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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의 오션월드<35>낙지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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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의 오션월드

<35>낙지잡이

땅끝 마을 전남 해남 갯벌을 지나다 큼직한 양은 주전자를 들고 낙지잡이에 나선 아낙을 만났다. 낙지는 펄 속에 몸을 숨기고 있어도 숨은 쉬어야 한다. 이때 내뱉는 물은 뽀얗게 솟아오르며 흔적을 남긴다. 이 구멍을 부럿(숨구멍)이라 부른다. 아낙은 신중하다. 부럿 주위에는 구멍 여러 개가 연결되어 있는데 어설프게 건드렸다가는 연결되어 있는 다른 구멍으로 숨어 버리기 때문이다. 조금씩 호미로 부럿 입구를 넓힌 아낙이 손을 밀어 넣는데 순식간에 어깨까지 쑥 들어간다. 불의의 습격을 받은 낙지는 한동안 요동을 쳐보지만 주전자 속으로 던져지자 체념한 듯 조용해진다. 이렇게 맨손으로 잡은 낙지를 ‘손낙지’라 하며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낙지는 맨손으로 잡는 방식 외에도 통발, 낚시, 가래, 횃불 등을 이용해서 잡는다. 이를 각각 통발낙지, 낙지주낙, 가래낙지, 홰낙지 등이라 한다.



밤바닷속에서 만난 낙지의 모습이다. 야행성인 낙지는 밤이 되면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전남 해남 갯벌에서 만난 아낙이 잡아 올린 낙지를 들어 보이며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통발낙지’는 수심이 깊은 곳에 칠게 같은 미끼를 넣은 통발을 이용해 낙지를 유인해 잡는 방식이다. 낚시로 낙지를 잡는 방법을 ‘낙지주낙’이라고 한다. 낙지주낙은 주로 전남 서남해역의 갯벌이 발달한 곳에서 이루어진다. 수평으로 긴 줄을 쳐놓고 그 아래로 1~2m의 줄을 일정한 간격으로 달아서 낙지를 잡는데 미끼는 역시 칠게 등을 사용한다.

‘가래잡이’는 가래를 이용한다는 차이는 있지만 갯벌에서 낙지 숨구멍을 찾아 직접 잡아낸다는 점에서 맨손 어업에 속한다. ‘홰낙지’는 야행성인 낙지의 특성을 이용한 것으로 횃불을 들고 조간대를 다니면서 불빛에 끌려온 낙지를 잡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서치라이트 등을 이용해서 낙지를 잡기도 한다.



갯벌로 나선 아낙들이 가래를 이용해 낙지를 잡고 있다.


●생태적 특징

연체동물 문어목 문어과에 속하는 낙지는 갯벌이나 조간대 하부에서부터 수심 100m 안팎의 깊이까지 서식한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연해에 주로 분포하며,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전라남·북도 연안에서 많이 잡힌다. 낙지는 야행성이다. 밤이 이슥해지면 해안의 바위 사이나 개펄로 기어 나와 새우 게 굴 조개 작은 물고기 등을 사냥한다. 이런 낙지를 관찰하는 것은 갯벌 체험의 또 다른 묘미이다. 랜턴이나 횃불을 들고 갯벌로 나서면 낙지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이 굴이나 조개 양식장을 덮치면 낭패다. 활발한 먹이 활동으로 어민에게 큰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낙지는 산란한 알을 갯벌이나 진흙 속에 붙여 놓는다. 부화까지는 100일이 걸린다. 어미는 그동안 먹이 사냥을 멈춘 채 알에 붙어 있는 이물질을 떨어내어 산소 공급이 잘 될 수 있도록 알을 흔들어 주며 돌본다.

낙지 암컷과 수컷은 비슷한 구조이지만 수컷의 다리는 암컷보다 크고 두껍다. 좌우대칭으로 4개씩 있는 다리 중 뭉뚝하고 짧은 오른쪽 세 번째가 교접완이다. 정포낭이 이 교접완의 관을 타고 가서 암컷의 나팔관에 다다른다. 수컷과 달리 암컷은 다리 끝이 모두 뾰족하다. 낙지는 산란해 번식에 성공하고 나면 죽는다. 그래서 대개 생애 주기가 1년이다. 생식하지 못할 경우 다음 해까지 산다. 오래 살아 크기가 큰 개체는 생식을 못 했을 경우로 추정할 수 있다.



낙지는 다리를 포함한 몸통 길이가 30㎝ 안팎으로 문어보다 작다. 여덟 개의 다리는 몸통 길이의 3배 정도이며 각각의 다리에는 1~2열의 흡반이 달려 있다. 낙지의 몸빛은 일반적으로 회색이지만 오징어나 문어처럼 외부의 자극이 있으면 검붉게 변한다.




●음식으로서의 낙지

『자산어보』에도 맛이 달콤하고 회, 국, 포를 만들기 좋다고 한 것으로 보아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낙지를 즐기며 다양한 요리를 개발해왔다. 회, 숙회, 볶음, 탕, 산적, 전골, 초무침, 구이에서부터 다른 재료와 궁합을 이룬 갈낙(갈비살과 낙지), 낙새(낙지와 새우), 낙곱(낙지와 곱창)이 개발되었고, 지역에 따라서는 그 지명을 붙여 조방낙지, 무교동낙지, 목포 세발낙지 등이 등장했다. 조방낙지는 일제 강점기 지금의 부산 자유시장 자리에 있던 조선방직 인근의 낙지 집에서 유래했다. 당시 근로자들이 하루의 피로를 얼큰한 낙지볶음으로 달랬다고 한다. 이후 이 일대에 낙지 거리가 형성되면서 부산의 명물이 되었다.



낙지는 모든 요리에 어울린다.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낙지밀국, 낙지해물탕, 낙지구이, 호롱낙지, 연포탕, 낙지탕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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