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발언으로 최근 재조명
- 동문·학자 도움받아 행적 추적
- 고증 거치고 심정 헤아려 집필

- “동화는 모든 세대를 위한 문학
- 박 의사 기상 시민에 전해지길”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올해부터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가 부산을 빛낸 독립운동가 5명을 선정해 차례로 그들을 다룬 동화책을 발간하고 있다. 비교적 덜 알려진 지역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친근한 동화 형태로 엮어 아동 역사교육에도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사업회는 박재혁 박차정 안희제 이종률 최천책 등 5명의 지역 독립운동가를 선정했고, 이 가운데 박재혁 의사의 일대기를 다룬 동화책을 올 초 1호로 발간했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의뢰를 받아 ‘박재혁-적의 심장에 폭탄을 던져라’를 집필한 안덕자 동화작가를 최근 이 책을 발간한 부산 호밀밭출판사에서 만나 출간하기까지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안덕자 동화작가는 “동화를 읽는 청소년과 시민에게 독립운동가 박재혁 의사의 마음과 뜻이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수현 선임기자

“동화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연령대의 사람이 읽어야 하는 장르입니다. 파괴적이거나 거친 장면, 표현은 삼가야 하지만 너무 ‘동심 천사 주의’로 흐르면 이야기의 의미가 빛을 바랩니다. 균형을 잘 맞춰야 하기 때문에 동화 집필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첫 만남에서 안 작가는 이렇게 강조했다. 그런 안 작가에게 박 의사의 일대기를 집필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였다. 부산 출신으로 의열단에 몸담았던 박 의사는 1920년 9월 14일 26세의 젊은 나이로 부산경찰서에서 근무 중인 하시모토 서장에게 폭탄을 던지는 의거를 행한 뒤 연행돼 이듬해 감옥에서 숨을 거뒀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광복절 축사에서 저평가된 지역 독립운동가를 찾아 추념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새롭게 조명된 독립운동가다.

비운의 독립운동가인 박 의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집필한 동화에 대해 안 작가는 “이 동화는 결국 박 의사의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는 둘째 아들의 나이가 숨진 박 의사와 같아 집필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감정이 이입되기도 했다. 아직 그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집필하는 데 필요한 사료를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았다. 안 작가는 “박 의사는 놀라운 의거에 비해 최근에 조명받았고, 행적 등을 정확하게 파악할 만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광복회와 삼일동지회 등 단서가 있을 만하다고 생각되는 곳은 직접 부딪쳤다”고 설명했다. 어렵사리 손에 쥔 사료에서도 서로 내용이 엇갈려 곤란을 겪기도 했다. 안 작가는 “박 의사 부친의 함자가 잘못 알려져 있던 걸 확인했을 때 가장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광복회보 제296호 등 사료는 부친의 함자를 ‘박광선(朴光善)’으로 표기하고 있었지만, 최근 제적등본을 통해 실제 함자가 ‘박희선(朴喜善)’으로 확인됐다. 박 의사 사망 날짜인 1921년 5월 11일은 5월 10일, 5월 12일 등으로 잘못 전해지기도 했다.

고증도 철저히 하려고 애썼다. 안 작가는 “작품 속에서 의거가 이뤄진 장소는 부산이지만, 100년 전 부산의 모습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라며 “옛 지도를 참조해 부산경찰서의 정확한 위치 외형 등을 파악하고, 역사적 사실을 통해 당시 반일 감정 등 사회적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료 수집과 확인 과정에서 부경근대사료연구소 김한근 소장이나 최근 박 의사 관련 논문을 쓴 박철규 명지대 교수, 박 의사가 졸업한 개성고(옛 부산상고) 동문회 관계자분들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책은 1000부 인쇄에 이어 곧 2쇄로 1000부를 더 발간할 예정이다. 안 작가는 “집필 과정에서 인간에 대한 사랑과 평화주의가 박 의사 내면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고, 이를 작품에 녹여내려 했다”며 “동화를 읽는 청소년, 그리고 시민에게 박 의사의 마음과 뜻이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원 삼척 출신의 안 작가는 2002년 동화작가로 등단해 그해 부산아동문학인협회 주최의 부산아동문학상 신인상을 받았다. 2010년 첫 단행본 ‘캥거루 주머니엔 뭐가 들어있을까’를 냈고 2016년 장편동화 ‘아빠와 나의 행복한 방’으로 부산아동문학상을 수상했다. 경주 소재 대안학교 감산학당에서 문학과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