이 넘는 쓰레기가 쏟아진다.

	환경미화원이 이벤트광장에서 8t의 쓰레기를 분리수거하고 있다. 김화영 기자

해마다 이런 무질서는 반복된다. 담당 지자체인 해운대구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대하는 것 외에 달리 손 쓸 방법이 없다며 푸념한다. 깊은 밤 이곳의 진짜 속살이 궁금했다. 수많은 피서객이 다녀간 14일 새벽 일일 환경미화원으로 백사장을 둘러봤다.

새벽 4시 임해봉사실 앞. 환경미화원과 공공근로요원 등 70명이 모여있었다. 형광 조끼와 모자, 목장갑 등 그들과 똑같은 복장을 하고 대열에 합류했다. 청소감독의 구령에 맞춰 맨손 체조로 몸을 풀었다. 35명은 해수욕장 진입로인 구남로를 청소하기 위해 먼저 떠났다. 나머지가 백사장에 투입됐다. 임해봉사실 앞에서 미포마을 앞까지 800m 구간의 청소업무를 맡았다.

	14일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 청소작업 투입에 앞서 환경미화원이 몸을 풀고 있다.

의욕적으로 나섰지만, 10분 만에 포기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백사장 중앙인 6망루 주변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많은 이들이 집중적으로 술판을 벌인 탓에 맥주병과 음료수 캔, 과자봉지, 과일 껍질이 제멋대로 나뒹굴고 있었다. 다른 청소도구는 없었다. 오로지 손으로 저 모든 것을 자루에 주워 담아야 했다. 막막했다.

음식물 쓰레기는 난감했다. 컵라면과 떡볶이 국물이 손을 타고 흘렀다. 코를 찌르는 악취까지 스며 역겨웠다. 왼손에 든 100ℓ짜리 수거용 자루는 열 걸음 정도를 걸었는데 금세 가득 차 한 발을 내딛기 힘들었다.

조금 적응이 되니 눈에 잘 띄는 것보다 작은 쓰레기를 줍는 것이 더 까다로웠다. 특히 모래에 점 찍듯 박아놓은 담배꽁초는 한 개씩 일일이 뽑아내야 했다.

	일일 환경미화원 체험 중인 본지 김봉기 기자가 피서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줍고 있다.

여명이 밝지 않은 백사장 여기저기서 여전히 술판이 벌어졌다. 대형 트랙터인 '비치클리너'가 "청소시간이니 나가달라"고 요란하게 방송하며 경광등 조명을 울렸으나 신경도 쓰지 않았다. 직접 나서서 청소 중이니 비켜달라고 설득해야 했다. 일부는 신경질을 내며 은박 돗자리 위에 벌여놓은 술상을 정리하지도 않고 그냥 나가버렸다. 그들의 뒷자리 정리는 환경미화원의 몫이었다.

어떤 일행은 굳이 돗자리를 챙겨나가겠다고 했다. 돗자리를 드는 순간 그 위에 있던 음식물이 모두 쏟아졌다. 돗자리를 챙긴 이들은 유유히 사라졌다. 환경미화원은 음식물을 치워야 했다. 자기 자리를 정리하며 "고생하신다"고 격려하는 이도 있었으나 열에 하나였다.

몰상식한 행동이 계속되자 화가 치밀었다. 백사장에서 청소 중인 환경미화원 바로 옆에서는 금지된 폭죽놀이를 즐겼다. 새벽 5시가 넘도록 거리공연(버스킹)은 끝없이 이어졌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녀의 수위 높은 애정 행각도 낭만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오전 6시30분이 되자 백사장 1차 청소가 끝났다. 청소 조는 하루 세 조로 나뉜다. 이렇게 새벽에 대대적인 청소를 한 뒤 오후 2시, 오후 6시 등 두 차례 더 청소한다.

날이 밝은 백사장 곳곳에는 쓰레기를 담은 자루가 여러 군데 널려있었다. 대형트랙터가 부지런히 다니며 이를 거둬 이벤트광장으로 옮겼다. 200자루가 훨씬 넘어 보였다. 대여섯명의 미화원이 이 포대를 모두 찢어내 페트병과 병은 따로 분리했다. 이런 재활용품은 부산시자원재활용센터로, 일반 쓰레기는 인근 소각장에서 태운다고 했다. 이날 백사장에서 나온 쓰레기는 모두 8t이었다. 재활용품이 2.2t, 나머지는 일반쓰레기였다.

김화영 김봉기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