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균기온 평년보다 2.2도↑

- 열대야 71회 2000년 후 최고

- 열관련 환자 16명 병원 후송

- 상습 노숙지역 순찰 강화

- 가뭄으로 나무 물주기 늘려

지난 휴일 기다리던 단비가 내렸는데도 부산 울산 경남지역 무더위의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벌써 한 달가량 지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폭염환자가 속출하고 노숙인 등 취약계층 건강 관리와 가로수 유지에 비상이 걸렸다.

부산지방기상청은 29일 오전 11시를 기점으로 경남 밀양 의령 함안 창녕 하동 함양 합천에 폭염주의보를 내렸다. 또 30일 오전 11시를 기점으로 울산시와 경남 양산 김해에도 폭염주의보를 발효했다. 지난 28일 내린 비로 모든 폭염특보가 해제된 지 하루 이틀 만에 다시 내려진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28일까지 부울경지역에 내려진 폭염특보는 총 43회이며, 평균기온은 26.7도로 평년보다 2.2도나 높았다. 열대야는 총 71회가 발생해 2000년 이후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 28일 내린 비로는 경남내륙 일부지역을 제외하고 일사로 데워진 지표면을 식히기에는 양이 적어 다시 기온이 치솟고 있다"고 설명했다.

땡볕 더위가 한 달가량 이어지면서 폭염환자도 잇따르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금까지 열 관련 질환으로 응급실로 후송된 환자는 모두 16명. 이 중 지난 21일 낮 12시7분께 노숙인 A(44) 씨가 열실신 증세로 길에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A 씨는 B형간염과 만성알코올중독을 앓고 있었으며, 후송 당시에도 술을 마신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질환별로는 열사병이 6명으로 가장 많았고 열탈진 5명, 열실신 3명, 열경련 2명이었다. 연령별로는 50대 8명, 70대 3명, 40대와 60대 2명이었고 20대도 1명이 포함됐다. 최고령은 78세였다.

이에 따라 시는 취약계층 건강 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다. 우선 노숙인 사망을 막기 위해 상습 노숙지역에 대해 매일 2, 3회 순찰을 돌고 있다. 또 지난달부터 노숙인 위기관리팀을 꾸려 운영하며, 현장 의료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쪽방주민에게 선풍기를 지원하고, 취약계층을 상대로 폭염 시 행동요령 전파에도 나섰다. 부산의료원 가정의학과 김유리 과장은 "열사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목이 마르기 전에도 충분히 물을 섭취하고 1시간이 넘는 운동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며 "젖은 수건을 몸에 올리고 약한 바람을 쐬는 것만으로도 과도한 열 노출 시 체온이 상승하는 것을 막아준다"고 조언했다.

도심 가로수와 화단 관리를 위한 비상체제도 가동된다. 시는 지난주 시청에 총괄상황반을, 각 구·군에 별도의 상황반을 구성했다. 최근 3년 이내 새로 심은 수목을 중심으로 2주 이상 비가 오지 않으면 교목은 주 2회 이상, 관목과 지피류는 이틀에 한 번씩 급수를 하기로 했다. 특히 관목과 지피류는 쉬는 날에도 한 번 이상 물을 줄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28일 내린 비로 아직 2주 이상 가뭄이 지속되는 2단계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강수량이 워낙 적어 날씨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상청은 다음 달 1일 부울경 지역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하지만 이날을 제외하고는 부울경 지역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어 낮 최고기온이 30~33도에 이르는 무더위가 당분간 이어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