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가족 분야 새 어젠다 개발
- 교수 구의원 등 경험 정책에 접목

취임 50일을 맞은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이하 여가원) 오경은(45) 원장을 만나기 위해 10일 북구 금곡동 사무실을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원장실 책상 옆 6~8인용 탁자였다. 손님맞이용 응접실이 옆방에 마련돼 있는데 굳이 평범해 보이는 탁자를 원장실에 둔 이유가 궁금했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오경은 원장이 양성평등 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그의 답변은 신선했다. “결재 받으러 오는 직원들을 책상 앞에 세워두고 이것저것 물어보는 게 너무 미안했어요. 결재시간이 길어질 때는 탁자에서 결재를 받아요. 그러자 서로 마음 편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건설적인 아이디어도 나오더군요.” 이뿐 아니다. 그는 각 분야 박사를 원장실로 호출하는 대신 먼저 찾아가 의견을 듣는 등 사소하지만 중요한 변화를 이끌고 있다. 오 원장은 “젊은 리더의 장점을 살려 수평적이고 합리적인 조직 문화를 정착시키면서 상호 존중하는 분위기를 여가원부터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정책 싱크탱크인 여가원의 위상을 굳게 다지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변화하는 여성·가족 패러다임에 반응하면서 새로운 어젠다 개발 등 연구기관으로서의 위상을 높여나가겠다는 뜻이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여성의 일자리가 남성에 비해 대폭 축소됐다. 경력단절 여성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청년 여성(20, 30대)에 대한 일자리 진입 실태를 연구해 미래 세대가 좋은 일자리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정은 물론 일상 속에서도 양성평등의 가치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와 16개 구·군, 6개 공사·공단, 19개 출자·출연기관 등 부산시 정책 전반에 성인지 가치를 도입하고, 일상생활에서도 양성평등의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데 앞장설 계획이다.

오 원장은 “시정 전반에서 실질적인 양성평등이 이뤄지도록 하고 일상에서도 일하기 좋은 부산, 여성의 사회참여 및 경제활동 지원이 이뤄지는 부산으로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오 원장의 목표가 구호로만 여겨지지 않는 것은 그가 20년간 사회복지사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는 신라대(국제관계학)를 수석졸업한 뒤 동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해 복지에 눈을 떴다.

2002년부터 4년가량 사직복지관과 부산진구종합회복지관에서 복지업무를 담당했고, 2006년부터 4년간 부산진구의회에서 의정활동도 경험했다. 부산여성의전화 대표와 구평종합사회복지관장을 맡았을 때는 시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소통했다. 동주대 등에서 17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젊은 세대와 고민을 나누면서도 만학도의 90% 이상이 여성인 것을 보며 여성 일자리와 경력단절 문제를 체감했다.

오 원장은 “우리 사회가 상대의 ‘존엄’을 지켜준다면 세대 간 갈등은 물론 남녀 격차도 점차 사라질 것”이라며 “임기 동안 다양한 격차를 줄여나갈 수 있도록 정책 연구를 펼쳐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유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