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은 작지만 알찬 산이다. 높이로 따지면 금오산(468m)과 고위산(494m)의 두 봉우리가 모두 500m가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동서로 4㎞, 남북으로 10㎞ 정도의 산줄기에는 40여 개의 길이 거미줄처럼 구석구석 나 있다. 남산 전체가 야외박물관이란 말이 있듯 100여 곳의 절터와 그에 못지 않은 수의 석불·탑이 있어 문화유산 답사 산행지로도 인기가 높다. 산은 낮지만 산세는 옹골차고 길은 다양하다. 이런 이유로 '산림청 100명산'에도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고도차 많이 나지 않아 체력부담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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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교산 취재팀이 남산 종주 코스의 후반부에 신선암 마애불을 들렀다가 되돌아 나가고 있다.정면 멀리 보이는 봉우리는 토함산이다. |
남산은 등산로가 다양하지만 그런 만큼 문화유적 답사를 우선해 탑골이나 용장골을 거쳐 산행하는 경우가 많다. '근교산&그너머' 취재팀도 그동안 금오산이나 고위산을 연결하는 코스를 소개했다. 이번에는 남산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는 종주 코스를 답사했다. 남산 종주 코스는 북쪽으로 국립경주박물관 가까이 있는 인왕동 상서장을 출발해 금오산을 거쳐 남쪽 끝의 노곡2리까지 이어 걷는다. 산행거리는 10㎞를 넘지만 금오산 남쪽 이영재를 전후한 구간 외에는 전체적으로 고도차가 많이 나지 않으므로 크게 체력 부담 없이 산행할 수 있다.
종주 코스의 아쉬운 점이라면 남산의 산재한 유적을 제대로 감상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아쉬움을 달래려 그나마 답사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보물 제199호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을 들렀다. 또 산행 끝 무렵에는 새갓골 하산길에 경북 유형문화재인 열암곡석불좌상과 몇 년 전 발견된 마애석불을 거쳐 간다.
이번 경주 남산 종주 코스는 상서장을 출발해 경주 남산성~금오정~상사바위~금오산 정상~삼화령·연화대좌~이영재~신선암마애보살반가상~봉화대~열암곡 석불좌상·마애여래입상~주차장~노곡2리마을회관을 거쳐 노곡2리 버스정류장에서 마친다. 전체 산행거리는 14㎞ 정도로 순수 산행시간은 4시간 30분~5시간, 휴식을 포함하면 5시간 30분~6시간 걸린다.
상서장 아래 주차장에서 출발한다. 상서장(上書莊)은 최치원이 시무십여조의 글을 진성여왕에게 올린 곳이다. 주차장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상서장 옆이다. 주차장 쪽 출입구가 잠겨 있을 때가 많으니 이쪽에서 양해를 구하고 들어가 볼 수 있다. 길은 보도블록이 끝나는 곳에서 정면의 돌계단을 오르면 시작된다. '금오봉 4.7㎞' 이정표를 지나면 소나무 숲 속 완만한 오르막이다. 10분 정도 가면 나오는 삼거리에서는 왼쪽이다. 금오산 정상까지는 이정표를 보고 가면 길을 벗어날 염려는 없다.
■종주길 좌우로 토함산·단석산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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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서장을 출발해 종주길 초입에는 울창한 소나무 숲을 지난다. |
삼거리를 지나며 길은 한결 넓고 편해진다. 잠시 뒤 오른쪽으로 전삼화령 갈림길을 지난다. 3~4분이면 왼쪽으로 절골 입구와 보물인 불곡석불좌상 가는 갈림길을 지나 직진이다. 잠시 완만한 길을 걸으면 경주 남산성 안내판이 있다. 길에서는 성의 모습을 알아보기 어렵지만 안내판 뒤로 20~30m 가면 토성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보물인 탑곡마애조상군(500m) 갈림길을 지나며 완만한 오르막이다. 곧 서쪽으로 시야가 트여 눈 덮인 단석산과 낙동정맥 산줄기가 멀리 펼쳐진다. 10여 분을 더 가서 두 번째 남산성 안내판과 표지석을 지나면 포석정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여기서부터는 임도를 걷는다.
왼쪽으로 나무 사이로 조금씩 시야가 열리며 멀리 토함산이 보인다. 10분 정도 걸으면 왼쪽으로 통일전 가는 길이 갈라진다. 금오산은 직진한다. 곧 삼층석탑(620m) 갈림길을 지난다. 30m 정도 더 가면 오른쪽에 금오정으로 가는 길이다. 잠시 들렀다가 간다. 바윗길을 조금 오르면 콘크리트로 만든 금오정 정자다. 동서로 토함산과 단석산, 북쪽으로 경주 시가지가 바라다보인다. 다시 되돌아 나와 완만한 오르막을 잠시 걸으면 상사바위가 나온다. 바위 아래는 아찔한 벼랑이지만 앞쪽으로 서출지부터 뒤로 토함산까지 들판이 펼쳐진다. 여기서 10분 정도면 팔각정터 갈림길을 지나고 잠시 뒤 오르막길이 평탄해지며 화장실 앞 삼거리다. 금오산은 오른쪽 덱 계단으로 오른다.
