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다문화 시대를 말하다 <38> 유학생 우영옥

"유학생활 힘들지만 내적 성장 이뤄 행복"

통역 일로 회사 찾았을 때 사장은 결혼이주여성으로 오해

선배의 고된 아르바이트 경험…내게 동기부여, 큰 힘이 돼

고난 이기고 고향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 밝힐 것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2-02 21:29:57
  •  |  본지 22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최근 통역 일로 한 회사를 찾았을 때다. 사장은 나에게 한국에 결혼하러 온지 얼마나 되었느냐고 물었다. 나는 공부하러 왔으며, 현재 대학원 석사과정을 이수 중이라고 대답하자 사장은 아주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요? 베트남 아가씨도 여기서 공부하는군요. 유학생활 많이 힘들죠?"

집으로 가는 길에 그 말을 한참 생각했다. 한국 사람들은 한국에 온 베트남 사람이면 근로자 또는 결혼이주여성으로만 인식하는데 유학생이란 이미지는 아직 낯설 것이다. '유학생활이 어떻느냐'는 질문에 한 마디로 답하긴 어렵다. 그래서 이에 대한 답변을 평소 존경하는 선배의 일기로 대신한다. 이 일기는 처음 한국에 온 내게 많은 동기 부여를 제공했고 지금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유학은 단지 더 좋은 곳,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는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녹록치 않다.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기술과학 전공 친구들은 아침부터 다음날 새벽 1~2시까지 연구실에 갇혀 있어야 한다. 인문·사회과학 쪽에는 거의 장학금 혜택이 없어 대부분 학생들은 가족의 지원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아르바이트 종류는 다양하다. 공장 일을 하는 경우도 있고 주방이나 주유소에서 일하는 친구들도 있다. 운이 좋으면 베트남어 과외나 통역, 번역하는 일도 있는데 이런 '고급' 일감을 찾기란 쉽지 않다. '나의 아르바이트 역사'를 통해 나는 너무 힘들었지만 소중한 경험을 얻었다.

한국어를 거의 몰랐던 초기에 나는 공장 일을 했다. 의류 공장이었다. 오전 6시에 일을 하러 나가야 했고, 하루 종일 아주머니들과 함께 옷을 분류하고 다림질을 하는데, 짐을 실을 때도 있었다. 하루 10t 정도 짐을 창고에서 컨테이너까지 옮겨 싣는 것은 예사였다. 퇴근해 집에 가면 온몸이 아팠고 책을 들고 몇 문장만 읽다 곯아떨어지기 일쑤였다.

이런 여건은 그나마 나았다. 일을 찾지 못할 때면 돈 걱정하는 장면이 꿈속에도 나타났다. 어쩔 수 없이 3D(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업종에 뛰어들었다. 도로공사장에서 흙을 파고 돌을 실었으며, 연탄을 파는 차량을 타고 부산 교외를 헤매고 다녔다. 어느 날 가난한 할머니 집에 연탄을 배달하러 갔는데 80세의 할머니는 홀로 살고 계셨다. 내가 베트남 유학생인 줄 알게 된 할머니는 1만 원과 과일캔 한 통을 건네주셨다. 달리 거절할 방도를 몰라 받았는데 그 할머니의 배려를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중략)

외국에 나가면 세계무대 속 조국의 위상을 오히려 쉽게 볼 수 있다. 베트남은 식민지 속박을 타파한 것을 자랑스러워하지만 독립한 지 40년도 채 안 되었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가끔 위대한 호치민 주석의 말씀을 떠올린다. '우리 민족은 승리의 영광을 얻을 수 있는지, 세계 최고의 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지 모두 자네(베트남 청소년)의 학습에 의하는 것이다'. 선대는 피와 눈물로 나라의 자유를 찾았는데 우리는 그 자유를 지키며 나라를 건설하는 책임을 맡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선대 앞에 창피할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비웃음도 받을 것이다.
삶은 고난의 연속이지만 나는 그 삶의 아름다움을 날마나 느끼고 싶다. 오늘의 행복은 어제의 어려움을 이겨낸 결과인 것이다. 이렇게 스스로 채찍질하면서 나는 삶의 가치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내게 도전을 줘서 감사하고 나 자신에게 스스로 개발하는 기회를 주고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게 해줘서 감사하다!

'흙은 흙으로, 재는 재로, 먼지는 먼지로 돌아가리라'라는 구절이 있는데, 나는 내가 먼지라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 나는 먼지가 아닌, 햇빛이 되고 싶다. 유익하고 따뜻한 햇빛으로 새로운 세상을 밝힐 것이다.'



누구나 스스로 선택한 길이 있다. 그 길을 끝까지 가는 사람이 있고 너무 힘들어 중도에 포기하는 이도 있다. 나는 가끔 '내가 여기에서 무엇을 찾고 있는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고생하는가'라고 자문해본다. 한국에 오기 전 공항에서 어머니가 하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무슨 일을 하기 전 엄마의 딸이라는 것, 베트남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어떤 도전이 있어도 좌절하지 않을 거야. 엄마는 널 믿어!"라고. 그래, 나는 한국에서 공부하며 내적 성장을 느낄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 그리고 나도 선배처럼 작은 햇빛으로 내 고향,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을 밝히고 싶다.

부산대 국어교육과 대학원 석사과정·베트남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건강한 부산을 위한 시민행동 프로젝트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