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혁(58) 전 삼부파이낸스 회장이 실종 신고 3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냄(본지 23일 자 8면 보도)에 따라 1990년대 말 부산 경제를 뒤흔들었던 '삼부파이낸스 사태'가 또다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양 전 회장이 삼부파이낸스의 자산을 챙겨 사라진 하모(63) 씨의 행방을 찾기 위해 일부러 연락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은닉 재산의 규모와 실체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양 전 회장은 23일 본지 기자와 만나 "(삼부파이낸스 정산법인 대표인) 하 씨가 관리하던 삼부파이낸스 재산은 4200억 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현금이 2250억 원이고 해운대의 땅과 당시 사옥을 비롯한 부동산이 2000억 원이 넘는다고 덧붙였다. 

이날 양 전 회장이 직접 밝힌 은닉재산 규모가 사실이라면 '삼부파이낸스 사태'로 돈을 떼여 당시 피눈물을 쏟아냈던 피해 서민들의 자금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말이 된다. 양 전 회장은 이에 대해 "하 씨의 행방을 찾아 재산을 회수하면 채권자들을 모을 것"이라며 "그 돈으로 다시 회사를 설립할 것인지, 아니면 바로 나눌 것인지 그때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양 전 회장은 "이 재산을 그냥 놔두면 복역 뒤 사라지고 없을 것이라 판단해 하 씨에게 5000만 원을 주고 회사를 설립할 것을 지시했다. 투자는 하지 말고 관리만 하라고 했다"며 "당시 작성한 양도증서에는 2250억 원으로 썼다"고 말했다.

양 전 회장에 따르면 3년6개월간 복역 후 2003년께 다시 만난 하 씨는 현재 남은 재산이 현금 300억 원을 포함해 1800억 원 정도이고 줄어든 금액에 대해서는 차차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후 양 전 회장과 하 씨는 20회 넘게 만났으나 하 씨는 재산을 넘겨주지 않았다. 2006년 겨울 하 씨는 재산을 넘겨주겠다며 양 전 회장에게 해운대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나자고 먼저 제안했지만 나오지 않았고 바로 잠적했다는 것이 양 전 회장의 주장이다. 결국 삼부파이낸스의 은닉재산 규모와 실체는 잠적한 하 씨를 경찰이 붙잡아 조사해야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