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0일 만에 '내우외환'에 직면했다. 문재인 정부의 첫 내각을 이끌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는 위장 전입 등으로 발목이 잡히면서 장관 인선 등 정부 구성 일정이 꼬이고 있다. 북한은 29일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세 번째로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과 대화를 병행하겠다는 대북정책이 도전받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개혁 의지를 거듭 밝혔지만 대내외적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 "5대 비리 배제 적용 위한
- 현실성 있는 실천안 마련"
- 직접 해명·협조요청 정공법
- 野 "약속 위반 큰 문제" 비난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여민1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마치고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한 내각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꼬이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는 문 대통령의 '고위 공직 배제 5대 원칙' 중 세 가지 항목에서 문제가 불거져 국회 인사청문회 때 야권으로부터 난타를 당한 데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위장 전입 관련 거짓 해명,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부인의 노동법 위반 의혹이 새롭게 불거지는 등 추가 변수가 나오면서 문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라는 야권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 문 대통령, 해명했지만

정세균(가운데) 국회의장과 여야 4당 원내대표가 29일 국회 의장실에서 채택이 무산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 보고서 논의를 위해 만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김동철,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정 의장, 자유한국당 정우택,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이용우 기자ywlee@kookje.co.kr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 회의에서 이 총리 후보자 인준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민과 야당에 이해를 구하는 게 문재인 정부다운 모습이자 가장 빨리 국정을 정상화하는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심 대표는 또 "지금 야당은 이 후보자의 적격성 자체보다도, 대통령의 약속 위반을 문제 삼고 있다. 대통령이 국민 앞에 약속했던 인사 원칙이 그대로 이행되지 못한 게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심 대표는 "기준에 맞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성실히 살아가는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 앞으로는 원칙을 더 잘 지키겠다는 의지와 인사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간 이 후보자의 인준 문제를 두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야당이 맹공을 펼칠 때도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던 정의당마저 문 대통령의 인사 원칙이 어긋난 데 대해 해명을 요구한 것이다. 아울러 '높은 도덕적 기준에 맞추려니 인물이 없다'는 청와대의 군색한 변명에도 일침을 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인선 논란과 관련해 "공약과 원칙에서 후퇴한 게 아니다"며 국민과 야당의 이해를 당부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이미 발생한 논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일이지만 앞으로의 인사를 위해 국정기획자문위와 인사수석실, 민정수석실에서 협의를 통해 현실성 있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원칙을 지키는 인사 기준을 이른 시일 안에 마련해주시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이 인사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또 "대선 과정에서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 세금 탈루, 논문 표절 등 5대 중대 비리가 있는 고위 공직자를 임명하지 않겠다고 공약한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인사청문회에서 특히 많은 문제가 됐던 사유들이었기 때문이다. 그 공약을 실제 적용하려면 객관적이고 투명한 구체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장·차관 인선안도 재점검

문 대통령이 이러한 입장을 밝힘에 따라 청와대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장·차관급 인선안에 새로운 인사검증 기준을 적용, 재점검에 들어가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추가로 지명될 사람 중에서 땅 투기를 위해 주민등록지를 옮긴 이는 모두 배제하고, 2005년 이전에 학군 때문에 주소를 옮긴 사람들은 새로운 기준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오전 국회를 찾아 정세균 국회의장, 여야 4당 원내대표를 만나 ▷시기와 관계 없이 투기성 위장 전입 관련자는 국무위원 후보자에서 배제하고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제도가 도입된 2005년 7월 이후 위장 전입 관련자도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여야 4당은 인사청문 대상자에 대한 검증의 세부 기준을 마련하자는 원칙론에 일단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4당은 국회 운영위원회 소위 등을 열어 세부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