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부터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지방에도 적용되면서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지역 부동산 시장 전반이 조정받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각 언론은 '지방 주택시장에 찬바람' '지방 시장 급브레이크' 등으로 헤드라인을 뽑을 정도다. 특히 조선·해운업 침체로 인한 특정 지역의 변화를 언급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경남, 특히 거제를 지목한다. 지역발 경제 불안에 덧붙여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가 지역 수요자의 관망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주간 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방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02% 하락했다. 지난 2월 15일 이후 12주째 마이너스 기록이다. 서울과 수도권이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영향으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지역별 아파트 매매가격은 거제가 0.21%로 하락폭이 가장 크다. 아울러 조선·해운업 침체와 연관이 깊은 울산은 북구·동구가 각각 0.15%, 0.12% 하락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가격이 조정받는 것 뿐만 아니라 거래량도 감소한 다는 것이다. 지방 주택 거래량은 올해 1분기 10만3000여 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감소했다.

이런 측면에서 향후 주택·부동산시장은 단순한 '시장(market)' 중심이 아니라 부동산시장을 움직이는 '재료(material)'가 시장 분위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 및 내국인 투자가 많았던 제주도, 재개발·재건축 기대감에 따른 서울 강남, 그리고 지난 몇 년간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부산, 울산 지역 등이 대표적이다. 결국 부동산시장의 향배는 지역의 재료와 상품 특성에 따라 온도차가 심할 수 밖에 없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과 내수 부진 등 외부 여건이 나쁘면 나쁠수록 지역별 재료에 따른 선별적 시장의 양극화와 차별화는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오히려 재료도 없는 시장의 갑작스런 급등이나 반등을 우려해야 한다. 시장은 합리적인 접점을 가격으로 보여준다. 그 시장가격을 지역의 '재료'가 선도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앞으로의 시장은 '재료가 있는 시장'과 '없는 시장'으로 구분될지도 모른다. 이것이 저성장·저금리 시대 부동산시장의 바람직한 메커니즘이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주택도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