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장 메운 400여개 부스 중
- 해양안전 체험 관련 단 4곳
- 드론 등 기자재 판매·홍보 일색
- 은행 부스선 상품가입 호객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기획된 '제2회 해양안전엑스포'에 안전 관련 콘텐츠가 부족해 '알맹이 없는 행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수억 원의 국·시비가 투입되는 행사인 만큼 부족한 콘텐츠를 채우는 방향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율 저조한 해양안전콘퍼런스- 지난 27일 '제2회 해양안전엑스포' 행사의 하나로 벡스코에서 열린 '해양안전 국제 콘퍼런스' 행사장 곳곳이 비어 있다. 김화영 기자

해양안전엑스포는 해양수산부와 부산시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해양안전문화를 확산하자는 취지에서 지난해부터 열리고 있다. 해수부와 시가 2억 원씩을 부담하는 등 모두 1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28일 오후 해운대구 벡스코 1층 전시장 앞. '해양안전·사고예방 홍보전' 등을 둘러보고 나온 김상희(여·39·동래구 사직동) 씨는 불만을 터트렸다. 그는 "이름에 걸맞게 각종 해양 사고에 대비하는 유익한 프로그램이 있을 줄 알고 자녀와 함께 왔는데, 드론과 구명조끼 판매업체 부스만 늘어서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전시장 내부에 설치된 400여 부스 중 해양 사고 예방 등을 공부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었다. 통신장비와 구조설비 등을 홍보하는 각종 기자재 업체들이 자리를 메웠다. '해양'이나 '안전'과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동통신사 부스들이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 잡았다. 심지어 은행들도 '선박보험 상담'을 명분으로 부스를 마련했는데, 이곳 직원들은 취재진에게 "상품에 가입하면 순금을 선물로 주겠다"며 큰소리로 호객했다.

정작 필요한 '해양안전체험장'은 입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맨 구석에 있었다. 체험장에 있는 4곳 가운데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곳은 중앙해양특수구조단(구명보트 탑승·고립자 인명 구조 체험)과 시 소방안전본부(심폐소생술 실습)가 운영하는 두 곳에 그쳤다.

	취지 맞지않는 드론·은행 부스- 28일 '제2회 해양안전엑스포'에서 해양안전이라는 행사 취지에 맞지 않는 드론 판매 부스와 NH농협생명 부스가 설치돼 있다. 전민철 기자

해군과 한국해양소년단연맹도 심해 잠수장비를 전시하고 제복 착용·파라코드 팔찌 만들기(로프 매듭 교육) 등을 진행했지만, 안전과 직결된 체험은 아니라고 참가자들이 입을 모았다.

'해양 안전' 교육에 도움이 될 만한 '해양안전 국제 콘퍼런스' 행사장도 썰렁했다. 지난 26, 27일에 해양안전기술 소개와 해양안전 전략 등 23개 주제를 놓고 전문가 발표와 종합토론이 이어졌지만, 행사장 좌석을 절반 이상을 채우지 못했다. 지난 27일 '해양안전과 드론' 발표에는 300여 석 중 50석밖에 차지 않았다.

콘퍼런스 주제 발표에 참여했던 부경대 강일권(해양생산시스템관리학부) 교수는 "주최 측이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마련하지 않고 행사를 대충 열다 보니 전반적으로 참여율이 저조하고, 좋은 취지의 행사가 빛 바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 해사안전정책과 최은진 사무관은 "지난해 3개에 불과했던 안전체험 콘텐츠를 1개 더 늘렸다"면서 "내년에는 안전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