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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 스님의 쉽게 읽는 불교경전 <12> 미란타왕문경

인생의 많은 의문 시원하게 풀려

삶과 철학 그리고 종교까지

미란타왕의 날카로운 질문과 나가세나 존자 명답 담은 경전

여섯빛깔 문화이야기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3-26 20:57:19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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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타왕과 나가세나 존자의 문답을 기록한 미란타왕문경(彌蘭陀王問經). 사진은 진관사에 있는 나가세나상.
사람은 죽으면 어떻게 될까? 윤회는 있을까, 없을까? 영혼은 있을까? 나는 누구인가? 왜 사람은 똑같지 않고, 어떤 사람은 장수하고 어떤 사람은 단명하며, 어떤 사람은 가난하고 어떤 사람은 부자일까? 세상과 인생에 대해 갖게 되는 의문은 많고도 많을 것이다. 날마다 의문들이 생겨날 것이고, 그 의문들은 채 풀리기도 전에 우리들을 스쳐 지나가 버리기 일쑤다. 그러나 결코 내 마음을 떠나지 않고 나를 사로잡는 의문이 있다면 이 인생이야말로 비로소 출발선에 섰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쫓기듯 살면서 삶의 의미를 한번 진정으로 생각해 보지도 못하고 한평생 삶의 언저리에서 서성이다 바쁜 걸음으로 삶의 본질을 스쳐 지나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물고도 다행스럽게 인생의 의문에 사로잡힌 사람이 있다면 읽길 권해주고픈 경전이 있다. '미란타왕문경'이 그것이다. 경이라고 되어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대론서이다. 기원전 150년께, 서북인도를 지배한 그리이스 왕 메난드로스(인도명 미란타)와 불교경전에 정통한 학승 나가세나(나선비구) 사이에 오고 간 대화로 이뤄져 있다. 그 시대를 살았던 뛰어난 지성인의 대화로 이뤄진 이 논서는 삶과 불교 전반에 대한 간단명료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 외에도 당시 동서 사회의 가치관이나 종교관을 비교 연구하는 자료로서의 가치도 높다.

미란타왕문경에서 날카로운 질문 공세를 펴는 이는 미란타왕이다. 미란타왕은 학식이 높고 깊어 아무도 왕과의 대화에서 이겨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자 왕은 세상의 모든 학자나 학문을 무시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러나 고승 나가세나 존자를 만나 불꽃 튀는 논쟁을 거듭한 끝에 3일만에 제자가 된다. 그리고 영혼론, 윤회의 주체와 선악 업보의 문제, 개체의 구조, 심리현상, 해탈, 열반에 대해 예리한 질문을 하며 답을 구하게 된다. 그런데 미란타왕의 질문 하나 하나가 현대인의 궁금증을 족집게처럼 집어내고 있다. 서양적 가치관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서양적인 사유를 대표하는 미란타왕의 질문들은 지금 들어도 전혀 낯설지 않으며 '바로 내가 궁금해 하던 것이야'하고 공감할 만한 것들로 가득하다.

특히 불교 교단에서 중요시되는 교리들인 선악업보론, 윤회론, 해탈 열반론, 아라한론, 재가자론 등이 모두 언급돼 있는데 초보자도 쉽게 이해하도록 간명하게 답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미란타왕문경에 담긴 미란타왕의 날카로운 질문과 그 질문에 풍부한 비유와 예화로 이해시키고 있는 나가세나 존자의 답변은 시대를 뛰어넘어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하다. 알지 못하는 것을 묻고 알아가려는 미란타왕의 자세와, 알고자 하는 이에게 보다 쉽고 간명한 답을 주려고 하는 나가세나 존자의 열린 대론은 이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스적 사유와 불교적 사유라는 이질적인 사유가 부딪히면서도 결코 독선에 빠지거나 배타적이지 않게 진행되는 대화는 삶의 의문을 푸는 문답에 그치지 않고, 종교 간의 반목과 갈등, 하루도 쉬지 않고 거듭되는 당쟁을 극복하는 열린 담론의 장을 열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나가세나 존자는 미란타왕에게 대화의 조건으로서 당당하게 다음과 같은 것을 제시한다. 당신이 현자로서 대화에 임한다면 대론하겠지만 왕으로서 대화에 임한다면 대론하지 않겠다고. 현자들의 대론이란 해명이 있고, 해설이 있으며, 비판이 있고, 반박이 있으며, 분석이 있고, 더 세세한 분석이 이루어지면서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지만 현자는 그것 때문에 노여워하는 일이 없으며, 왕으로서의 대론이란 일방적인 주장만 있고 이것에 동의하지 않으면 화내고 심지어 보복하는 대론이다. 이해와 설득을 이끌어내는 대화와 담론의 장은 개인의 인식을 바꾸고 곧 그것은 세상을 바꾸는 매개체가 된다는 것을 미란타왕문경은 증명해주고 있다.

정해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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