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여전사-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10일 오후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고공 농성 309일 만에 내려오고 있다. 김 위원이 활짝 웃으며 기다리고 있는 조합원과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김진숙 위원 병원 입원…경찰, 체포영장 집행

11개월간 우리 사회를 갈등과 혼란으로 몰아넣었던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가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1월 6일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며 35m 높이의 크레인에 올랐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도 그리던 땅을 밟았다. 지난해 12월 15일 해고통보를 받은 이후 끝까지 투쟁했던 근로자 94명도 1년 뒤 일터로 복귀한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10일 오후 2시 부산 영도조선소 단결의 광장에서 조합원 총회를 열고 노사 합의안(본지 10일 자 1·2·3면 보도)을 가결했다. 조합원 600여 명은 찬반투표 없이 만장일치로 합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어 김 지도위원과 박영제 박성호 정홍형 씨 등 크레인 농성자 3명도 땅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오후 5시께 노사는 본관 대회의실에서 이재용 사장,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 차해도 한진중공업 노조지회장이 참석해 조인식을 열고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협상은 완전히 타결됐다. 김 지도위원이 크레인 농성을 시작한 지 309일,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 326일 만에 이뤄진 극적 타결이다.

마지막까지도 위기는 있었다. 노조는 이날 조합원 총회에 앞서 오전 9시께 정리해고철회투쟁위원회(정투위)를 상대로 간담회를 진행했고, 이 자리에서 일부 해고자는 합의안에 반발했다. 정투위는 그러나 결국 "김 지도위원을 살려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합의안 수용을 전격 결정했다.

조합원의 환영을 받으며 크레인에서 내려온 김 지도위원은 한진중공업 신관 앞에서 짧은 인사말을 발표했다. 그는 "살아 내려올 줄 알았다. 여러분이 저를 살려주셨다"며 "(노사가) 서로 앙금을 깨끗이 씻고 갔으면 좋겠다. 오늘부터 새로운 출발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김 지도위원이 회사 정문을 나서자마자 업무방해와 건조물 침입 혐의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김 지도위원은 경찰의 보호 속에 곧바로 동아대병원에 입원했다. 경찰은 건강검진이 끝나는 대로 그를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