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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적 법령 정비로 정부-지자체 수평관계 만들 것”

김외숙 법제처장

  • 국제신문
  •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
  •  |  입력 : 2018-02-04 19:34:17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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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치입법·행정권 강화 위해
- 정책연구·대상과제 발굴
- ‘국민 중심’ 국정철학 맞춰
- 어려운 법률용어 정비 박차

- 부산은 ‘제2도시’ 명성 비해
- 관심둬야 할 사각지대 많아

일상에서 ‘충치’라고 하면 될 것을 ‘치아우식증’으로, ‘심장충격기’라고 하면 쉽게 와 닿을 텐데 ‘제세동기’라는 어려운 단어를 쓰는 경우가 많다. 법제처는 얼마 전 이처럼 어려운 법률용어와 차별적인 법령을 발굴·정비하겠다는 내용의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복지·여성·노동 분야의 법령 정비를 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법무법인 부산에서 근무하면서 여성과 노동, 복지 분야 변호사로 활동했던 김외숙(51·사법연수원 21기) 법제처장이 주도하는 법령 정비다.

   
김외숙 법제처장은 “신기술과 관련된 낯선 용어와 제도가 법령마다 제각각 다르게 표기되지 않도록 신기술 규제법령도 정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김 처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얼마 전 장·차관 워크숍에서 ‘국정운영의 중심은 국민에게 두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문하셨다”며 “법제처는 과거부터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작업을 해왔는데, 앞으로는 국민들의 의견을 더 반영하기 위해 온라인을 통한 ‘차별법령 신고센터’, 전문가 자문제도인 ‘국민법제관’은 물론이고 현장간담회 등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어려운 용어’가 법령에 들어올 수 없게 부처 협의단계에서 차단하고, 기존의 전문가 중심 용어, 일본식 용어 등은 과감하게 바꾼다는 계획이다.

차별적인 법령을 정비하겠다는 것은 김 처장이 법제처장 재임 중 반드시 이루겠다는 목표 중 하나다.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어렵고 차별적인 법령 때문에 고통받고 소외되는 이들을 직접 만나본 경험 때문일 것이다. 법령을 적극적으로 해석해서 국민들이 현실에서 부당하다고 느끼는 점을 신속하게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두 번째 목표다. 차별법령 정비는 3개년 로드맵을 통해 추진할 계획이다.

김 처장은 취임 직후, 지방의 자치입법권과 자치행정권을 강화하기 위한 법령 정비를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국가법령 중 지방분권 저해요소를 검토해 정비할 과제를 발굴했는데 올해는 보다 더 현장성을 높여 정비를 추진할 계획이다.
김 처장은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관계를 수직에서 수평적 관계로 바꾸도록 할 것”이라며 “가령 지자체가 새로운 사회복지 사업을 할 때 ‘협의’를 해야 된다는 규정이 있지만 실제로는 ‘합의’를 해야 해서 중앙정부 동의 없이는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지자체에 재량을 주는 부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법령정비를 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국가와 지자체 간 관계 재설정에 대한 정책연구를 실시하고, 지자체의 자치입법을 지원하면서 대상 과제를 발굴하기로 했다.

법제처의 올해 업무계획에는 신기술 규제법령 정비도 포함됐는데, 김 처장은 “올해 상반기 안에 법률 개정이 필요하지 않은 대통령령 이하 하위법령의 일괄개정을 통해 정비를 추진하려고 한다”며 “신기술과 관련된 낯선 용어와 제도가 법령마다 제각각 다르게 표기되지 않도록 심사과정에서 용어도 통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북 포항이 고향인 김 처장은 효자초-동지여중-포항여고,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한 뒤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어려서부터 주위에서 공장 노동자들을 가까이에서 접하며 이들을 대변하는 일을 하겠다고 생각했던 김 처장은 사법연수원 시절부터 노동자를 위한 무료 법률상담을 하며 변호사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연수원을 마친 뒤 아무 연고도 없는 부산으로 와 당시 노동 전문 변호사로 유명했던 문재인 변호사의 사무실에서 함께 일했다. “문재인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흔쾌히 같이 일하자고 해주셨다”며 당시를 회상하는 김 처장은 “우리합동법률사무소(법무법인 부산의 전신)에 들어간 이후 법제처장으로 임명되기까지 25년간 부산에서 일했다. 지방 출신인 제가 지방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은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무료 법률상담을 할 때에도 지방에서 서울까지 오는 노동자들을 보면서 지방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더 굳혔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처음 갔을 때와 비교하면 부산은 많은 발전을 했지만 ‘균형’면에서 부산의 발전은 제2 도시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은 것 같다”며 “아직도 정비되지 않은 마을, 기반시설 혜택을 못 받는 곳이 많은데 이런 지역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고 제2의 고향 부산에 대한 ‘인권 변호사다운’ 총평을 밝혔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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