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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724> 보성 초암산

십리능선 철쭉 화원, 유혹하는 `붉은 너울`

제암·일림산 비해 한적한 철쭉 산행지, 산길 임도 합쳐 12㎞… 4시간 원점회귀

급경사 없고 길 순해 가족나들이 적격, 5월 첫 주말 철쭉 만개해 한달간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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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5월이면 많은 산꾼이 '철쭉의 유혹'에 빠진다. 능선을 뒤덮는 그 붉은색 꽃물결 속을 헤엄치는 황홀감은 쉽게 뿌리치기 어려울 만큼 매혹적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웬만큼 알려진 철쭉 명산들은 마치 행군하는 개미들의 행렬을 방불케 할 정도로 넘쳐나는 인파로 인해 철쭉밭이 아니라 쑥대밭이 되기 일쑤다. 주말을 맞아 애써 시간을 낸 산꾼의 입장에서는 철쭉의 붉은 물결에 젖어보기도 전에 사람의 파도에 휩쓸려 지쳐버리곤 한다. 그래서 그나마 덜 알려진 철쭉 명산을 찾느라 많은 정성을 기울이기 마련이다.

   
해발 576.3m인 전남 보성 초암산은 아직까지는 비교적 덜 알려진 철쭉 산행지여서 더욱 매력적이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정상과 철쭉봉 사이의 철쭉 감상 전망대를 지나고 있다.
이번 주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찾아간 전남 보성 초암산(草庵山·576.3m)은 인파로 인한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는 철쭉 산행지다. 2007년 이후 조금씩 알려져서 이제는 제법 지명도를 높이고 있긴 하지만 장흥과 보성 경계에 솟은 제암산과 보성 일림산, 지리산 바래봉, 합천 황매산 등에 비해서는 유명세가 훨씬 덜하다. 게다가 부드럽게 흐르는 유순한 능선을 가득 메운 철쭉밭의 규모는 일림산 제암산 황매산 등에 못지않아 힘들이지 않고, 기분 상하지 않고 한나절 꽃대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전국의 유명 철쭉 산행지 가운데 만개 시점이 가장 빠른 산으로 알려져 있다. 통상 4월 말부터 5월 3일 사이에 초암산 정상부터 만개하기 시작하고 5월 둘째 주에는 철쭉봉에서 광대코재로 이어지는 능선까지 모두 만개해, 장장 4.5㎞나 되는 능선이 '붉은 별천지'로 변한다. 올해의 경우 취재팀이 찾아간 4월 마지막 주에 이제 막 꽃망울이 맺히기 시작하고 있었는데, 그 중 약 5% 내외만 꽃잎을 펼쳤을 뿐이었다. 개화 시기를 가장 잘 아는 인근 주민들은 "올해는 예년보다 만개 시기가 조금 늦춰져서 어린이날(5일)을 전후해 정상 부분부터 만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GPX & GTM 파일 / 고도표 jpg파일
초암산은 해발 500m대의 높지 않은 산이면서 유순한 능선이 포근한 느낌을 주는 전형적인 육산이다. 급한 오르막과 내리막도 없어서 남녀노소 누구라도 느긋하게 산행을 하면서 철쭉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정상부에서 광대코재까지 이어지는 철쭉 능선에서는 시야를 가리는 것이 거의 없어서 광주 무등산, 영암 월출산, 승주 조계산과 인근의 제암산 일림산 등 주요 산들이 모조리 눈에 들어온다. 특히 광대코재에서는 보성만까지 훤하게 조망되기 때문에 풍광도 마음껏 즐기며 산행을 할 수 있다.

산행은 보성군 겸백면 수남리 주차장에서 출발해 이곳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로 진행된다. 전체 걷는 구간은 12㎞가량 되지만, 후반부의 무남이재~수남리 주차장 4.5㎞ 구간은 내리막 임도를 따르기 때문에 실질적인 산행은 7.5㎞ 정도다. 순수하게 걷는 시간은 4시간 정도지만 철쭉꽃밭에서 여유롭게 쉴 요량이라면 넉넉하게 5시간쯤 잡으면 된다.

