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 과거사 문제 충돌 가능성
- 트럼프, 관세협상 놓고 압박
- 북·중·러 최고위급 평양 회동
- 韓, 한반도 평화 모색 숙제
미국발 관세전쟁과 미중 갈등 격화, 북·중·러 밀착 심화 등 한반도 주변 정세가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도 강경파 지도자가 나올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 이른바 ‘스트롱맨’이 주도하는 국제관계에서 관세협상은 물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까지 구축해야 하는 등 최고 난도로 평가받는 외교전을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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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발 관세전쟁과 북·중·러 밀착 심화에 이어 일본에서도 극우 성향 총리가 취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 왼쪽 사진부터 일본 자민당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 미국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AP 연합뉴스 |
9일 외교가에 따르면 지난 4일 일본 집권 자민당의 첫 여성 총재로 선출된 강경 보수이자 극우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는 이달 중순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로 취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국회는 여소야대 상황이지만, 야권 분열로 인해 제1당인 자민당 총재가 총리 지명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 총재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해왔고, 독도 문제와 일본군 성노예 강제동원 문제 등에서도 극우적인 주장을 펼친 인물이다. 야스쿠니 참배를 비판하는 한국을 향해 “(우리가) 어정쩡하게 하니까 상대가 기어오르는 것”이라고 하는 등 망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그가 총리로 취임한 이후에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한다면 셔틀 외교 재개 등으로 화해모드에 들어간 한일 관계에도 상당한 악영향이 예상된다. 다만 그는 총재 당선 직후 이 문제와 관련해 “적절하게 판단하겠다”며 종전보다 한발 물러섰다.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은 2013년 아베 전 총리가 마지막이었다.
다카이치 총재의 평소 강경 우파적 인식을 감안하면 독도와 과거사 문제 등 민감한 사안마다 한일 양국이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한일 관계가 삐걱거리면 한·미·일 협력도 난항이 예상된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이라는 공통의 과제를 두고 한일 정상이 긴밀한 소통을 나누던 실용외교 또한 틀어질 수 있다.
일본 지도부 교체 외에 관세협상을 둘러싼 한미 갈등도 최고조에 달했다. 이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이 거론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일정도 한국 정부를 압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27~29일 2박3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하고 한국에는 29일부터 1박2일 머무는 방안을 한국 정부와 조율 중이다. 이 경우 31일의 APEC 정상회의에 불참할 가능성이 크다. 관세협상을 마무리 지은 일본에는 더 길게 체류하고, 협상 교착상태에 빠진 한국에는 더 짧게 머무르는데다 정상회의 일정도 갖지 않는 모양새가 되는 셈이다.
미중 갈등의 중간자 역할을 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북·중·러 밀착에 대응하는 고차 방정식도 풀어야 한다. 북한이 남한을 적대적 국가로 상정하고 대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와 안정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난달 중국 전승절에서 연대하는 모습을 보인 북·중·러 3국은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인 10일을 계기로 다시 뭉치는 모습이다. 중국 리창 국무원 총리는 2009년 원자바오 당시 총리의 방북 이후 16년 만에 평양을 방문했다. 러시아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겸 통합러시아당 의장이 방북해 다시 북·중·러 최고위급이 한자리에 모이게 됐다. 북·중·러 밀착 역시 APEC 정상회의 계기로 이뤄질 정상회담 등 외교일정을 통해 해법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