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찾은 이슬람들이 금정구 이슬람 부산성원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김성효 기자

15일 오전 8시20분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출발한 총 230명의 승객을 태운 항공기들이 속속 부산에 도착했다. 가족 친지들 15명과 부산 여행을 온 쿠일링(여·43) 씨는 부산에서 이틀을 체류한 뒤 제주도로 갈 계획이다. 이들 일행은 부산 중구 남포동의 관광호텔에 짐을 풀고 국제시장에서 쇼핑을 한 뒤, 여행사에서 준비한 할랄 삼계탕으로 점심 식사를 하고 해운대 동백섬을 둘러보는 코스를 짰다. 쿠일링 씨는 "'메이드 인 코리아' 의류와 화장품을 구입할 생각이다. 또 한국의 인삼이 유명해 가족들에게 선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운대 바다가 가장 기대된다"며 들뜬 표정을 보였다.

부산을 찾는 이슬람 관광객이 무서운 속도로 늘고 있다. 최근 해운대나 광복로 일대에서는 히잡(이슬람 여성들이 머리와 목을 가리기 위해서 쓰는 의상) 차림의 이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부분이 전체 인구 중 이슬람 비중이 60~80%로 높은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관광객이다.

15일 부산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을 방문한 말레이시아 관광객은 5만1772명으로, 1만7700명이 다녀간 2013년에 비해 200%나 급증했다. 이처럼 말레이시아 방문객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신규 직항 노선이 취항하면서부터다. 아시아 최대 저비용항공사 에어아시아엑스(AAX)는 2013년 7월 부산~쿠알라룸푸르 주 4회 직항 노선을 개설했다. 해당 노선의 평균 탑승률은 80%로, 개설 이후 방문객이 2012년 대비 487%로 껑충 뛰었다.

관광업계는 중국 일본 등 일부 시장에 치중된 부산 관광의 다변화를 위해 동남아와 중동국가의 이슬람을 '포스트 유커(중국인 관광객)'로 주목하고 있다. 이슬람 관광객은 주로 해양도시 부산의 자연 경관과 채소 위주의 식단인 한식을 즐기기 위해 부산을 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남아 국가에 비해 공기가 맑고, 안전하다는 인식도 부산을 선호하는 이유다. 이에 따라 부산은 2013년 한국관광공사가 말레이시아인을 상대로 조사한 '한국 내 방문하고 싶은 도시' 2위(33.2%)에 이름을 올렸다.

이슬람 방문객의 특징은 여성·가족 단위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최대 소비자 박람회인 마타페어(MATTA FAIR)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부산을 찾는 이슬람 중 여성·가족 단위의 관광객 비율은 60% 이상을 차지하며, FIT(개별 자유관광객) 비중이 7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류 기간도 평균 4일로 길다. 주로 쇼핑과 의료관광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 의료진의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인식에 따라 건강검진을 받으러 부산을 찾는 이슬람들로 의료계에도 이슬람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슬람은 1인당 지출액이 한국인의 몇 배 이상인 VIP급 관광객이 다수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의료관광을 위해 방한한 아랍에미리트 관광객들이 의료비로 지출한 돈만 1인당 1771만 원에 이른다. 카자흐스탄(456만 원)과 인도네시아(193만 원)의 의료관광객들의 1인당 지출 수준도 중국인 의료관광객 평균(181만 원)보다 높다.

부산의 동남아 인바운드 여행사인 제인투어 김희선 부사장은 "말레이시아에도 고급 쇼핑몰이 많기 때문에 한국 백화점이나 면세점은 둘러보기만 한다. 그 대신 국제시장이나 서면 지하상가 등 색다른 쇼핑을 즐기려는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FIT 비중이 높은 만큼,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관광 코스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슬람 관광객은 중국과 일본 관광객이 정체를 보이고 있는 부산관광 시장을 대체할 새 타깃으로 부상하고 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과거 일본 마케팅에 집중하다가 중국 시장에 대한 대응이 늦어진 것을 교훈삼아 중국 일본 일변도 관광 시장을 이슬람 등 동남아로 넓힐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