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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근교산&그너머 <935> 부안 내변산 쇠뿔바위봉

하얀 베일 벗겨내니 기암괴봉 황홀…곳곳에 숨은 비경 장가계 안 부럽네

  • 이경식 기자 yisg@kookje.co.kr
  •  |   입력 : 2015-08-12 19:04:45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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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수대~쇠뿔바위~청림마을코스
- 해발 낮지만 좁고 가파른 길 유의

- 어수대 연못가에 기생 매창 시비
- 이슬 맺힌 관목 사이 발걸음 경쾌
- 40분 오르자 새만금 등 서해 장관

- 발길 돌려 큰고래등바위에 도달
- 자욱한 안개 동쇠뿔바위봉 위용

- 산행 백미 정상 서쇠뿔바위봉
- 사방으로 펼쳐진 변산 절경 감탄

산과 안개는 불가분의 관계다. 꿰맨 흔적 없는 선녀의 옷인 양 산을 부드럽게 감싸고 취산(聚散)을 되풀이하는 안개를 보노라면 절로 경이감에 젖는다. 자욱한 안개가 한순간 사라지고 산의 속살이 드러날 땐 번뇌의 그물에서 벗어나 깨달음의 빛줄기를 본 듯한 황홀경에 빠져든다. 산세가 웅장하거나 풍광이 빼어날수록 안개의 신비한 '베일 효과'는 더 커진다.

   
전북 부안군 내변산 서쇠뿔바위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동쇠뿔바위봉. 자욱하게 꼈던 안개가 사라지자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며 장관이 펼쳐졌다.
이번 주에는 안개가 만들어내는 심미적 울림이 각별한 산행지를 소개한다. 전북 부안군 변산반도국립공원 내변산에 개방된 등산로 6곳 중 하나로, 남산마을 주차장에서 출발해 어수대를 거쳐 쇠뿔바위봉(439m)에 오른 뒤 지장봉과 새재를 지나 청림마을로 내려오는 코스다. 총거리는 약 6.3㎞, 소요시간은 4시간가량이다. 갖가지 형상의 기암괴봉이 즐비한 코스여서 산행 내내 감탄사가 입을 떠나지 않는다. 해발 고도는 낮지만 암봉의 특성상 깎아지른 곳이 많아 일부 산행 구간이 절벽을 낀 좁고 가파른 길이어서 유의해야 한다.

남산마을 주차장에서 이정표를 따라 10분쯤 가면 어수대(御水臺)가 나온다. 어수대는 부안댐 물이 시작되는 곳이다. 어수대 연못가에 황진이와 더불어 조선의 대표적인 시기(詩妓)로 꼽히는 부안 기생 매창(梅窓·1573~1610)의 시비가 세워져 있어 눈길을 끈다. '천 년 옛 절에 임은 간데 없고/어수대 빈터만 남아 있네/지난 일 물어볼 사람도 없으니/바람에 학이나 불러볼까나'. 매창은 당대 최고의 시 비평가였던 허균을 비롯한 이름난 문사들과 교류했다. 허균은 매창이 38세로 요절하자, "시에 능하고 노래와 거문고를 잘했다. 천성이 고고하고 개결해 음탕한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며 애통해했다.

어수대 위로는 거대한 병풍바위가 위용을 뽐내고 있다. 어수대에서 20분가량 오르막길을 걸으면 안부에 닿는다. 경사가 급해 숨이 조금씩 가빠지지만 오솔길 옆에 줄지어 선, 함초롬히 이슬 머금은 관목들이 싱그러운 기운을 전해줘 발걸음은 가볍다. 능선을 따라 20분간 오르면 길은 평탄해지고 눈앞이 탁 트이며 멀리 뾰족하게 솟은 우금산 암봉과 서해 새만금 방조제가 보인다. 40분쯤 더 걷다 보면 비룡상천봉(442m)이 나온다. 하지만 우거진 숲에 가려 봉우리는 볼 수 없다. 그 대신 길섶에 핀 보랏빛 닭이장풀꽃과 분홍색 패랭이꽃이 섭섭함을 달래준다.

   
내변산 8경 중 2경인 직소폭포. '부안 3절'의 하나로 꼽히는 명소다.
다시 20분가량 가면 큰고래등바위에 도달한다. 바로 앞에 동쇠뿔바위봉이 우뚝 솟아 있다. 큰고래등바위가 길게 내리뻗어 동쇠뿔바위봉과 몸을 섞고 있다. 아쉽게도 변산 절경 중 하나인 동쇠뿔바위봉을 지척에 두고도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능선에 올라선 뒤 흩뿌리기 시작한 가랑비의 빗발이 굵어지면서 자욱한 안개가 껴 시야를 가린 탓이다. 30분가량 안개가 걷히길 기다렸다. 동쇠뿔바위봉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안개가 서서히 사라지고 동쇠뿔바위봉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 순간, 소름이 돋는 듯한 전율에 휩싸였다. 활연대오(豁然大悟)란 이런 것일까.

