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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정의 무기력 대폭발 <1> '위선'보다 '위악'이 낫다

활력 잃은 세상에 불온한 침을 뱉어라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4-03-03 19:00:11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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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의 신화 '섹스 피스톨즈'. 유니버설뮤직 제공
본지는 4일부터 '장현정의 무기력 대폭발'과 '경계의 인문학:로컬리티·시간·공간' 시리즈를 격주로 연재한다. 호밀밭 출판사 장현정 대표가 쓰는 '장현정의 무기력 대폭발'은 부산의 대중음악 및 록음악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의 단면을 통찰하고 부산참여연대 부설 (사)부산시민사회리더십교육센터 배윤기 소장은 '경계의 인문학:로컬리티·시간·공간'에서 경쟁과 적대의 레드오션(red ocean) '그 너머'를 사유함으로써 삶의 무늬를 창조적으로 그려나간다.

- 무능력하지 않으려 무기력한 삶을 선택하는 우리 사회
- 규범·품격 집어던지고 펑크음악 같은 독설과 반항을 …

나는, 우리가 사는 지금의 한국 사회를 '무기력(無氣力) 사회'라고 부른다. 피상적으로만 보면 역사상 어느 시기보다 역동적인 사회이긴 하다. 하지만 사회가 격변할수록 구성원들 각자의 일상은 꼭 그만큼 피폐해지기에 십상이다.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느라 한정된 에너지를 소모하다 보면 사람들은 내면의 삶이나 소소한 일상생활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게 된다. 그저, '무능력'한 사람으로 취급받지 않기 위해 저 자신의 삶에는 소홀한 '무기력'한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회…. 하지만 이 위선(僞善)은 비참하다.

■무기력한 시대에 출현한 펑크 음악의 통쾌한 한 방!

펑크(punk) 음악이 출현한 1970년대 중반 영미권 사회는 지금 우리 사회와 상당히 비슷한 점이 많았다.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라는 도발적인 이름의 록밴드가 데뷔한 1975년, 영국은 10년에 걸친 경제 불황에 120%라는 살인적인 실업률로 신음하고 있었다. 특히 청년실업률은 200%를 넘어섰다. 직장을 다니던 청년들마저 쫓겨나고 있었다는 의미다. 청년들의 박탈감은 컸고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도 극에 달했다. 이 해는 또한, 마거릿 대처가 여성 가운데 최초로 영국 보수당 당수로 선출된 해이기도 했다. 4년 뒤 그녀는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에 취임한다.

이처럼 경제 불황을 중심으로 고용불안 등 사회 전반의 불안요소가 급증하고 더불어 정치적으로는 보수적 흐름이 뚜렷해진 시기에 나타난 이 네 명의 악동은 기존 제도권에 대한 신랄한 독설과 철저히 반골적인 태도로 정치 경제는 물론 문화, 일상적으로도 거대한 혁명과도 같은 기폭제가 되어 영국 사회는 물론 당대를 뒤흔들었다.

이들이 사회에 대한 자신들의 분노를 드러내기 위해 택한 방식은 '위악'(僞惡)이었다. 권위와 품격 같은 말을 들먹이면 경기를 일으켰고 있는 힘껏 기존의 문화와 제도를 부정했으며 록음악이 가진 최소한의 규범마저 무너뜨리고 의도적으로 조악한 사운드를 냈다. 어른들이 보면 기절초풍하기 딱 좋을 의상과 헤어스타일, 난무하는 욕설과 관객에게 침 뱉기는 예사인 무례하기 짝이 없는 무대매너로 시종일관했으니 당연히 기성세대가 이들을 달갑게 여길 리 없었다.

'죽기엔 너무 젊고, 살기엔 너무 타락해버렸다!' (Too Fast to Live, Too young to Die)

'누구나 할 수 있다!' (Anyone can do it)

'네가 직접 해라!' (Do it yourself)

섹스 피스톨즈는 3년이란 짧은 활동시기에도 영화, 패션 등 대중문화계는 물론 독립문화, 인디문화, 아마추어리즘, DIY 등 이후 나타난 문화적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1986년, 영화 '시드와 낸시'를 통해 알려진 유명한 문구, 'Too fast to Live, Too young to Die'(죽기엔 너무 젊고, 살기엔 너무 타락해버렸다)는 지금도 전 세계 젊은이에게 경구가 되고 있으며 언더그라운드 록의 시작이라 평가받는 이들의 태도는 그대로 1980년대 말, 미국의 '너바나'(Nirvana)와 같은 밴드를 통해 다시 한 번 전 세계 젊은이를 사로잡기도 했다.

