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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천마을~기차바위~정상 회귀
- 육지보다 체력소모 큰 '섬 산행'

- 등산길 바위 근육질 남성 연상
- 하산 땐 낙엽 밟는 소리 운치

- 생태계보전지역 마당목재
- 팔색조·구렁이 등 관찰되기도

강한 남성적 느낌과 여성적 감성을 함께 품은 산이 있을까. 전남 고흥반도에서 연륙교와 연도교로 이어진 거금도의 적대봉(593m)이 그런 곳이다. 고흥군 금산면 내동 삼거리에서 오천마을을 지나 산길로 접어들어 기차바위 마당목재 정상을 거쳐 서촌마을로 내려와서 다시 오천마을로 이동하는 원점회귀 코스다. 산행 들머리에서 정상까지는 남성적 면모가 강하다. 근육질을 자랑하는 남성을 연상하게 하는 바위가 넓게 깔렸다. 햇볕을 그대로 받는 구간이 많아 부담스럽긴 하지만 길이 곧 전망대일 만큼 조망이 좋다. 반면 하산길은 여성적이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밟는 소리가 운치 있는 아늑한 길이다. 길이 그리 험하지도 않다. 단점은 숲이라 조망이 좋지 않다는 점. 산꾼들은 주로 동정마을에서 출발해 정상에 오른 뒤 오천마을로 내려오는 코스와 파성재에서 마당목재를 거쳐 오천마을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한다.

	보아뱀바위를 지나 슬랩바위 전망대에 서면 오천마을의 논밭이 한가롭게 펼쳐진다. 오천항 뒤에 연처럼 보이는 섬이 모녀도다.

고흥반도에서 소록대교를 건너면 한센병 환자들을 수용했던 아픈 역사를 머금은 소록도가 나온다. 현재는 700여 명의 환자가 함께 애환을 딛고 사랑과 희망을 가꾸고 있다. 소록도에서 다시 이어진 거금대교를 건너면 거금도가 나온다. 복층 구조의 거금대교 아래층은 보행자·자전거도로, 위층은 차량용 도로다. 적대봉은 서쪽으로는 완도, 남쪽으로는 거문도, 동쪽으로는 여수 일원의 바다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날씨가 좋으면 제주도도 보인다고 한다. 근교산팀이 답사한 날은 흐려 거금대교도 겨우 보일 정도였다. 코스는 내동 버스정류장~적대봉 입구~보아뱀바위~기차바위~마당목재~정상~샘터~홍연 갈림길~청석 갈림길~유치원~내동 버스정류장으로 총거리는 12㎞이며 순수 산행시간은 5시간, 식사와 휴식을 포함하면 6시간가량 걸린다.

내동 삼거리 버스정류장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적대봉 등산로 표지판이 서 있고 공중화장실도 있어 몸을 추스르기에 좋다. 내동 버스정류장에서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적대봉 들머리가 나타난다. 이정표는 적대봉 정상(5.4㎞), 서촌마을(1㎞)을 알려준다. 서촌마을은 날머리가 있는 곳이다.

처음부터 오르막이다. 섬 산은 해발고도 0m 가까이에서 시작해 육지 산보다 200~300m 더 높게 봐야 한다는데 쉬지 않고 오르기만 한다. 조금씩 다리가 경직되지만 묵묵히 걷는다. 고흥군에서 100~200m마다 이정표를 세워놓았는데 처음에는 반갑더니 나중에는 과하다는 느낌이 든다. 새로 나타나는 이정표를 봐도 거리가 별로 줄지 않아 더 힘들었다. 초행자는 지레 겁먹을 수 있겠다. 정상까지는 갈림길이 거의 없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들머리에서 1㎞ 정도 가면 만나는 보아뱀바위.

바윗길이 이어진다. 암산이다. 돌탑도 자주 보인다. 오르막을 1㎞가량 오르면 나무터널이 나타난다. 나무가 산길을 향해 몸을 굽혀 사람이 지날 만큼만 공간을 열어준다. 100m 정도 더 가면 '보아뱀바위'가 나타난다. 크기도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만 하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어린 왕자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 '보아뱀이 코끼리를 먹는 장면'을 그렸지만, 어른들은 '모자'라고 생각한다. 어른들은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고 겉으로 보이는 것만 보려 한다는 점을 꼬집고 있다. 이 바위가 보아뱀으로 보이지 않는 사람은 순수성을 의심해봐야 할 것 같다. 이어 만나는 슬랩바위에 올라서니 찬바람이 몰아쳤다. 약 200m를 더 나아가면 바위 능선의 등에 올라타 걷는다. 적대봉 산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기차바위가 보인다. 쇠난간에 '추락 주의'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괜히 긴장된다. 하지만 차분히 발을 옮기면 어렵지 않다. 능선이 나타나면서 산행이 한결 쉬워진다. 약 3㎞를 넘어서면 소나무가 길 가운데 서 있다. 오랜만에 만난 소나무가 반가웠던지 리본이 10여 개나 달려있다. 4㎞ 지점에서는 망개(청미래덩굴)도 익어간다.

	바위 능선을 걷는 근교산팀.

