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축구 국가대표 이영표
- ‘노력과 성공’ 주제 첫 강연

“2002 아시안게임 이란전 준결승을 부산에서 치렀습니다. 그때 제가 페널티킥을 실축하면서 경기에 져 많은 동료가 군 면제를 받지 못했습니다. 이후 부산에 올 때마다 죄책감이 들곤 했죠.” 국가대표 축구 선수이자 토트넘 등 유럽의 명문 클럽 출신으로 KBS 해설을 맡고 있는 이영표 해설위원이 14일 부산을 찾았다. 이 위원은 부산시가 유치한 제11회 대학생 리더십 아카데미의 첫 강연자로 나섰으며, 이날 ‘노력과 올바른 성공’을 주제로 한 강연을 이 같은 사례로 시작했다.

이영표 전 국가대표 축구 선수이자 KBS 해설위원이 14일 부산시청 대강당에서 ‘노력과 올바른 성공’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이 위원은 특유의 성실함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대중에게 각인된 인물이다. 그는 ‘축구 선수’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절치부심한 학창시절의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중학생 땐 훈련을 마치고 매일 드리블을 연습했다. ‘헛다리 드리블’을 연마하느라 양 발목 안쪽에 상처가 아물 날이 없었고 늘 피가 났다. 고교에 진학해선 순발력과 체력을 기르려고 하루에 2단 뛰기를 1000개씩 줄넘기했다. 처음엔 100개씩 끊어서 10세트를 채웠는데, 어느 순간 2단 뛰기 1000개를 한 번에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100개를 뛰고도 쉰 것이 아니다. 다음 100개를 뛰기 위해 숨 고르기 차원에서 줄넘기를 계속하면서 10세트를 마쳤다. 매일 정규 훈련을 끝내고도 홀로 드리블과 줄넘기에 땀을 쏟은 것. 결국 그는 필드 위에 떨어진 ‘주인 없는 공’을 가장 먼저 점유할 순발력과 체력, 발군의 돌파력을 얻었다. 이 위원은 “어느 순간 드리블에 잔재주를 부릴 필요가 없어졌다. 공을 차고 지나쳐 가면, 수비수들이 나를 따라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력왕’ 이 위원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건국대 재학 때다. 그는 “건국대 팀에 올림픽 국가대표가 6명 있었다. 나는 올림픽 대표에 들지 못했는데, 한겨울 홀로 훈련하다 문득 ‘스포츠에선 결국 노력이 재능을 능가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노력이 무너지는 허탈감에 그는 울음이 터졌다고 한다. 하지만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그. 2주 뒤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 테스트라는 기회가 찾아왔고, 입단에 성공한 그는 1999년부터 2011년까지 한 번도 대표팀을 떠나지 않았다.

축구 선수 출신으로 손꼽히는 성공을 거뒀지만, 그는 “꿈의 성취와 성공이 곧장 행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남이야 어떻든 이기적으로 성공하는 것만을 중요시하는 풍토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부자나 권력자도 임종을 앞두면 타인을 충분히 사랑하지 못한 것, 용서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한다. 꿈·성공을 추구하면서도 사랑하며 사랑받는 것,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서의 행복을 소중하게 여기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