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마케팅'이라는 용어가 있다. 아직 생소하긴 하지만 갈수록 중요해지는 용어 중 하나다. 공간 마케팅은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에 나름의 그림을 그려 사람들에게 잘 알리는 것이다.

얼마 전 서울 한국전력 부지를 현대자동차에서 10조 원에 사들여 큰 화제를 낳았다. 이로 인해 현대자동자의 주가는 폭락하고 대주주에 대한 비난과 법정 분쟁까지 치닫는 일이 벌어졌다.

구입 당시 독일의 아우도슈타트(Autostadt)를 모델로 한 자동차 테마파크를 기획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렸다. 아우도슈타트는 테마파크 외 박물관, 전시관, 고급호텔 등을 복합화 해 자사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지역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독일의 대표적인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형태는영국의 '런던 아이(London Eye)', 프랑스 루부르박물관, 일본 록본기 힐스 등 세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지역의 랜드마크로 지역경제에 큰 파급효과를 주고 있다. 커피 전문점으로는 스타벅스 매장이 여피문화를 주도한 성공적인 모델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서는 안동 하회마을과 전주 한옥마을 등이 노력 중이다. 부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부산의 마추픽추'라 불리는 감천문화마을이다.

그러나 감천문화마을이 홍보 차원에서는 성공했는지 몰라도 지역주민의 생활환경과 도심재생의 성공 모델이라는 슬로건 등이 어울리는 대목인지 다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제 부산도 공간 마케팅의 경쟁력을 갖춰야 할 때다. 외국 관광객이 한국에 오면 서울에 약 일주일을 머물면 부산는 하루 정도만 머문다고 한다. 그만큼 가볼 곳이 없다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가볼 곳은 많은데 가볼 만한 밑그림과 구성이 제공되지 못한 게 많다. 단순한 관광 정보지를 볼 수 있을 뿐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장소나 지역, 그리고 재미와 맛이 있는 곳은 없다. 부산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공간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최근 부산에 중요한 개발들이 진행되고 있다. 동부산관광단지, 북항 재개발 등 기대할 만한 지역이 아직 많다. 사업자의 이득과 투자자의 성과도 중요하지만 지역경제와 상생할 수 있는 공간 마케팅 전략과 함께 간다면 그 개발은 존경받을 것이다.

정두천 고고넷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