갑자기 마당처럼 넓게 펼쳐진 곳이 나타난다. 마당목재다. 적대봉의 생태계에 관한 자료가 게시돼 있다. 적대봉에서는 천연기념물인 붉은배새매, 흑비둘기, 새매, 황조롱이뿐 아니라 팔색조와 구렁이도 나타난다고 한다. 계곡을 중심으로 보전가치가 높으며 다양한 난대상록활엽수 비자나무 단풍나무 등 학술 가치가 높아 정부와 고흥군은 2011년 1월 적대봉 일원을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파성재 주차장에 차를 대고 마당목재를 거쳐 적대봉 정상을 밟고 내려가면 1시간40분이면 족하다니 짧은 산행을 원하는 이에게 추천할 만하다.

적대봉에 오르기 전 삼거리가 나타난다. 오른쪽이 하산할 길이다. 정상으로 오른다. 봉화대가 나타난다. 적대봉 봉화대는 전국에서도 원형이 잘 보존된 곳 중 하나다. 정상에서는 직전 삼거리로 다시 내려가 왼쪽으로 꺾는다. 샘터를 지나 홍연마을 삼거리, 남천 갈림길에서 그대로 직진한 뒤 청석 오천 갈림길에서 오천 쪽으로 이동한다. 길을 따라 내려오면 기와 또는 조개처럼 생긴 바위 앞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전망대가 나온다. 오천마을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생각보다 내리막이 길어 마음을 놓으면 안 된다. 서촌마을로 내려서면 폐교된 금산남초등학교와 마을회관 사잇길로 간다. 골드온누리 공장을 지나 나무 덱을 건너면 출발지가 나온다.


# 주변 가볼 만한 곳

- '박치기왕' 김일의 추억 오롯이
- 기념체육관·생가터·묘 한자리

	2011년 '박치기왕' 김일 선생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김일기념체육관 전경.

보릿고개 시절 국민의 애환을 달래던 '박치기왕' 김일 선생을 기리는 기념체육관이 그의 고향 거금도에 있다. 2011년 12월 국민적 영웅을 위해 고흥군에서 46억 원을 들여 그의 이름을 붙인 기념체육관을 연 것이다. 앞서 1975년에는 서울 정동에 김일체육관(문화체육관)이 건립되기도 했다. 1만3000여 ㎡ 부지에 기념관(132㎡)을 포함한 다목적 실내체육관(2200여 ㎡)으로 건립된 기념체육관에는 고인이 생전에 시합 때 입었던 옷과 챔피언 벨트, 우승컵, 경기 사진 등이 전시돼 있고 전성기 모습을 볼 수 있는 영상관도 마련돼 있다. 그가 받은 대한민국 체육훈장과 맹호장, 청룡장, 석류장도 있다. 기념체육관 앞에는 김일 선생의 생가 터와 묘가 있다. 체육관 안에서는 선생의 유품을 만날 수 있다.

당시 김일 선수가 출전하는 날이면 온 동네가 떠들썩했던 기억이 난다. 그 덕분에 형이나 동네 친구들과 프로레슬링을 흉내 내며 박치기왕을 뽑는 데 혈안이 되기도 했다. 1928년 출생한 김일 선생은 1956년 일본으로 밀항해 이듬해 일본 역도산 문하생 1기로 레슬링을 시작했으며 박치기로 세계 헤비급 챔피언에 올라 20차례나 방어전을 치렀다. 은퇴한 후 일본을 오가며 사업을 했으나 레슬링 후유증으로 1987년부터 병마에 시달렸다. 1994년 영구 귀국해 투병생활을 하던 중 77세가 되던 2006년 10월 26일 타계했다.

김일 선생은 고 박정희 대통령이 청와대로 초대해 소원을 묻자 "제 고향 금산에 전기를 가설해 주십시오"라고 말한 것을 두고두고 뿌듯한 일로 회고했다고 한다. 1968년 당시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섬 가운데 최초로 거금도에 전기가 개통됐다. 지난달에는 김일 추모 10주기 기념 프로레슬링 대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 교통편

- 녹동터미널 시외버스 탑승
- 오천행 군내버스로 환승

이번 코스는 대중교통 편으로는 당일치기가 어렵다. 참고로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녹동터미널로 가는 시외버스는 오전 10시5분, 오후 1시40분, 2시25분, 3시55분, 5시 등 다섯 차례 있다. 녹동에서 산행 출발지인 오천으로 가는 군내버스는 오전 7시40분, 9시, 10시30분, 낮 12시30분 등에 있다.

오천에서 녹동으로 나갈 때는 오후 2시, 4시, 5시30분 등에 군내버스가 있으며 녹동에서 부산으로 가는 버스는 오전 8시18분, 오전 10시13분, 오후 1시6분 3대뿐이다. 시간이 맞지 않을 때에는 순천이나 광양 등을 경유하면 된다. 차량으로 갈 때는 고흥IC에서 빠져나와 소록대교와 거금대교를 지나 오천마을을 찾으면 된다. 내비게이션으로는 금산남초병설유치원 또는 스타킹펜션을 검색하면 인근에 도착할 수 있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글·사진=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