감동에 젖어 10분쯤 걷다 보면 이번 산행 코스의 정상인 서쇠뿔바위봉에 이른다. 서쇠뿔바위봉 전망대 사방으로 펼쳐진 변산의 절경은 장관이었다. 뒤로는 조금 전 떠나온 동쇠뿔바위봉과 큰고래등바위가 손에 닿을 듯하고, 오른쪽으론 하산길에 경유할 지장봉을 비롯한 기암괴봉들이 첩첩 몸을 포개고 있다. 그 뒤로는 고즈넉한 부안댐이 눈에 들어온다. "허, 장가계 같은 절경이 중국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에도 있네. 한국판 장가계, 변가계네." 전망대에서 만난 한 산꾼은 상기된 표정으로 이 같은 탄사를 쏟아냈다.

   
어수대
40분쯤 산을 내려가 도달한 지장봉 전망대에서 또 한 번 변산 절경을 제대로 음미하는 호사를 누렸다. 과연 지장봉은 지장봉다웠다. 석가모니불이 입멸한 뒤 "지옥이 텅 비지 않으면 성불을 서두르지 않겠나이다. 모든 중생이 제도되면 깨달음을 이루겠습니다"라고 서원한 지장보살의 화신을 연상케 했다. 서쇠뿔바위봉 전망대에서 조망한 지장봉은 그리 크지 않아 보였는데, 바로 아래에 서니 그 몸집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지장봉은 내변산의 중심에 서서 중생을 제도하듯 기암괴봉들을 보살피고 있었다.

지장봉을 뒤로 하고 새재에서 왼쪽으로 길을 잡아 30분가량 내려오니 산행 종착지인 청림(靑林)마을이 나타났다. 청림마을은 이름처럼 마을 주위에 푸른 숲이 울창했다. 종착지에서 출발지까지 거리는 2㎞가량으로, 걸어서 40분쯤 걸린다.


◆떠나기 전에

- 내소사 전나무숲길 산책 일품
- 직소폭포 30m 물줄기도 압권

   
지장봉
변산반도는 국립공원인 만큼 볼거리, 즐길거리는 물론 젓갈이 발달한 고장답게 맛깔스러운 먹거리가 풍성하다. 해수욕장이 고사포 격포 변산 상록 위도 모항 등 6곳이나 된다. 절경 내변산을 배경으로 모래사장이 완만하게 펼쳐져 안전하게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67만7000여 ㎥의 광대한 갯벌에 조성된 줄포만갯벌생태공원에는 갈대숲 10리길, 야생화 단지, 바둑소공원 등이 들어서 있다. 백제 무왕 34년(633년)에 창건된 천년고찰 내소사의 전나무 숲길(600m)은 명상을 겸한 산책에 그만이다.

국가 지정 명승 제13호인 채석강은 중생대 백악기 퇴적암의 성층으로 수만 권의 책을 쌓아 올린 듯한 모습이 장관이다. 격포에서 배로 40분 거리에 있는 위도는 홍길동전 율도국의 모델이 된 곳이다. 희귀식물과 각종 바다생물이 가득해 생태탐사와 낚시를 겸한 가족 단위 관광지로 좋다. 변산 8경 중 2경인 직소폭포는 30m 높이에서 쏟아지는 장쾌한 물줄기가 압권이다. 직소폭포는 매창, 촌은 유희경과 함께 '부안 3절'로 불린다. 부안청자박물관에는 고려청자 유물 2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직접 또는 영상을 통해 도자기 제작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곰소에는 천일염과 근해에서 나는 신선한 어패류로 젓갈을 생산하는 대규모 단지가 조성돼 있어 주말이면 관광객이 붐빈다.


◆교통편

- 부산서 직행버스 없어…전주·정읍 경유해야

   
부산에서 부안까지 가는 직행노선은 없다. 부안과 가까운 전주나 정읍에서 갈아타야 한다. 금정구 노포동 부산종합버스터미널에서 전주행 고속버스가 월~금요일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1시간10분 간격으로 모두 10차례, 이어 오후 7시와 밤 10시20분에 1차례씩 운행한다. 주말과 휴일에는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1시간 간격으로 모두 14차례 운행하고 밤 10시20분에도 1차례 이어진다.

사상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정읍행 시외버스가 오전 9시20분, 11시에 2차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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