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2시3분께 부산 도시철도 1호선 대티역으로 진입하던 전동차에서 발생한 화재로 그을린 역사 벽면이 흉물스럽게 드러나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놀란 승객들 비명 지르며
- 계단 몰려들어 아수라장
- 70대 할아버지 구한 대학생
- 뒤늦게 빠져나와 큰 부상

- 대피 안내방송도 안 나오고
- 구급대도 뒤늦게 도착 '분통'
- 1호선 2시간 넘게 운행 지연
- 역사마다 환불요구로 북적

27일 발생한 부산도시철도 1호선 전동차 화재로 대티역은 아수라장이 됐고 자욱한 연기와 승객들의 비명소리가 뒤섞였다. 이 과정에서 43명이 연기를 마시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가장 큰 부상을 입은 대학생은 휠체어를 탄 70대 장애인을 구하느라 늦게 빠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승객들은 이날 사고 발생 뒤 안내방송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부분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폭발음과 연기…필사의 탈출

사고 전동차에 탔던 한국해양대 학생 고성빈(24) 씨에 따르면 이날 열차가 서대신동역에서 대티역으로 진입하기 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멈췄다. 당시 고 씨는 화재가 발생한 2호실에서 두 칸이 떨어진 4호실에 타고 있었는데 승객들이 스파크가 났다고 소리를 질렀다. 일부 승객들은 소화기를 뿌렸고 강제로 출입문을 열려고 시도했다. 이어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안내방송이 나왔고 승객들은 기다렸다.

전동차가 대티역에 도착한 뒤 안내방송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문이 열렸다. 곧바로 객차 안과 역사에는 연기가 자욱했다. 고 씨는 서둘러 대피하려고 했는데 휠체어를 탄 70대 할아버지가 보여 업고 나오느라 늦었다. 부산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고 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장기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맞은편 전동차에 탔던 김경자(여·46·강서구 명지동) 씨는 딸과 함께 자갈치역으로 가기 위해 하단역에서 탑승했다. 사고가 난 반대 방향을 달리던 전동차는 오후 2시3분께 대티역에서 멈춰 섰고, 역사 안은 아수라장이 됐다. 플랫폼 가득 매캐한 유독가스가 들어찼고, 열차 아랫부분 철로에서는 불길이 올라왔다. 여기저기서 비명소리도 터져 나왔다. 김 씨는 딸과 함께 서둘러 역을 탈출하려고 했지만, 계단과 에스컬레이터는 쏟아져 나온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김 씨 모녀는 급한 대로 반대 방향(내리막)으로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온 힘을 다해 뛰어 역 밖으로 나왔다.

같은 전동차에 타고 있던 배모(74·동구 초량동) 씨는 "젊은 사람들이 먼저 나가려고 밀쳐서 자꾸 뒤로 밀려났다"며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가 작동을 멈춰 계단을 통해 거의 마지막에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대피를 안내하는 방송도 나오지 않았고, 119구급대도 대부분 승객이 역 안에서 빠져나온 뒤에야 현장에 도착했다"며 비상대응 조치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부산도시철도 장시간 멈추다

이날 오후 2시3분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부산도시철도 1호선은 전면 운행이 중단됐다. 이날 오후 2시45분께 노포동과 중앙동을 오가는 부분 운행이 시작됐고 전체 운행이 이뤄진 것은 오후 4시6분께다. 최초 화재 발생으로 1호선이 정지된 지 2시간3분이나 경과됐다.

최근 교통공사는 전동차 운행의 5분 이상 지연 장애 발생 건수가 줄었다고 홍보한 적이 있다. 실제 2007년과 2008년 6건, 2009년 4건이 발생했지만 2010년 1건, 2011년 2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이날 사고로 무려 2시간3분 동안 전체 운행을 못하면서 교통공사는 역대 두 번째 지연 장애라는 기록을 세웠다. 운행 지연 최장 시간 기록은 2000년 도시철도 1호선 장전역 탈선 사고로 완전 복구까지 하루 이상 걸린 것이다.

이날 도시철도 1호선이 2시간 넘게 운행이 중단되자 덩달아 2, 3호선과 버스 등 환승 승객까지 환불을 요구하면서 각 역사 대합실은 승객들로 북적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