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의 부실 규모가 확대되면서 관련 기업에 대출을 해 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이들 국책은행이 손실이 나면 정부가 부족분을 메워주게 돼 있어 결국 국민들의 혈세를 투입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국내 조선업 부실로 건전성에 비상이 걸린 산은과 수은에 추가 출자 등 자본 확충 방안을 모색 중이다. 산은과 수은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수년째 악화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부실을 해결하기 위해 산은이 수조 원대의 증자와 신규 대출을 해주면 위험자산 증가에 따라 BIS비율도 하락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STX그룹과 중소 조선사에 이어 대우조선해양에 이르기까지 조선업 장기 침체가 기업구조조정으로 이어지면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수년째 악화되고 있다"면서 "출자 등 방안을 통해 건전성을 회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 부실을 해결하고자 산업은행이 수조 원대의 증자와 신규 대출을 해주면 위험자산 증가에 따라 BIS비율도 하락할 것"이라면서 "다만 당장 증자나 대출보다는 앞으로 대출채권 부실화에 따라 본격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산은과 수은은 이익적립금으로 손실을 보전할 수 없을 때 정부가 부족액을 보전해줘야 하는 근거법을 갖고 있는 손실보전 공공기관이다. 낮은 금리로 자금조달이 가능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BIS 비율을 높게 유지해줘야 한다.

결국 이들 국책은행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데, 정부는 수은의 상태가 산은에 비해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수은의 BIS 비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10.38%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다. 일반은행 평균인 14.73%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진다.

정부는 올해 본 예산에 400억 원의 출자를 반영한 데 이어 이번 추가경정예산에 750억 원을 추가했다. 정부는 내년 본 예산이나 단발성 현물출자 등 방식으로 수천억 원 대 추가 출자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출자 시기와 방법을 조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의 경우 올초 2조 원의 현물 출자를 단행한 덕분에 BIS 비율이 14.40%로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2010년 말 17.58%에 비하면 재무 건전성이 악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