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부산 도약의 발판이 될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 부산 회의'(본지 9일 자 1·3면 보도)가 기획재정부의 국비 지원 비협조로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회의는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다자간 정상회의다.

하지만 기재부가 불과 30억 원외에는 더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재정 부처가 박근혜 정부 국격 상승 기회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9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소속 김도읍(새누리당·부산 북강서을) 의원에 따르면 부산시는 이번 정상회의를 위해 70억 원가량의 예산을 요청, 외교부가 기재부와 협의 중이다. 부산시는 2009년 제주회의 국비지원액 기준(67억 원)으로 예산 소요액을 추산했다. 특히 부산시는 당시 회의에서 국비와 시비의 반영률이 8 대 2였던 만큼 부산 회의에서도 이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국비와 시비의 비율을 4 대 6으로 해야 한다며 30억 원 수준의 지원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2005년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김 의원은 "제주회의 때 8 대 2의 비율로 국비를 지원한 만큼 동일한 행사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며 "기재부의 비협조로 국가적 행사인 부산 정상회의가 차질을 빚는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기재부에 있다"고 비판했다.

기재부가 제주 회의 때와 같은 비율로 국비를 지원해도 국비 부담액은 56억 원밖에 되지 않는다. 기재부와 부산시의 국비 부담액 차이는 불과 30억 원가량에 불과한 것이다.

기재부와의 예산 협의가 늦어지면서 회담장인 벡스코의 리모델링 시기 지연으로 정상회담 차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벡스코에는 정상회담에 앞서 ITU(국제전기통신연합) 전권회의가 열린다. 이번 달 안에 정상회담장 리모델링 절차에 착수하지 못하면 ITU 회의장에서 정상회의를 해야하는 외교적 결례가 발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