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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의 85호 크레인 중간지점에서 해고 노동자인 정홍형, 박영제, 박성호, 신동순 씨(왼쪽부터)가
아래쪽을 내려다보고 있다. 이들은 65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 65일째 경찰·회사 용역 경계
- 정리해고 없는 세상 꿈꾸며 사회 이목 멀어질까 걱정도
"아직 여기에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의 투쟁을 잊지 마세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 30일 오후. 뙤약볕에 달궈진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신동순(52) 씨가 30여 m 아래 땅을 내려다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신 씨를 비롯해 박성호(50) 박영제(54) 정홍형(49) 씨 등 해고노동자 4명은 벌써 65일을 크레인에서 살았다. 정리해고를 막고, 크레인 꼭대기에서 237일째 사투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살려내기 위해 택한 일이다.
그러나 이들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저 '김 지도위원 바로 아래에 몇 명의 노동자가 있다'는 사실 정도만 알려졌을 뿐이다. 이마저도 서서히 잊혀지고 있다.
부산을 떠들썩하게 했던 '희망버스'도 이제 서울로 갔다. '희망버스는 절망버스'라며 거리 곳곳에 내걸렸던 현수막도 모두 떼어졌다. 하루가 머다하고 영도조선소를 찾던 정치인도 안 보인다. 더는 이들에게 달려와 손을 흔들어 주는 지원군도 찾을 수 없다.
신 씨 등은 크레인 위에서, 함께 일했지만 떠나보내야 했던 김주익·곽재규(2003년 사망) 씨를 생각한다. "다시는 죽어 나가는 동료가 없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4명의 해고노동자는 이처럼 확실한 목표가 있기에 감옥보다 훨씬 못한 생활을 견뎌내고 있다. 매일 2시간씩 번갈아 경계를 서며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공권력 행사에 대비한다. 사측이 고용한 경비용역 10여 명의 움직임도 살핀다. 살갗을 댈 수 없을 정도로 햇볕에 달궈진 크레인, 함께 발 한 번 뻗기 어려운 좁은 공간에서 이들은 아직도 정리해고 없는 세상에 대한 '꿈'을 꾼다.
추석이 다가오면서 노동자들은 더 서럽다. 신 씨는 저물녘 크레인 맞은편 아파트를 볼 때마다 가족 생각에 눈물을 흘린다. 그는 얼마 전 어머니 삼년상도 걸렀고, 군대에서 휴가 나온 아들도 못 봤다. 신 씨는 "아파트 창으로 가족끼리 저녁밥을 먹는 모습이나, 길에서 아버지가 아들딸 손잡고 노는 걸 보면 가슴이 아린다"고 했다. 그는 현재 16일째 단식 중이다.
크레인 위 노동자들은 이날 태양열로 간신히 충전한 휴대전화로 본지 기자와 통화했다. 이들은 통화 마지막에 간절하게 호소했다. "얼마 후면 또 날씨가 추워지겠죠. 건강도 나빠지겠죠. 하지만 그런 건 걱정하지 않아요. 세상이 우리의 뜻을 잊는 것, 그게 가장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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