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청약 범위가 기존 시·군 단위에서 도 단위로 확대됐다. 국토해양부는 지난달 27일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도 주택청약 가능지역을 시·군에서 도 단위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령'을 공포, 시행했다. 이제부터는 경남도민도 부산과 울산시에 공급되는 분양주택에 청약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그 반대로의 청약도 가능하다.
이번 청약 광역화는 지난해 발표된 '12·7 대책'을 통해 예고된 적이 있다. 정부가 주택시장 정상화 방안의 일환으로 시장이 과열될 때 도입된 과도한 규제 완화 차원에서 청약 광역화를 내용으로 하는 청약제도의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수도권과 지방 간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청약 광역화는 실제 지방 주택시장의 안정 및 활성화에 보탬이 될 수 있을까.
이번 주택청약 광역화로 청약 수요층이 넓어져 지방 분양시장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반면 지역별로 인기 단지와 비인기 단지 간 청약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의 선택과 집중 현상이 자칫 분양권에 대한 과도한 프리미엄의 형성과 외지 자본 유입에 따른 '치고 빠지기식'의 가격 부풀리기 등 부정적 측면도 지적될 수 있다. 이것은 기존 시·군 실수요자들의 청약 당첨 확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 법 개정 이후 실시된 경남지역 내 양산시 모 아파트 견본주택 내방객의 65%가 부산과 울산 경남 등 인근 광역권 주택 수요자들이었다. 또한 1순위 청약자들 가운데 부산, 울산, 경남 등 양산시 이외 지역의 청약자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광역화에 따른 청약 수요층의 확대라는 측면에선 긍정적이지만, 문제점 또한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분위기에 편승한 투기성 청약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질소득의 감소로 집값 하향 안정세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주택청약 광역화는 청약 기회의 확대를 통한 내수 진작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특정 인기 지역과 아파트에 대한 투기적 수요를 유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실패'가 우려된다.
이것은 결국 인기 단지에 대한 선별 청약 증가로 새로운 주택수요의 창출이 아닌 투기적 수요의 촉발이라는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는 점에서 '심리'가 작용하는 주택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따라서 실수요자들은 경쟁률에 연연하기보단 주택자금 상환 능력 등을 고려한 소신 있는 청약이 요구된다. 가수요로서의 청약경쟁률이 분양권의 프리미엄 형성을 유도하고 이렇게 형성된 프리미엄은 지역실수요자들에게 '거품'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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