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능 마음껏 펼칠 수 있게
- 학생들에 기업가 정신 고취
- 예술·인문학 소양 융합한
- 과학기술창업교육에 역점
“영재성이 재능과 노력, 경험을 통해 발현된다고 봤을 때 앞의 두 가지가 개인의 몫이라면 경험은 교육의 영역입니다. 노벨상 수상자의 열에 아홉이 ‘학창시절 특별한 선생님을 만났다’고 하죠.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주는 것이 영재교육의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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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영재교육진흥원 조갑룡 원장은 인문학과 예술 교육을 강조하면서 아이들이 풍족한 소유보다는 풍부한 감성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민철 기자 |
전국 유일의 국가 지정 영재교육연구·연수원인 부산영재교육진흥원을 이끄는 조갑룡 원장은 자신의 운영 철학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진흥원은 영재교육 관련 연구와 정책 및 자료를 개발하고 각종 연수, 영재상담실 등을 운영하는 기관이다. 조 원장은 2003년 설립 당시 부산시교육청 영재교육 담당 장학사로 실무작업을 맡은데 이어 한국과학영재학교 교감으로 근무하는 등 경력을 두루 인정받아 3년 전 이곳에 부임했다.
먼저 ‘영재의 정의’를 묻자 그는 ‘인류에 유익한 성취를 이뤄내는 인재’라고 답했다. 지식과 정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창의적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는 얘기다. 진흥원이 기업가 정신과 과학기술창업교육에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 원장은 부임한 그해 한국과학창의재단 공모사업을 따내고 과학기술창업교육 운영과 수업 매뉴얼, I&D(Imagination&Development) 가이드북을 개발·보급하고 있다.
“청년의 70% 이상이 공무원 시험준비를 한다고 합니다. 중국은 대학을 졸업하면 창업하려는 청년이 80%를 넘는데 한국은 15%밖에 안 돼요. 안타까운 일이죠. 재능 있는 학생들이 마음껏 창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과학영재 상상실현(I&D) 과학기술창업교육캠프’도 반응이 좋다. 경진대회에서 선발된 우수 아이디어는 홍콩 과학기술대학에서 제작하고 판매까지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가운데 2개는 실제 특허 출원을 진행 중이다. 전국 일반 중고생 대상 교재인 ‘4차 산업혁명과 기업가 정신’은 세계적 창업교육 선두주자인 핀란드 알토대학의 인정을 받기도 했다.
조 원장은 오늘날 영재교육에 있어 ‘예술과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갈릴레이 갈릴레오는 달 표면에도 요철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전에도 달을 관찰한 사람은 많았지만 이를 알지 못했죠. 차이는 무엇일까요. 바로 상상력입니다. 미술을 배웠기 때문에 표면의 검고 흰 부분을 보고 유추해낼 수 있었던 겁니다. 오늘날 예술과 인문학을 바탕으로 한 융합형 영재교육이 주목받는 이유죠.”
아이들이 풍족한 소유보다는 풍부한 감성을 갖길 바란다는 철학처럼 그 역시 기타와 색소폰 연주, 사진촬영 등 예술 분야에 꾸준한 관심을 쏟고 있다. 진흥원 내에서도 스스로 변화하기 위해 월요일 전체 회의 때 15분간 시(詩) 필사를 하는가 하면, 매월 두 번 수요음악회도 열고 있다. 조 원장은 “음악회에서는 전 직원이 돌아가면서 진행을 맡아 음악과 함께하는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는데, 처음엔 쑥스러워 하더니 지금은 이 시간을 기다릴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며 흐뭇해 했다.
과도한 선행학습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높였다. 그는 선행학습을 ‘성장촉진제’라고 불렀다. 잠깐 웃자라게할 뿐 제대로 크지도 못한 채 결국 말라죽게 된다는 것이다. 조 원장은 “영재교육도 속도가 아니라 방향성 이다”며 “빨리 대학과정을 마치고 최연소 박사학위를 딴다고 노벨상 타는 게 아니다. 언젠가는 도달하게 될 목표를 얼마나 재미있게 다른 방식으로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일침했다.
경남 하동 출신인 조갑룡 원장은 부산중, 부산고를 나와 부산대 사범대학을 졸업했다. 일선 교육 현장에서 20년 동안 지구과학을 가르치다가 시교육청 장학사와 한국과학영재학교 근무를 거쳐 경남여고와 부산고에서 교장으로 퇴직했다. 최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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