   
취재팀 답사 시점인 4월말에는 철쭉이 덜 핀 상태다(왼쪽). 초암산 중턱 전망대에서 경관을 살피고 있는 취재팀.
출발지인 수남리 주차장은 최근 깨끗하게 정비된 곳이다. 지난해까지는 초암산이 그렇게 널리 알려진 곳이 아니다 보니 철쭉 절정기에 주차할 곳이 모자라 약간의 혼잡을 빚었지만 이제는 대형과 소형 차량용 주차장이 별도로 완비돼서 사정이 나아졌다. 화장실도 깔끔하게 새로 지어졌다. 화장실 앞 산행안내도를 일별하고 왼쪽으로 길을 잡는다. 이정표는 '초암산 정상 2.1㎞'를 가리키고 있다. 완만하고 부드러운 오르막이다. 5분 후 이정표를 만나면 우측으로 길을 잡고 오른다. 잠시 뒤 진원 박씨 묘를 지나도 순탄한 오르막이 계속된다. 간간이 망울을 터트린 철쭉꽃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걷기 편하도록 깔끔하게 정비된 등산로가 이어진다. 20분쯤 더 걸으면 우측에 집채만 한 바위가 있고 이 바위를 살짝 우회해서 위쪽에 닿으면 마치 자그마한 둥근 바위가 있는 전망대에 닿는다. 가깝게는 출발지인 수남리 주차장 인근의 광양~목포 간 고속도로 건설현장 건너편 방장산(535.9m)과 보성강 저수지가 눈에 들어오고 멀게는 일림산 사자산 제암산 능선도 아련하게 펼쳐진다.

   
일명 부채바위로 불리는 초암산 정상부를 향해 가는 취재팀 주변은 온통 철쭉나무 천지다(왼쪽). 정상으로 향하던 도중에 만나는 일명 '목탁바위'.
곧이어 활짝 핀 산벚꽃을 보면서 평탄한 느낌의 532봉을 살짝 넘는데 높이만 어른 키 2배가 넘는 둥근 바위가 눈에 띈다. 한쪽은 중앙부가 수직으로 갈라져 있고 맞은편은 닫혀 있는 것이 영락없는 목탁을 닮았다. 그래서 취재팀이 '목탁바위'라는 이름을 붙여 본다. 혹시 하고 힘껏 밀어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목탁바위'를 지나고 작은 무덤을 만나면 이후부터 서서히 철쭉군락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이어지는 능선길 역시 순탄함의 연속이다. 그러던 중 갑자기 시야가 탁 트이면서 일련의 바위들이 도열한 초암산 정상이 눈에 들어온다. 정상 주변은 온통 철쭉 천지다. 길은 이미 초록색 잎과 분홍색 꽃망울이 맺혀 있는 철쭉나무의 터널 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광대코재 방향으로 꺾어지는 수남삼거리에서 불과 100m만 가면 정상이다. 정상에서 북동쪽으로 보면 철쭉봉과 광대코재로 이어지는 능선에 철쭉나무가 빼곡하다. 5월 초에 만개하면 능선은 붉은 물결로 넘쳐날 것이다. 동남쪽에는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유명한 주월산(557m)도 눈에 들어온다. 정상 너머 널찍한 헬기장에 2009년에 제작된 철쭉제 제단이 마련돼 있다.

   
무남이재 인근 인공 조림지인 윤제림 숲길.
정상에서 광대코재 방향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로 되돌아와서 왼쪽 광대코재 무남이재 방향으로 간다. 본격적으로 철쭉능선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5분 후 원수남삼거리를 지나 직진하면 정상부 주변의 철쭉밭을 앉아서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한 긴 의자 6개가 설치된 철쭉전망대(535.1봉)을 지난다. 대체로 평탄한 길이 이어지고 밤골재 삼거리를 지나 오르막을 탄다. 잠시 철쭉밭이 끊어지는가 싶더니 곧바로 해발 604.6m인 철쭉봉에 닿자마자 다시 한 번 펼쳐지는 광활한 철쭉 능선에 입이 턱 벌어질 지경이다. 누군가 "철쭉밭 규모는 황매산보다 광활하다"고 하던 말이 적어도 허언은 아니었음을 실감케 된다. 초암산 일대의 철쭉 군락지가 자생적으로 생겨났다기보다는 일부러 조성한 측면이 없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철쭉봉이라는 이름 역시 그렇게 오래된 명칭은 아닌 듯하다.

