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틴·펜스·시진핑과 연쇄회담
- 한미공조 속 ‘북미 중재’ 부각
- 동남아와 교역·투자 확대 합의
- 내년 아세안정상회의 한국 유치

- “신흥국 자금유출·유동성 부족땐
- 세계 금융위기 다시 직면 가능성”
- 文, IMF총재에 안전망 구축 당부

문재인 대통령은 5박6일간의 아세안(ASEAN) 및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순방 일정을 마치고 18일 오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번 순방은 신남방정책을 가속하기 위한 신남방정책 대상 국가와의 협력을 공고히 하고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당사국과는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의견을 교환하는 등 경제와 비핵화 외교에 주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파푸아뉴기니 포트모르즈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하우스에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파푸아뉴기니 피터 오닐 총리, 일본 아베 신조 총리,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 뒷줄은 왼쪽부터 러시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 싱가포르 리 셴룽 총리, 문 대통령, 태국 쁘라윳 짠오차 총리. 연합뉴스

■미·중·러 회동에서 비핵화 확인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순차적으로 회담하고 비핵화 문제를 논의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 간 의견 충돌을 보이고 있는 데다 비핵화 해법을 두고 각자 이견을 보이는 미·중·러와의 회동에서 문 대통령은 비핵화의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 차이점을 최소화하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난 14일 푸틴 대통령과 회담에서는 “북한이 좀 더 과감하게 비핵화 조처를 하도록 러시아가 적극적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15일에는 펜스 부통령을 만나 유엔·미국의 대북제재 체제 속에서 한미 간 공조를 토대로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프로세스를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부각했다. 17일 시진핑 주석과의 회동에서는 한반도 문제 해결 시점이 무르익어가고 있다는 점과 2차 북미 정상회담 및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중대 분수령이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 특히 시 주석이 문 대통령에게 내년에 방북할 계획임을 밝힘에 따라 연내 방북 가능성을 불식시킨 것은 북미 협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이 제안해 회원국 전체의 동의를 얻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초청을 검토하기로 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김 위원장이 초대에 응해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한다면 첫 다자무대 외교에 데뷔하는 셈이다. 이를 계기로 비핵화 논의에 추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아세안과 교역·교류 확대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 기간에 세계적으로 주요 국가의 보호무역이 강화되고 미·중 간 무역전쟁의 여파로 불확실성이 확산되는 상황이라는 점과 한국과 아세안과의 교역·투자 및 인적교류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내년에 한국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를 개최할 것을 제안하고 회원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낸 것은 신남방정책 대상 국가와의 소통을 구체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을 비롯한 일본, 중국,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 16개국이 참여해 ‘메가 자유무역협정’으로 불리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관련해서도 내년에 최종 타결하겠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청와대는 이번 순방에서 신남방정책의 기반을 탄탄히 닦은 데 이어 신북방경제협력까지 더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18일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만나 최근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를 언급하면서 “신흥국에서 자금이 유출되고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하면 세계 경제가 다시 금융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세계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IMF가 신흥국들이 거시 건전성 제도를 잘 운용하도록 도와주고 세계 경제의 ‘최종 대부자’로서 충분한 대출 재원을 확보해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구축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