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부담주는 관세조사보다
- 성실신고 지원에 역량 집중

- 부산세관 신항이전엔 회의적
- “재개발 제외 가능성 높고
- 행정수요 고려하면 손실 커”

“혁신의 목적은 변화가 아니라 일을 잘하는 것입니다. 혁신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그 일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하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김영문 관세청장이 최근 정부대전청사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를 앞두고 관세행정에 접목 가능한 ICT 기술을 선정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이 관세행정 수장으로 법조인을 임명했을 때 파격인사라는 평이 나왔다. 1970년 초대 이택규 청장 및 2대 최대현 청장 이후 39년 만에 지명된 검사 출신 관세청장이기 때문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당시 면세점 입찰 비리에 연루되면서 조직의 위상이 흔들렸던 관세청에 김영문(54) 청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김 청장은 취임 1주년 소회 대신 관세행정이 그간의 관행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강조했다. “중요한 점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바로 파악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겁니다. 기관과 조직도 마찬가집니다. 관세청 하면 ‘신속 통관’ ‘세금 징수’ 성격이 강했죠. 하지만 현재 관세 부과 목적은 세수 확보가 아닌 기반산업 및 유치산업 보호 역할이 큽니다.” 논란이 됐던 면세점 특허와 관련해선 특허심사위원회 전원을 민간으로 교체하면서 완전히 권한을 내려놓는 결단을 내렸다. 그 대신 국내 면세점 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는 데 지원책을 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 청장은 4차 산업혁명시대를 앞두고 블록체인,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관세행정에 도입할 계획이다. 전자상거래의 폭발적 증가 등 무역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간소화된 세관 절차를 악용하는 등 불법행위가 교묘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최근엔 해상밀수 행위 차단을 위해 부산시 드론 실증사업에 참여, 전문 조종요원을 양성하고 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의지도 강하게 내비쳤다. “부산세관은 항공·중공업·의약품·신발산업 특화세관으로 지정돼 수출입 지원창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납세 상담, 설명회 개최 등 맞춤형 세정 지원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죠.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관세조사는 축소하고 기업들이 스스로 정확히 관세신고를 할 수 있도록 성실신고 지원에 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김 청장은 부산세관의 청사 이전 문제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동안 현 청사가 북항 재개발지역에 포함되면서 신항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부산시가 북항 내 1부두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려 하면서 재개발 사업 계획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전 필요성이 없어진 것이죠.” 원도심 공동화와 행정수요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현 청사가 이전하면 주변 업체들의 도미노 이전이 불가피하며 인근 상권 침체도 불 보듯 뻔하다. 여기에 국제여객터미널, 수리조선소, 원양어업기지 등의 감시행정 수요도 많아 경제적 손실이 크다는 것이다.

사실 김 청장이 현 청사가 보전되길 바라는 이유는 따로 있다. 안타깝게 사라진 옛 청사의 전철을 또 밟게 될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1911년에 완공된 부산세관 옛 청사는 68년 동안 부산항 관문을 지켜왔는데 충장로 확장 때문에 철거됐습니다. 옛 청사 설계도가 있는 만큼 복원되면 지역 랜드마크로 손색이 없을 것이며, 부산항 역사관으로 활용할 경우 관광 자원으로도 가치가 클 것입니다.”

부산 경남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김 청장은 2005년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던 문재인 대통령 밑에서 대통령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