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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976> 통영 연대봉

출렁다리 건너보고 정상 오르니 푸른 다도해 풍광에 마음도 출렁

  • 이경식 기자 yisg@kookje.co.kr
  •  |   입력 : 2016-06-01 19:12:50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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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대도 돌아 연대봉 오른 뒤
- 출렁다리~만지도~출발지 코스

- 마을골목길 익살스러운 문패 눈길
- 연대봉 유래 봉화대 아직도 남아
- 구불구불 해안 산책로 묘미

"노총각 어부가 혼자 사는 집. 화초를 좋아해서 목부작을 잘 만드는 이상동 어촌계장의 집입니다. 말이 없어서 답답할 정도지만 사람 좋은 집."

   
경남 통영시 산양읍 만지도 남쪽 해안의 산책로에서 바라본 연대도~만지도 출렁다리. 다도해의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맛이 그만이다.
지난달 26일 산행하러 갔던 경남 통영시 산양읍 연대·만지도의 연대마을에서 본 어촌계장의 집 담벼락에 걸린 문패다. 마을 골목길을 걷다가 연대도 지도 모양의 이 문패를 읽고는 오랜만에 흔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내용이 너무 익살맞고 인정스러워서 몇 차례 되풀이해 읽었다. 어촌계장을 만나보지 않았지만, 그가 선량하고 손재주가 있는 사람일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연대마을에는 집집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을 소개한 문패가 걸려 있었다. "윷놀이 최고 고수, 서재목 손재희의 집. 목소리 크고 음식 솜씨 좋은 아내 손재희, 연대도 개그맨 서재목 씨가 달리기를 잘하는 김동희 할머니와 함께 사는 집." 노모에게 효도하고, 부부가 서로 존중하는 화목한 가정임을 굳이 이웃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문구만으로도 알 수 있는 문패였다.

"김씨 할매 집. 등넘이라 부르는 몽돌밭 가는 길. 육지의 자식들 집 자주 다니시고 놀멍 쉬멍 사십니다." 이 문패의 주인공을 두고는 아마 자식 농사 잘 지은 제주도 출신의 할머니일 거라는 추측이 나온다. 개성미가 넘치는 문패 덕분에 시종일관 즐거운 기분으로 산행을 할 수 있었다. 연대도는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한 지역인 만큼 경치가 빼어나지만, 이처럼 풍광보다 사람이 더 아름다운 곳이었다.

   
연대마을 민가 담벼락에 걸린 문패.
산행은 연대도를 한 바퀴 돌아 원추처럼 뾰족한 연대봉(220.3m)에 오른 뒤 출렁다리를 건너 만지도 해안 산책로를 걷다가 출발지로 회귀하는 코스다. 총거리는 약 7㎞로 3시간가량 걸린다. 산행은 연대도 선착장에서 시작한다. 50m쯤 직진하면 매년 음력 정월 초순 길일을 받아 풍어제(별신궂)를 지내는 별신대가 나온다. 여기서 100m가량 더 직진하다 갈림길에서 오른쪽 연대도 지겟길로 접어든다. 지겟길은 주민들이 지게를 지고 나무하러 다니던 길이다.

   
연대마을 입구에 있는 별신대.
50m쯤 오르다 갈림길에서 포장도로를 버리고 오른쪽 산길로 들어선다. 이정표가 없으니 반드시 본지 리본을 확인해야 한다. 10분쯤 가다 갈림길에서 방향을 왼쪽으로 튼다. 15분쯤 후 만나는 갈림길에서도 왼쪽으로 나아간다. 외길을 따라 30분가량 걸으면 왼쪽 길가 벼랑에서 전망대(리본 확인)를 만난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연대도 북서쪽 해안은 절경이다. 오랜 풍파에 닳고 깎인 바위벼랑이 허연 맨살을 드러낸 채 병풍처럼 길게 뻗어 있다. 몽돌해변 끝에 홀로 우뚝 솟아 작은 섬을 이룬 암봉 밑에는 해식동굴도 뚫려 있다. 벼랑 위에 우거진 곰솔 숲은 푸른 예기를 번뜩인다.

