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괄타결 대신 현실론 지적
- 검증·핵폐기 단계밟아 진행
- 북미 협상 중재자 역할 전망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한반도 주변 당사국이 각기 다른 방법론을 펼치는 가운데 청와대는 ‘핵 폐기를 먼저 한 뒤에 보상’을 하는 리비아식 해법을 북한 핵문제에 적용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리비아식 해법은 미국 내 강경파 사이에서 북핵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이른바 ‘리비아식 해법의 전도사’로 불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든, 일괄 타결이든, 리비아식 해법이든 현실에 존재하기 어려운 방식을 상정하는 것 같다”며 “북핵 문제가 25년째인데 TV 코드를 뽑으면 TV가 꺼지듯 일괄 타결 선언을 하면 비핵화가 끝나는 게 아니다. 검증과 핵 폐기는 순차적으로 밟아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란 알렉산더 대왕이 아무도 풀지 못하는 고르디우스 왕의 매듭을 한칼에 잘랐다는 전설에서 유래됐다.

청와대의 비핵화 구상에 대한 질문에는 “테이블에 들어오는 당사자들의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재자로서 서로 다른 생각을 조정하고 타협하도록 할 것”이라고 답했다.

비핵화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북한과 미국이 구체적인 방법론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청와대가 중재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얼마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가 단계적이고 동시적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는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해 북한이 단계별 비핵화를 실행할 때마다 이에 상승하는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는 미국이 강조해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와는 다르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