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무 범위 최소화 '관리형 모드'
- 靑 비서실 보좌 수준 권한 행사

- 12년 전 고건 대행 때 업무 참조
- 외교·안보·경제 등 주요정책
- 대통령에 '친전' 형식 전달할 듯

- 박한철 헌재소장 후임 놓고
- 정치권과 정면충돌 가능성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된 9일 오후부터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국정운영의 종합상황실을 넘겨받았다. 국무총리실은 전날 탄핵안 가결에 대비해 대통령 권한대행 매뉴얼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황교안(왼쪽 두번째)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박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새로운 정책을 벌이기보다는 행정부 수반으로서 전반적인 국정 운영 관리 모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종전과 같이 총리로서 해야 할 일을 하고, 대통령 권한대행 업무는 청와대 비서실의 보좌를 받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황 권한대행의 위기관리능력은 곧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탄핵안을 심판할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임기가 내년 1월,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가 내년 3월로 끝나는데 후임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 임명 등의 권한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정치권과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황 권한대행이 박 대통령에게 유리할 수 있는 보수 성향의 인물을 후임으로 강행할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정지된 만큼 황 권한대행이 박 대통령에게 업무 보고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황 권한대행이 임명권자인 박 대통령과 전혀 소통하지 않고 단독으로 업무를 처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헌법재판소 판결에서 탄핵 심판이 기각된다면 박 대통령이 다시 국정에 복귀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정의 연속성 차원에서 보고 형태는 아니지만 외교·안보 사안과 주요 정책에 대한 상황을 전달할 수는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정무적인 성격이 강한 대통령 비서실장보다는 정책적인 색채가 강한 대통령 정책수석 비서관 등이 비공식적으로 업무 내용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탄핵 정국에서 참고 사례가 되는 2004년 3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가결 이후를 봐도 고건 전 총리가 노 전 대통령에게 비공식 경로를 통해 주요 국정 상황을 알린 바 있다.

특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황은 보고가 아닌 '친전'의 형태로 노 전 대통령에게 매일 알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 전 총리는 북한 용천역 폭발 사고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결정할 때 노 전 대통령에게 전화해 주요 현안을 설명하는 등 총 3차례 노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현안에 관해 설명했다.

황 권한대행이 이렇게 박 대통령과 물밑에서 소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야권에서는 황 권한대행 체제가 박근혜 정권의 연장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탄핵안 표결에 앞서 "정치지도자들이 '정치 회담'을 열고 황 총리 교체문제, 과도 내각 구성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황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임명권을 행사하며 자신의 후임 총리를 임명할 수 있을지를 두고는 해석이 엇갈린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