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산 김정한(사진) 소설 전집이 마침내 나왔다. (사)요산기념사업회(이사장 정흥태)는 부산을 대표하는 문학인 요산 김정한(1908~1996) 선생이 생전에 발표한 소설 56편을 모두 담아낸 '김정한 전집'(전5권·작가마을)을 최근 출간했다.

기념사업회는 부산 문학계의 오랜 바람이던 김정한 소설 전집을 완간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요산 탄생 100주년이던 지난해 2월부터 작업에 들어가 결실을 보게 됐다. 전집 발간 실무를 맡은 사람은 국내 최초로 김정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소설가 조갑상(경성대 국문과), 원전비평에 조예가 깊은 문학평론가 황국명(인제대 한국학부) 교수, 문학자료에 대한 실증적 판별이 전문인 문학평론가 이순욱 경남대 연구교수 등 3명.

황국명 교수는 "최초이고 유일한 정본 전집이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했다. 그동안 창비 등 국내 여러 출판사들이 요산 선생의 작품집을 펴냈다. 황 교수는 "그러나 그 책들은 모두 요산 선생의 작품 일부를 골라 실은 선집이었다"고 밝혔다. 조갑상 교수는 "특히 이 전집은 요산이 최초로 지면에 발표했던 게재본을 기준 삼아 기존 작품집들의 오류를 바로잡고 지역 고유어를 분명하게 해설해 작가가 애초 표현하고자 했던 내용과 의도를 가장 충실하게 반영하고자 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정한 전집'

이 과정에서 발표 이후 선집 등에 수록되지 못하고 잊혀져 갔던 작품들도 다수 빛을 보게 된 것도 뜻깊은 성과로 꼽힌다. 원본 확보-입력-교정-교열-어휘풀이 작성-원본 대조 등 까다로운 절차를 감당해낸 실무진 못지 않게 기념사업회의 재정적 뒷받침도 지역사회의 문화 후원이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사례를 남긴 것으로 평가된다.

기념사업회 측은 전집 제작비 총 7600만 원 가운데 부산시문화예술진흥기금과 부산은행의 후원금을 제외한 5500만 원을 이사진의 기부금으로 충당했다고 밝혔다. 정흥태 이사장은 "요산 선생의 문학세계를 알 수 있는 기초자료를 시민과 예술계가 접할 수 있게 돼 보람이 크며 편집진과 이사진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집은 2000질을 발행해 500질을 도서관과 공공·문화기관에 배포하고 1500질은 서점을 통해 일반에 판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