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관할구역 인구 111만 명
- 인력 사정 열악해 과부하
- 효율적 시스템 정착 이끌 것

- 궁극 목표는 신뢰받는 법원
- 등기 등 민원 업무도 신경써

“비록 두려움을 안고 재판정에 들어섰더라도 재판이 끝나고 법원 문을 나설 때는 주변에 핀 꽃들을 살펴보는 여유를 줄 수 있는 법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김문희 지원장은 “서부지원의 수장으로 부임해 영광이면서도 법원을 이끄는 데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소감을 말했다. 전민철 기자

부산지법 서부지원의 두 번째 지원장인 김문희(55) 지원장의 말이다. 김 지원장은 부산 북구, 사상구, 강서구 등 서부산 5개구, 111만 명의 재판을 맡는 서부지원의 수장으로 부임해 영광이라면서도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법원을 이끄는 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김 지원장은 시민이 서부지원에 거는 기대와 책임을 다하기 위해 ‘두 번째 지원장 역할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 지원장은 초대 지원장의 역할이 기반을 닦고 체계를 세우는 일이었다면, 두 번째 지원장은 질적으로 발전하고 성장하는 법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발전하고 성장하는 법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최적의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지원장이 가장 중점을 두는 일은 서부지원에 법관과 직원을 충원하는 것이다. 김 지원장은 “전국 대부분 법원에 인력이 충분하지 않지만 서부지원은 특히 부산지법 본원이나 동부지원과 비교해 인력 사정이 열악해 법관은 물론 직원에 과부하가 걸려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법관과 직원의 건강이 무너지고 인해 법원 전체의 건강이 깨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법원이 건강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김 지원장은 인력난 해소를 위해 법원 국·과장들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 김 지원장은 “올해 하반기 법관과 직원을 한 분이라도 더 모셔올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부산지법 본원에서도 서부지원의 사정을 알고 노력하고 있는 만큼 좋은 결과가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지원장은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통해 서부지원을 ‘좋은 재판’을 하는 법원으로 발돋움시키고자 한다. “좋은 재판이라는 말이 추상적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재판이란 ‘공정한 재판’ ‘따뜻한 재판’ ‘흔들리지 않는 법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법의 준엄함을 보이는 재판’입니다.”

김 지원장은 ‘좋은 재판’에 ‘신속한 재판’을 포함하는 데 조심스러움을 나타냈다. 법원이 속도에 지나치게 매몰되면 사건과 사람에 대한 숙고를 놓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판결을 위해서는 숙고하는 시간과 함께 당사자의 말을 충분히 들어봐야 한다. 1998년 첫 재판을 맡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사건과 당사자를 자신의 관점으로만 바라본 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재판 중 당사자에게 많은 질문을 한다”면서 “오로지 신속한 재판만 강조되면 이 같은 과정이 생략될 수밖에 없고 이는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위협하고 법원에 대한 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지원장의 궁극적인 목표는 서부지원을 서부산 시민에게 친근하고 신뢰받는 법원으로 만드는 것이다. “오늘날 법원의 위기는 오랜 시간 쌓여온 불신 때문입니다. 앞으로 우리 서부지원 식구들과 똘똘 뭉쳐 재판은 물론 등기 등 민원 업무에서도 시민 곁으로 다가갈 생각입니다. 좀 더 여유가 생기면 법원 바깥으로 나가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겠습니다.”

경북 상주 출신인 김 지원장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35회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을 거쳐 1998년 3월 부산지법 판사로 부임했다. 이후 부산고등법원, 부산가정법원, 부산지법 동부지원 등 줄곧 부산·울산에서만 판사로 일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