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고·부경대 출신 해양전문가
- 구명조끼·낚싯배 관리 확립
- 영도 훈련시설 등 현안 산적

- “현장 뛰며 양해 구하고 설득”

김홍희(52) 남해해양경찰청장은 지난 11일 새벽 한 통의 전화를 받고는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 출근길에 나섰다. 관할 지역인 경남 통영 욕지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낚싯배 무적호 전복 사고를 수습하는 작전을 지휘하기 위해서였다. 김 청장은 “헬기를 타고 현장에 도착한 수색구조대원이 곧바로 바다로 뛰어들도록 하는 등 신속한 구조 활동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무적호 사고로 20일 현재 승선원 14명 중 4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김홍희 남해해양경찰청장이 취임 이후 진행돼 온 해경 사업 현황과 앞으로의 포부를 밝히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김 청장은 이번 사고를 통해 구명조끼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부각됐다고 강조했다. 구조 이후 사망하거나 숨진 채로 발견된 사람들이 모두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는 “구명조끼를 입고 에어포켓에서 3시간을 버틴 생존자 두 명이 구조된 걸 보면 (구명조끼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알 수 있다”며 “승선하는 순간부터 구명조끼는 늘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명조끼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도 구상 중이다. “소방청에서 ‘1가정 1소화기 갖기’를 알려 화재 예방에 힘썼죠. 해경에서도 ‘구명조끼 갖기’ 캠페인을 진행해 중요성을 알리면 어떨까 합니다. 특히 5월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행사라면 효과가 클 것 같습니다.”

김 청장은 ‘낚시어선 자율적 안전 관리제도’를 그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현재 남해해경청 관할 구역에는 전국 낚시어선 중 3분의 1가량인 1400여 척이 있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낚시 관리 육성법 개정안에 따라 승객이 승선자 명부를 작성하면 선장이 신분증 확인과 안전 점검을 책임진다. 이전까지는 해경에서 일일이 확인하고 관리했다. 김 청장은 “치안은 불특정 다수를 위한 것이어야지, 특정한 계층을 위하는 게 아니다. 홍보를 강화해 자리를 잡는다면 효율적인 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청장은 건립 여부를 놓고 영도구 주민과 마찰을 빚은 옛 해사고 부지 해경특공대 훈련시설 문를 해결하는 데도 앞장섰다. 지난해 8월 첫 주민설명회 이후 주민들로 이뤄진 반대대책위원회가 출범해 서명운동과 시위·집회를 이어갔다. 김 청장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지난달 5일 영도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설명에 나섰다. 인근 주민을 위한 체육시설이 추가된 조감도를 선보였고, 소음과 위험성을 줄일 건물 벽면 골조와 레이저총 모형까지 준비해 와 주민을 설득했다. 이후 반대대책위에서 해경 제안을 수용하기로 했고 착공을 앞두고 있다. 해경특공대 훈련동과 숙영동 등이 들어서고, 추후 예산을 확보해 지상 1층 규모 체육관도 지어 비슷한 시기에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예상 준공 시점은 2020년 11월이다. “12살 때부터 부산 영도에 살았으니 ‘제2의 고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더 좋은 걸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죠. 진심을 이해해주신 것 같아 감사합니다. 계속 소통하면서 주민 친화적인 건물을 짓겠습니다.”

김 청장은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해경의 이미지가 추락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해경은 바다에서 일어나는 치안·소방·안보 지원 업무까지 해내야 하는 ‘멀티 플레이어’이다”며 “국민만을 바라보며 낮은 자세로 최선을 다한다면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남해 출신인 김청장은 부산 신선초, 부산남중, 부산남고를 나와 부경대를 졸업한 뒤 인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해양 전문가다. 1994년 경위(간부후보 42기)로 해경에 입문해 부산해경서장, 남해해경청 안전총괄부장과 해양경찰청 경비국장 등을 역임하고 지난해 8월 제13대 남해해경청장에 취임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