전망대에서 100m쯤 가면 삼거리에 이른다. 오른쪽 정상으로 난 가파른 자드락길을 30분가량 오르면 연대봉이다. 봉우리에는 임진왜란 당시 삼도수군통제영의 군사들이 왜적의 침입을 알리기 위해 쌓은 연대(煙臺·봉화대)의 흔적이 남아 있다. 섬의 이름이 유래된 유적이다. 다시 삼거리로 내려와 북서쪽 마을로 하산한다. 15분쯤 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도로변에는 붉은 양귀비꽃이 탐스럽게 피어 있다. 200m가량 직진하면 왼쪽에 몽돌해변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설치돼 있다.

   
연대도 능선의 곰솔. 굵기가 어른 팔 길이로 두 아름은 된다.
몽돌해변을 둘러본 뒤 만지도 쪽 능선길을 탄다. 길을 잠식하고 막아선 낙락장송이 장관이다. 몸통이 얼마나 굵은지 어른 팔 길이로 두 아름은 족히 될 것 같다. 능선길이 끝나는 곳에 연대도와 만지도를 잇는 너비 2m, 길이 98.1m의 출렁다리가 가설돼 있다. 물결처럼 출렁이는 다리를 걷는 기분이 짜릿하다. 다리를 건너 만지도 남서쪽 해안으로 간다. 암반에 기둥을 세워 만든 산책로가 해안을 끼고 좌우로 구불구불 이어진다. 섬들이 해류에 둥실둥실 떠다니는 듯한 다도해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은 산행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산책로가 끝나는 만지도 선착장에서 길은 좌우로 갈라진다. 그러나 만지봉(99.9m)으로 오르는 길목에서 다시 만나는 만큼 어느 쪽으로 가든 문제없다. 본지 산행 팀은 뱃시간에 쫓겨 만지봉에는 오르지 못하고 만지고개에서 발길을 돌렸다. 만지봉까지 등정할 경우 총거리는 약 500m, 시간은 30분가량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주변 가볼만한 곳

- 산양 달아공원 일몰풍경 황홀

   
연대도 지겟길에서 내려다본 몽돌해변. 깎아지른 바위벼랑이 절경이다.
연대·만지도에 산행을 갔다 돌아오는 길에 산양읍 달아공원을 들러볼 만하다. 공원 전망대에 올라서면 연대·만지도는 물론 학림도 욕지도를 비롯한 통영 지역 뭇 섬과 거제도, 남해도까지 다도해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달아공원의 일몰 풍경은 국내 최고로 정평이 나 있어 방문시간을 해거름에 맞추면 더 좋다. 공원은 산양일주도로의 중간 지점인 미륵도 최남단 해안가에 자리하고 있다. '달아'라는 이름은 이곳 지형이 코끼리 어금니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는데, 지금은 '달구경하기 좋은 곳'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고 한다.

인근 신전리에는 '토지'의 작가 박경리(1926~2008) 기념관이 있다. 기념관에 가면 그의 문학 활동과 업적을 살펴볼 수 있다. 기념관은 지하 1층, 지상 1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의 유품과 작품들은 2층에 전시돼 있다. 기념관 주변에는 그의 생전 취미를 살려 채소밭과 정원, 장독대 등을 조성해 놓았다. 기념관 뒤편에는 그의 묘소와 공원이 있다.


◆교통편

- 530번 버스로 달아마을 하차, 선착장 이동 연대행 배 타야

부산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통영행 시외버스를 탄다. 버스는 오전 5시40분부터 20~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통영터미널 앞 버스정류장에서 달아공원행 530번 버스를 갈아탄다. 달아마을 정류장에서 내려 달아선착장으로 이동해 연대·만지도행 배를 타면 된다. 배는 두 척을 운항하는데, 주말과 휴일 기준으로 연대도 입항편은 오전 9시, 9시30분, 10시, 10시30분, 11시10분, 11시30분에 있다. 연대도 출항편은 오후 1시, 1시20분, 2시, 2시30분, 3시, 3시15분, 3시45분, 4시, 5시, 5시30분, 6시에 운항한다. 배를 타려면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이경식 기자 yis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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