■신선암 마애불·열암곡 석불좌상 감상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곧 삼릉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정상은 왼쪽으로 밋밋한 오르막을 가면 금방이다. 나무가 둘러싸 조망은 어렵다. 정상석 뒤 오른쪽 약수골 방향으로 20m 정도 가면 조망이 트인다. 종주로는 정상석 뒤 왼쪽 통일전주차장·용장사지 방향이다. 곧 임도와 다시 만나 오른쪽으로 내려간다. 5분 정도면 용장사지 가는 길이 갈라진다. 종주로는 통일전 주차장(3.5㎞) 방향 임도를 따른다. 잠시 뒤 임도 오른쪽에 내려다보이는 계곡이 용장골이고 뒤쪽의 봉우리가 고위산이다. 곧 삼화령 안내판이 서 있다. 안내판 위 솟아 있는 바위가 연화대좌다. 10여 분 내려가 이정표가 선 갈림길에서 임도와 헤어져 천룡사지·칠불암 방향 오른쪽 길로 간다. 급경사 내리막을 가면 이영재를 지나 다시 오르막이다. 10분 가까이 급경사 오르막을 가면 완만해진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20분 정도 걸으면 펑퍼짐한 안부 삼거리다. 오른쪽은 용장계지곡삼층석탑(250m) 방향이고 종주로는 정면 오르막이다.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면 삼거리다. 답사로는 직진하는 오른쪽 길이지만 여기서 잠시 길을 벗어나 왼쪽 칠불암 방향으로 내려간다. 100여 m 가면 벼랑 위 바위에 새겨진 보물 제199호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을 볼 수 있다. 다시 삼거리로 되돌아와 고위산 방향으로 간다. 잠시 뒤 갈림길에서는 고위산 가는 길이 아닌 왼쪽 새갓골주차장(1.95㎞) 방향 오르막으로 간다. 곧 봉화대 아래 삼거리다. 이정표의 새갓골 방향 왼쪽 길로 간다. 무덤이 나오면 '열암곡 석불좌상' 이정표를 따라 왼쪽으로 꺾는다.
얼어붙은 길을 조심스레 내려가면 다시 무덤을 지나 이번엔 오른쪽으로 90도 길이 꺾인다. 완만한 소나무 숲길을 10분 정도 내려가면 왼쪽 산 사면에 열암곡 석불좌상과 복원작업이 진행 중인 마애여래입상을 지난다. 여기서 10여 분이면 숲을 벗어나고 곧 새갓골 주차장이다.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버스정류장과 노곡2리 마을회관을 지나고 4~5분 더 가면 904번 도로와 만난다. 오른쪽으로 100m 정도 가면 노곡2리 버스정류장에 닿는다.
◆떠나기 전에
- '새로 발견된' 70t 무게 새갓골 마애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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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갓골의 신발견 마애불상. |
남산 종주의 마지막은 새갓골로도 불리고 열암곡으로도 불리는 골짜기로 내려온다. 그런데 오래된 지도에는 새갓골의 석불좌상만 표기돼 있지만 최근 발간된 지도에는 '신발견 마애불상'이 추가로 표기돼 있다. 말 그대로 수많은 경주 남산의 불상 가운데 가장 최근에 '새로 발견된' 불상이다.
마애불상의 발견은 석불좌상과 관련돼 있다. 원래 몸체만 있던 것이 2005년 한 답사객이 우연히 계곡에서 불상 머리(佛頭)를 발견했고, 이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복원해 현재 완전한 불상의 모습을 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2007년 5월 복원 발굴 과정에서 석불좌상 옆 산 사면의 마애불상이 발견된 것이다. 60구가 넘는 석불이 있어 야외박물관으로 불리는 남산에서 마애석불 하나 발견한 게 큰 화제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1000년 이상을 땅속에 묻혀 있어 풍화의 영향을 받지 않아 보존 상태가 완벽하기 때문에 가치를 가늠하기 어렵다.
아쉽게도 현재는 보존을 위해 울타리와 차양을 둘러 마애불상의 모습을 볼 수가 없다. 발견되고 5년이 넘었지만 아직 발견 당시의 상태에서 큰 변화가 없다. 이는 높이 5m의 마애불이 새겨진 암석이 앞으로 130도 각도로 넘어져 있는데다 추정한 무게가 70t에 이르기 때문이다. 주변에 소나무가 울창해 헬기가 접근하기도 어렵고 도로에서 멀어 크레인이 접근할 수도 없는 곳이다. 이 마애불을 어떻게 세울지, 옮긴다면 어떻게 어디로 옮길지 관심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교통편
- 노곡리 하산후 506·508번 버스 터미널행
이번 코스는 출발지와 도착지의 거리가 멀어 승용차로 다녀오기는 불편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일단 경주로 가서 상서장까지 가야 한다. 노포동시외버스터미널에서 경주 가는 버스는 오전 5시30분부터 대략 15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면 길 건너편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11번, 600번 버스를 타고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내린다. 박물관 입구를 지나 월성교를 건넌 뒤 왼쪽으로 꺾어 500m쯤 가서 서라벌대로 굴다리를 지나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상서장 주차장이다. 터미널에서 택시를 타면 7000원가량 나온다.
하산한 뒤 노곡2리 버스정류장에서는 506번이나 508번 좌석버스를 타면 경주역을 거쳐 시외버스터미널로 간다. 506번 버스는 종점인 명계에서 오후 4시5분, 6시5분, 8시(막차)에 출발한다. 508번은 종점인 입실에서 오후 3시15분, 5시35분, 7시50분(막차)에 출발한다. 종점에서 노곡2리까지 506번은 10분 정도, 508번은 20분 정도 걸리니 여유 있게 도착해 기다리는 것이 좋다. 경주터미널에서 부산 가는 막차는 밤 9시50분에 출발하고 심야버스가 두 차례 있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