   
헬기장이기도 한 철쭉봉 정상에서 초암산 정상부는 물론이고 무등산 월출산 제암산 일림산 조계산 존제산의 모습까지 가슴 속 필름에 담은 뒤 우측 광태코재 방향으로 길을 이어간다. 이정표는 '광대코재 2.4㎞'를 가리킨다. 끝도 없을 것 같은 철쭉밭의 연속이다. 50분 후에 닿은 광대코재는 호남정맥에 합류되는 지점이다. 정맥 종주꾼들이 붙여 놓은 안내리본 수십 개가 나부끼고 있다. 진행 방향은 우측 내리막으로 꺾어 떨어져야 하지만 잠시 광대코재 만당에 올라서 보성만과 고흥반도와 주변 산세를 살핀 후 무남이재 방향으로 내려선다. 초반에는 경사가 제법 가파른 듯하지만 이내 순한 내리막으로 변한다. 20분가량 여유 있게 내려서면 임도에 등산안내판이 설치된 무남이재다. 직진해서 다시 오르막 산길을 타면 주월산과 방장산을 거쳐서 원점회귀 산행을 이어갈 수 있지만 취재팀은 무남이재에서 임도를 따라 출발지로 향한다.

삼나무 편백나무 참나무 등이 자라고 있는 인공 조림지인 '윤제림'이 주변을 감싸 안아주는 까닭에 호젓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20분가량 가서 만나는 고속도로 터널 공사장이 나타나면서 분위기를 조금 망치기는 하지만 들머리인 수남주차장까지는 20분만 더 가면 된다.


# 떠나기 전에

- 4~8일 열리는 보성다향제 들러볼 만

전남 보성은 녹차의 고장이다. 또한 철쭉의 고장이기도 하다. 보성과 장흥 경계에 있는 제암산과 보성 녹차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일림산, 그리고 이번 주에 소개한 초암산 등 해발 500~700m대 산들이 철쭉 산행지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녹차와 철쭉. 이 두 가지 식물이 남도의 평범한 시골 지역을 국민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고장으로 변모시켰다. 4일부터 8일까지 제37회 보성다향제가 보성녹차밭 일원에서 개최된다. 이 기간에 초암산 철쭉제도 함께 열리기 때문에 찾아온 손님들에게 보성의 다양한 매력을 동시에 보여줄 예정이다.

한편 초암산의 옛 이름은 금화산(金華山)이다. 산 중턱에 있었던 백제 고찰 금화사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하지만 현재는 절터만 남아 있을 뿐이다. 꽃잎을 먹을 수 있는 진달래는 '참꽃'으로 불리는 반면 철쭉은 독성 때문에 먹지 못한다고 해서 '개꽃'으로 불린다. 그러나 이 개꽃의 꽃말은 의외로 낭만적이다. 바로 '사랑의 즐거움'이라는 꽃말을 갖고 있다.


# 교통편

- 대중교통 불편… 순천 경유 2번 국도 이용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성 초암산 산행을 하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아 자가용을 이용하자. 남해고속도로 순천IC에서 내린 후 순천 시내로 진입, 순천만 방향으로 가다가 2번 국도를 만나면 보성 벌교 방향으로 우회전한다. 10분 후 삼거리에서 다시 보성 벌교 방향으로 좌회전, 계속 2번 국도를 탄다. 벌교를 지나 보성 방향으로 가다 보면 군두사거리에서 우회전, 845번 지방도를 타고 겸백 방향으로 간다. 오도재를 넘어 4㎞쯤 가면 광양~목포 간 고속도로 공사장이 있는 다리를 건너자마자 우측 수남리 방향으로 진입한다. 5분만 가면 산행 들머리인 수남리 주차장에 닿는다. 소요시간은 고속도로 휴게소 10분 휴식 포함해 2시간40분 걸린다.

문의=주말레저팀 (051)500-5169,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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