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속한 의사결정·집행 위해
- 조직 이끌어 갈 주체가 중요

- 기존 가맹점 이용해 편의성↑
- 지역민 자립 위한 혜택 필요
- 인천 지역화폐 설계 큰 경험

지난 5월 1일 발행한 인천 서구 지역화폐 ‘서로이음 카드’를 사용하는 이가 2개월 만에 19만 명을 넘어섰다. 사용액은 1209억 원(지난달 30일 기준). 발행 당시 4만4000명 가입, 500억 원 발행이었던 2019년 목표를 크게 앞질렀다.

지난 2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적십자회관에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신규철 정책위원장이 웃으며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지난 1월 발행한 인천시의 인천이음 카드는 50만 명이 가입해 2128억 원을 사용했다. 여기에 연수구(6월 29일), 미추홀구(7월 1일)도 지역화폐 발행을 시작했다. 남동구(8월 예정)와 계양·부평구(9월), 중구(12월)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인천에 말 그대로 ‘지역화폐’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신규철(52) 정책위원장을 만나 인천 지역화폐 성공 비결과 부산 지역화폐가 성공하기 위한 조언을 들었다. 그는 인천 지역화폐 설계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민과 관이 생각하는 지역화폐는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산도 철저하게 민관협치로 진행돼야 하고, 이를 위한 의사결정 구조가 보장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신 위원장은 민관협의 체계를 이끌어 갈 주체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구는 지역화폐민관위원회, 인천시는 중소상인경쟁력강화위원회라는 민관협치위원회가 있다. 모두 서구청장과 인천시장이 위원장을 맡는다”며 “지자체장이 상인·전문가의 의견을 직접 들어 신속하게 의사결정하고, 결정된 내용을 바로바로 집행한다”고 덧붙였다.

인천이음 카드는 카드형 지역화폐로 가입한 후 현금을 충전해 일반 카드처럼 사용하는 방식이다. 사용 금액의 6%를 캐시백으로 돌려주고, 신용카드 가맹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대기업 직영 점포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점포에서 사용할 수 있다. 서구 서로이음 카드는 여기에 4%를 추가 지원해 서구에서는 10%의 캐시백을 받는다.

인천형 지역화폐의 성공 요인을 묻자 신 위원장은 편의성 가맹점 그리고 확장성을 꼽았다. “주체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시스템입니다. 다른 지자체에서 제로페이나 모바일 상품권을 도입했지만 사용자가 제한적이고 가맹점 모집도 어려웠습니다. 대부분 소비가 카드로 이뤄지기 때문이죠. 이에 반해 인천형은 기존에 사용하던 신용카드 회사 가맹망을 이용해 사용이 편리하고, 인천 전역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배달앱 연결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도 만들어낼 수 있어 확장성도 큽니다.”

그는 지역화폐 성공을 위해서는 기술적인 고민과 함께 철학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기업이나 외자 유치, 신도시 개발 등 외발적 발전이 지역 전체 경제 발전으로 이어지지는 못한 만큼 지역 경제 발전 패러다임 자체가 변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부산에 살고 있는 사람이 자립할 수 있는 활력을 주는 내발적 전략이 중요하다. 여기에 지역화폐가 매개체가 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치킨집이 재료인 생닭을 지역 중소업체에서 공급받을 때도 6~1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소매업은 가격 경쟁력이 생기고, 도매·원자재 생산업체의 매출도 늘어 지역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인천시가 지역화폐를 ‘소비자와 상인의 사회 공헌’으로까지 잇는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최근 인천시는 지역사랑상품권 활동가를 통해 ‘혜택 플러스’ 업체를 모집하고 있다. ‘상인도 무임승차할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공헌해야 한다’는 의지에 따라 캐시백 외 자체 할인에 동참하는 것으로, 6만 개 점포를 가입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또 “주민도 지역화폐 혜택을 보는 만큼 캐시백의 일부를 기부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인천 출생인 신 위원장은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에서 시민운동을 시작했다. 2007년 대형마트와 SSM(super supermarket) 문제가 대두한 것을 계기로, 상인 관련 시민운동과 지역화폐 개발에 참여했다. 인천시 지역화폐와 인천 서구 지역화폐 설계에 참여했고, 현재는 인천시민정책네트워크 공동대표 등을 맡고 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