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어초로 조성된 제주 서귀포 바다목장.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제공

- 온난화·남획 탓 어획량 급감
- 어민 간 과당 경쟁 등 차단
- 할당어획량 자유 거래 검토
- 해조류 심어 바다목장 추진

동해에서 명태가 '씨가 말라버렸다'는 것은 이제는 기정사실이다. 오죽했으면 한때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가 어민을 대상으로 '살아있는 명태'를 잡아오면 시가의 10배까지 보상한다는 포상금까지 내걸었을까. 우리 바다에서 명태가 사라진 것이 기후 온난화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동해에 차고 넘칠 줄로만 알던 명태의 산란치어와 어린 명태(노가리)까지 무분별하게 남획한 사실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이는 명태가 아닌 다른 수산자원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만고불변의 진리다. 맹자 역시 '촘촘한 그물로 물고기를 잡지 못하도록 한다면 물고기가 넉넉해질 것이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이 같은 '명태의 경고'를 현장의 어민이 서서히 받아들이고 있다. 처음엔 정부 주도 아래 진행되던 어족자원 관리방안이 점차 어업인 스스로 어족자원을 관리하는 자율관리어업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는 어족자원 관리형 어업이 '잡는 어업'을 뛰어넘을 때다.

■ '새 어촌운동' 자율관리어업

자율관리어업은 애초 유엔(UN) 해양법 협약으로 총허용어획량(TAC) 제도가 본격 시행되는 것에 대비해 추진되기 시작했다. TAC 제도란 개별어종(단일 어종)에 대해 연간 잡을 수 있는 어획량을 설정하고 그 한도 내에서 어획량을 허용해 자원을 관리하는 제도다. 그러나 이른바 '올림픽 방식'이라고 하는 TAC 제도는 어업인 간 과당 경쟁 때문에 경제적 비효율성이 발생하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TAC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농림수산식품부는 개별어업인 간의 할당어획량을 서로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ITQ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올해는 자율관리어업이 시작된 지 11년째. 그동안 자율관리어업은 양적, 질적으로 성장하면서 '새 어촌운동'의 역할을 하면서 어촌 내부 변화를 주도해왔다. 올해 산업포장을 받은 구시포 자율관리어업공동체의 경우처럼 수산자원 방류, 폐그물 수거 등에 대한 규약을 어민이 자율적으로 정하고, 이를 실천해 어가 소득을 2009년 3000만 원에서 지난해 4200만 원으로 37% 끌어올렸다. 2001년 63개 공동체 참여로 시작된 자율관리어업은 현재 972개 공동체로 확대됐다.

■ 바다숲·바다목장에도 길 있다

어민이 자율적으로 수산자원을 관리하기로 하더라도 이미 바닷속 어족자원이 메말라버린 뒤에는 달리 손을 쓸 방도가 없다. 그런 이유에서 '바다 식목일'을 제정할 필요성이 제기됐고, 내년 5월 10일에는 '제1회 바다식목일' 행사가 치러진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제정한 '바다 식목일'은 산에 나무를 심듯 바닷속에 물고기가 서식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제정됐다. 육상의 식목일과 마찬가지로 바다 식목일에는 일반인도 해조류 이식 행사에 참여하는 등 푸른 바다 만들기에 동참할 수 있다.

물론 바다 식목일이 제정되기 전부터도 바다의 사막화인 '갯녹음'을 막기 위한 바다숲, 바다목장 조성사업은 시행돼 왔다. 바다숲은 사막처럼 황폐화된 바다에 해조류를 심는 사업이다. 바다목장 사업은 어초 등 인공 구조물을 바다 속에 넣어 인위적으로 수산자원의 서식장을 만드는 사업으로, 1998년부터 경남 통영에서 가장 먼저 시작됐다.

농식품부는 수산 분야의 사회간접자본(SOC)이 되는 바다숲, 바다목장 조성 사업을 위해 내년에 567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올해 대비 120억 원이 늘어난 금액이다. 내년에 조성되는 바다숲 면적은 1200㏊이다. 연안 바다목장도 내년에 선정될 신규 사업지 4곳을 포함해 모두 21개소를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