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0일부터 12월 30일까지 동아대학교 박물관 서화실에서 동궐전이 전시되었다. 동궐이란 경복궁(景福宮)의 동쪽에 있다 하여, 창덕궁(昌德宮)과 창경궁(昌慶宮)을 이르는 말이다. 창덕궁은 1405년 경복궁의 이궁으로 창건되었고, 창경궁은 1484년 정희왕후, 안순왕후, 소해왕후를 모시기 위해 건립되었다. 동궐은 조선 태종부터 마지막 황제인 순종이 대조전에서 승하할 때까지 가장 오랫동안 왕실과 생사고락을 함께해온 궁궐이다.
경복궁은 1395년에 창건된 조선 최초의 궁궐이자 법궁(法宮)으로 도성의 북쪽에 있다하여 북궐이라 부른다. 임진왜란으로 전소된 경복궁은 소실 된 지 약 270년이 지난 1867년 흥선대원군에 의해 다시 세워졌다. 때문에 임진왜란 이후의 왕들은 다른 궁을 이용했다.
동궐도는 천지인 3건이 제작되었고, 현재 동아대학교 박물관과 고려대학교 박물관에 각 한 건씩 소장돼 있다. 이번에 동아대학교 개교 66주년 기념 고려대학교 박물관 교류전인 동궐전에는 동아대학교박물관이 소장하는 16폭 병풍 형태의 동궐도와 16폭 화첩 형태의 원본 그대로인 고려대소장본이 나란히 전시되었다. 한 폭씩 접이 형태로 만들어 진 고려대 소장본은 청색 표지에 ‘東闕圖’이라는 표제가 쓰여 있다. 동아대 소장본은 天 또는 地중 하나일 것으로 추정한다.
동궐도(국보 제 249호) 왼쪽에 창덕궁, 오른 쪽에 창경궁이 배치돼 있는데 궁궐 주변으로 숲이 우거져 있다. 동궐도는 마치 현대의 항공촬영법을 사용한 것처럼 공중에서 내려 본 것처럼 그린 부감법에 의해 그려졌으며, 그림이 정면을 향하지 않고 사선으로 그렸다. 뿐만 아니라 자로 그은 듯이 곧고 바르게 묘사했으며, 건물마다 이름을 써 넣는 등 정확하게 표현했다.
어진 정치라는 뜻을 가진 인정전은 창덕궁의 법전이다. 이곳 인정전에서 왕의 즉위식, 결혼식, 세자책봉식, 문무백관의 하례식 등 공식적인 국가 행사가 행해진다. 외부는 2층 건물로 보이나 내부는 1층 통구조로 되어 있는 인정전의 넓은 마당은 조회가 있었던 뜰이란 뜻으로 조정(朝廷)이라고 부른다.
세자의 공간이었던 중희당 마당엔 풍기대, 해시계 받침대, 측우기, 소간의 등 각종 과학기구가 그려져 있다. 이는 그 당시 장차 임금이 될 세자에게 엄청난 조기교육이 행해졌음을 말하고 있다. 문정전은 사도세자가 뒤주 속에서 죽는 역사의 장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사도세자가 죽을 당시 몸이 많이 비대해서 뒤주에 들어가질 않자 큰 뒤주를 가지고 왔다는 야화도 전하는 곳이기도 하다.
동아대학교 박물관 소장 동궐도와 고려대학교 박물관 소장 동궐도는 같은 시기에 같은 밑그림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세부적인 표현에서 작은 차이점을 나타내고 있다. 색의 옅고 짙음, 나무의 종류, 건축물의 계단, 바닥 돌의 모양, 담장의 형태 등 서로 다른 부분을 찾는 것 또한 빼 놓을 수 없는 재미다. 이러한 차이점은 동궐도 오른쪽에 설치해 놓은 영상을 통해 하나씩 찾아 볼 수 있다.
궁궐 주변으로 빼곡하게 들어선 나무와 정자, 후원은 가능하면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며 궁궐을 지었던 조상의 지혜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동궐도 하나만 보고 있어도 몇 날 며칠을 볼 것 같다. 동궐도 속의 건물 하나하나에 얽힌 이야기들, 영조와 장독간의 비화, 장독간도 서열이 있다는 것, 궁궐 화장실은 어디쯤일까 등 몇 번이나 가보았던 희미한 기억을 동궐도 속에 풀어 놓지만 찾아도 끝이 없는 마치 천일야화 같은 그림이다.
교대시간도 마다하고 설명해준 도슨트 손혜원씨가 있어 더욱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동궐도 여행이었다. 전시 마지막 날, 마지막 시간에 찾아가서 다시 보러 올 기회는 없겠지만 조선을 생각하면 손혜원씨가 설명해준 멋진 역사와 야화와 함께 동궐도가 떠오를 만큼 진한 감동을 가져다준 특별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