1970년대 오리지널 펑크의 철학과 태도를 가장 잘 계승한 것으로 평가받는 너바나의 밴드명이 '열반'이란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데, 그래서 나는 여러 측면에서 펑크가 매우 불교적인 철학을 가진 음악이라고도 보고 있다. 실제 이들로부터 파생된 '누구나 할 수 있다', '네가 직접 해라'라는 태도와 철학은 그대로 불교적 철학과도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이들이 한결같이 무정부주의를 주장한 이유도, 그것이 비록 이상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각 개인의 자발적 의지로 시작되지 않는 혁명이란 모두 가짜라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었으리라.

■러브 송을 부르는 부산 사나이 김일두의 '문제없어요'

기본적으로 무정부주의를 주장하는 펑크 음악은 우리에게 '권력'(power)과 '활력'(vitality)의 차이에 관해 생각하게 한다. 이탈리아 정치학자 안토니오 네그리는, 개인의 집합인 '다중(多衆)'이 없는 사회적 변화를 생각할 수 없으며 이들이 가진 활력이야말로 사회운동의 필요조건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활력이란 다름 아닌 생의 에너지다. 네그리는 이 활력을 '현행적인 것'(the actual)으로 바꾸는 것을 권력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논의를 참고하자면 개인의 활력에 기반을 두지 않은 권력이란 독재와 같은 폭력이거나 판타지로서의 권력에 다름 아닌 게 된다. 이는 내가 사회학을 가르치며 사회적 힘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역설적으로 사회적 관계에서 벗어난 개인들의 힘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주목하는 뮤지션이 있다. 러브 송을 부르는 부산 사나이 김일두다. 위악을 기본 태도로 하는 펑크 뮤지션이지만 그의 위악은 한 단계 진화한 것처럼 보인다. 그는 '문제없어요'라는 곡에서 노래한다.

"그 어둡고 칙칙한 공간에서/당신의 수수함은 횃불 같아요/눈 오는 이 밤, 세상의 엄마들 다음으로/아름다운 당신과 사랑의 맞담배를 피워요/당신이 이혼녀라 할지라도 난 좋아요/가진 게 에이즈뿐이라도 문제없어요/그게 나의 마음/당신이 진심으로 원한다면 담배뿐 아니라 로큰롤도 끊겠어요/15번 버스 타고 특수용접 학원에도/지하철 타고 대학입시 학원에도 다닐 거예요/그대가 날 사랑해준다면"

우리는 어쩌면 지나치게 '권력'에 주목하느라 '활력'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아 왔는지 모르겠다. 누군가 사랑해주지도 않는데 알아서 로큰롤도 끊고 대학입시 학원에도 다녔던 것은 아닐까. 지금까지와는 다른, 어떤 불온한 에너지가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로큰롤은, 김일두의 노래처럼 날 사랑해주는 그대가 나타나 진심으로 원할 때 끊어도 되지 않을까. 그때까진 좀 더,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힘껏 굴려 봐도(로큰롤) 좋겠다! 


# 펑크의 신화 - 신동

■ 섹스 피스톨즈, 그리고 김일두

   
부산 출신 인디 뮤지션 김일두. LIG문화재단(사진 김상협) 제공
'섹스 피스톨즈'는 단 한 장의 정규 앨범, 3년의 짧은 활동에도 펑크의 신화가 되었다. 보컬이었던 자니 로튼이 1978년 "섹스 피스톨즈 역시 다른 성공한 록밴드처럼 변질했다"고 비난하며 결성 3년 만에 탈퇴하면서 공식 해체됐고 이듬해인 1979년 가장 펑크 정신을 잘 구현한 인물로 평가받는 베이시스트 시드 비셔스가 헤로인 중독으로 겨우 20세에 사망해 신화가 됐다. 2006년 2월 많은 뮤지션이 갈망하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오르게 되지만, 이를 거부하며 '우리는 당신들의 원숭이가 아니다', '로큰롤 명예의 전당은 사실은 로큰롤 수치의 전당이다' 등 독설을 퍼부으며 철저한 반골 기질을 보여준 바 있다. 제도권에 대한 통렬한 공격은 물론, '무정부주의적' 태도를 시종일관 견지했던 그들은 한 명만이 도드라지는 기타 솔로를 없애버리고 모든 연주자가 똑같이 단순한 가사를 반복하는 등 음악적 형식에서도 자신들의 정체성을 일관되게 드러냈다.

   
김일두는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펑크밴드 지니어스(Ginius)의 리더이다. 지난해 솔로 앨범을 냈으며, 최근 가장 주목받는 부산 출신 인디 뮤지션으로 수많은 마니아 팬이 따르고 있다. 올해 지니어스의 1, 2, 3집을 동시에 발매한다는 전무후무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 2월 자신의 잡문집 'KIM met JOHNNY'를 부산의 젊은 디자인그룹 '그린그림'과 함께 작업해 발간했다.

호밀밭 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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