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장호 회장 후계 마땅치 않아
- 외부인사 영입할 수밖에 없어
금융감독원이 지난달부터 이장호 BS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수차례나 퇴진 압박을 가한 것은 차기 회장을 정부 입맛에 맞는 낙하산 인사로 임명하려는 계산된 수순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이 BS금융지주가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아 이 회장이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면 연임할 수도 있다고 보고 이를 제지해야 한다고 밝힌 대목도 이를 뒷받침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달 9일 신임 최수현 금감원장 등에게 인사하러 갔다가 조영제 금감원 부원장과 면담을 한 자리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어떠하느냐"라는 말을 들었다. 이후 조 부원장은 매주 한 차례 이 회장에게 전화를 거는 등 지속적으로 사퇴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BS금융지주에 특별한 징계사항이 없는데도 금감원이 무리수를 둬 가며 끈질기게 사퇴압박을 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청와대, 금융위원회 등 정권 실세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BS금융지주의 수뇌부는 이 회장을 제외하고 성세환 부산은행장, BS금융지주 임영록 부사장 등이 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취임한 성 행장은 이제 행장직을 1년 남짓 수행했으며 은행장과 BS금융지주 회장을 겸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 임 부사장의 경우 바로 금융지주 회장으로 뛰어오르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회장 퇴진 시 차기 BS금융지주 회장으로 외부인사를 영입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금융지주 회장은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에 이어 신동규 농협지주 회장이 사퇴했고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어윤대 KB금융 회장도 퇴진한다. KB금융과 농협금융 차기 회장으로는 관료 출신들이 이미 내정됐다. 지방 첫 지주사인 BS금융지주의 이 회장마저 물러나고 관료 출신이 임명되면 금융지주 물갈이가 마무리되는 것이다.
부산시민단체협의회 등 부산지역 100여개 시민단체는 이날 성명을 내고 "금융당국의 이장호 회장 퇴진 요구는 지방은행을 장악하려는 초법적 월권행위"라며 "이 회장 퇴진 요구를 철회하지 않으면 모든 역량을 동원해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민단체들은 "이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명분 없는 중도 퇴진 강요는 경남은행의 민영화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자칫 정치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