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6일 부산시 전용성 정무특보를 뇌물수수 혐의로 소환하면서 시와 지역 관가는 종일 숨죽인 채 검찰 수사를 예의주시했다. 골프장 코스관리업체에서 돈을 받은 혐의로 아시아드컨트리클럽(CC) 전 사장과 부산신용보증재단 전 이사장, 부산시 4급 기술직 공무원 등이 구속된 데 이어 서병수 부산시장의 최측근인 전 특보마저 뇌물수수 혐의로 소환되면서 검찰 수사가 부산시 핵심 수뇌부를 향해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정무특보 사실상 부시장

	부산시 전용성 정무특보가 26일 오전 부산지검 동부지청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강덕철 선임기자

검찰은 전 특보가 시에 들어온 직후인 지난해 8월 코스관리업체 N사 대표 김모(51·구속기소) 씨에게 2000만 원 상당을 받고 해당 업체가 시 발주 관급공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특혜를 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 특보와 김 씨의 친분이 다소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어 추가 금품 수수 혐의가 드러날 가능성도 크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혐의를 두고 있는 뇌물수수액은 2000만 원 선이지만 소환 조사 등 향후 수사를 통해 금액이 변동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해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전 특보는 지난해 8월 20일 정무특보로 임용됐다. 부산시 직급으로는 별정직 5급에 해당하지만 부산시장 정무특보는 사실상 부시장급이다. 부산의 한 언론사 사장 출신인 전 특보는 서 시장이 새누리당 부산시장 후보일 때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맡으며 캠프 좌장 역할을 했다. 그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이날 검찰은 부산 A 부구청장과 시 공공기관 임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 특보의 혐의를 구체적으로 밝히기 위해 이들의 조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시가 발주한 관급공사에 N사가 하청업체로 참여하도록 어떤 도움을 줬는지와 전 특보와의 관계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정 동력 타격

전 특보의 소환은 서 시장이 이끄는 민선 6기 부산시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근 6급 직원이 산성터널 공사로, 4급 간부는 시민공원 조성 관련 비리로 구속됐지만, 모두 허남식 전 시장 때 진행하던 사업에서 발생했던 비리라는 점에서 서 시장의 부담감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하지만 이번에 서 시장의 선거 캠프 출신으로 민선 6기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정무특보가 비리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면서 서 시장의 이미지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수사로 전 특보의 비리가 관급공사 수주 편의가 아닌 인사 청탁으로 드러날 경우 서 시장과 민선 6기는 도덕성 부분에서 회복이 어려운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민선 6기의 '매관매직' 사건은 서 시장 임기 내내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로 따라다닐 전망이다. 이럴 경우 민선 6기의 시정 추진 동력도 상당 부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N사 로비력 상당

아시아드CC의 코스관리를 맡았던 N사는 부산지역 주요 건축 토목 조경공사를 맡았다. 특히 시가 발주한 산성터널, 해운대수목원, 부산항 신항 배후도로, 하수관거 공사 등의 관급공사에서 하청업체로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N사 대표 김 씨는 시 공무원들과 두터운 친분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김 씨에게 금품 로비를 받은 공무원이 더 있을지가 향후 검찰 수사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이날 전 특보가 "5년 전부터 (김 씨와) 만났다"고 밝힌 만큼 지난해 부산시장 선거 당시 김 씨와 전 특보의 관계도 검찰이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전 특보의 소환 조사가 끝나는 대로 일단 전 특보를 귀가시키고,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번 수사가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된 만큼 신병처리가 조속히 이뤄진다면 구속영장 청구로, 늦어진다면 불구속기소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편 검찰은 이번 수사를 다음 달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조만간 검찰 인사가 단행될 것이어서 수사팀이 교체되기 전에 매듭을 짓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 특보 소환 이후 전 특보 신병처리 여부와 추가 피의자 소환 등이 속전속결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과는 달리 검찰의 모든 수사는 비공개가 원칙"이라며 "자세한 사건의 전말은 수사가 끝나고 기소되는 시점에 알려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