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대 교수·사회활동가 거쳐

- 노무현 정부 땐 시민사회수석

- 34조 움직이는 공제회 이사장

- “주식 대신 장기투자 수익 비결

-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내정”

“단순한 회원 복지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좀 더 학교 현장 안으로 깊이 들어가 교사들을 지원할 방안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차성수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은 올해 주력할 사업계획에 대해 “교실 살리기 운동을 지원한다든지, 좀 더 교육의 영역 안으로 들어가 교사들이 활력있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싶다”며 “교육부와 예산 등을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동아대 교수에서 청와대 참모와 기초단체장을 거쳐 이제는 전국 교직원 34조 원의 자산을 책임진 차성수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을 지난달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만났다. 1971년 설립된 교직원공제회는 전국 79만 명의 교직원을 회원으로 저축, 대출, 보험상품을 운용하고 다양한 복지사업을 운영하는 종합 금융금융기관이다.

차 이사장은 “그동안 서울에서도 소득이 낮고 어려운 상황에 있는 구민들을 위해 일하다가 이제 여의도 한복판에서 전국의 교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일하게 되니 흥미롭고 보람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올해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더욱 어려워진 자산운용 전략을 두고는 고민을 내비쳤다. 그는 “세계경제가 하강국면으로 가고 있고,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 등 돌발 변수들 많아 경제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올해는 변동성이 큰 주식 비중은 줄이고 장기적으로 인프라(SOC) 분야 등 대체투자 비중을 확대하려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잠정 수익률은 4% 내외로, 상당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타 연기금에 비해 높은 편이었다. 차 이사장은 “기업금융이나 대체투자에 비교적 일찍 눈을 돌리고 비중을 차츰 늘린 덕분(2018년말 기준 56.8%)에 지난해 증시 하락장에서도 수익률을 상당히 만회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올해는 지난 5년 평균인 5.3% 보다 조금 낮춘 4.7% 수준의 수익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회적 관심이 높은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지침)’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도입을 결정, 규정 개정 및 의사결정기구 신설까지 마친 상태다. 차 이사장은 “사회적 기여가 높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들이 잘 될 수 있도록 자본시장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고 국민경제에도 보탬이 되도록 운용하는 것이 자산을 맡겨주신 분들의 뜻이라고 본다”면서 “필요하다면 제도 취지에 맞게 다른 연기금들과 호흡을 같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사회책임투자는 2017년부터 작동중이다. “대체투자 등을 할 때 물건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훼손하지는 않는지, 환경파괴적인 부분이나 오너리스크는 없는지 등 자체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투자에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 이사장은 2008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갔다가 2010년 지방선거에서 고향인 서울 금천구청장으로 차출됐다.

그는 “정권은 민주화돼도 정작 지자체 주민들의 삶은 달라진 게 없더라”면서 “오히려 아래로부터 시작한 사업들이 중앙정부를 바꿀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천구청장으로 8년간 재직하면서 주력했던 복지, 교육 사업 6~7개는 대선 공약으로 선정됐다. 혁신교육지구사업, 홀몸어르신 등 맞춤형 공공주택사업 등은 금천구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됐다.

이처럼 열정적으로 일하던 차 이사장이 당시 3선 불출마를 선언했을 때 모두 의아해했다. 그는 “3선 제한이 있는 한 구청장은 레임덕이란 덫에 걸린다. 앞으로 어떤 세상으로 바뀔 것이란 약속을 주지 못하는데 어떻게 일을 하겠느냐”며 “단체장이 제대로 일하게 하려면 3선 제한은 폐지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차 이사장은 서울 금천구 출신이지만 부산 동아대에서 교편을 잡고, 활발하게 시민사회활동을 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발탁해 청와대에서 사회조정비서관(이후 시민사회 수석)으로 일하게 됐다. 그런 탓인지 “부산은 제 마음의 고향이다. 가장 젊고 왕성하게 활동하던 때가 그때였다”고 회고했다.

차 이사장이 연고가 없는 부산 동아대로 온 것은 학내 민주화 운동 영향이었다. “2009년에 동아대에 와 보수편향적인 교양과정을 싹 바꿨다”면서 “당시 그렇게 강신준 박형준 등 젊고 혁신적인 교수들이 대거 동아대에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국내 마르크스 연구의 거두로, 박 교수는 정계에 진출해 보수진영의 브레인으로, 차 교수는 민주진영에서 정부 안팎에서 활동하는 등 고려대 출신 교수 3인방의 인생은 갈리게 된다.

차 이사장은 “부산에서 잘 키워주셔서 이제 전국의 교사들을 위해 일하게 됐다”며 “몸은 떠나있지만 부산을 잊지 않고 마음의 빚을 조금씩 갚아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