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익대 졸업후 전업작가 활동
- 대학강단 서달라는 요청에도
- 작품 활동 방해된다며 거절
- 인간 내면 탐구 주제에 천착
- 홍콩 한국문화원 대표작가도

“평생 상 받으려 애쓴 적이 없는데…. 수상자로 선정해줘서 아주 고맙게 생각합니다. 채찍으로 한 대 맞은 기분으로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지난달 ‘2017 송혜수 미술상’을 수상한 정복수 작가. 전민철 기자

2017년 ‘송혜수 미술상’을 수상하고 지난달 말 부산 수영구 ‘금련산 갤러리’에서 기념 전시를 개최(본지 지난달 13일 자 29면 보도)한 정복수(61) 작가를 만났다. 정 작가는 1957년 경남 의령에서 태어나 학창 시절을 부산 동구에서 보냈고, 1977년 서울로 가 홍익대 미대를 졸업했다. 현재 서울에 거주하며 경기 안성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린다. 지난 19일 처가 일로 고향을 찾은 그를 만나 ‘송혜수 미술상’ 수상 소감과 ‘문제적 작가’로 살아온 지난 40년 이야기를 들었다.

정복수의 작품을 본 사람들은 “기괴하다”고 말한다. 그가 그린 ‘인체’는 형태나 구조를 재현하는 초상화와 거리가 멀다. 나체인 인간은 팔이 없거나 반쪽이거나 여러 개이며 하나같이 머리카락이 없다. 입에서 무엇인가 토해내고 뱀이 몸을 감고 있기도 하다. 그는 “모델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정복수에게 인간은 정확히 묘사해야 할 소재가 아니라, 탐구하고 진술해야 할 주제이자 세계이기 때문이다.

이같이 독특한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기괴한’ 작품을 보고 가졌던 ‘편견’과 달리 편안하고 배려심 깊었던 정복수 작가가 느릿한 말투로 이야기했다. “1970년대 우리나라에는 현대미술에 관한 정보가 별로 없었어요. 현대미술을 하는 자체가 아주 막막한 상황이었어요. 잘못하면 외국 사람들 아류밖에 안 될 것 같았어요. 당시 대한민국미술전람회 당선작을 보면 누워 있는 나부, 여인 등 구태의연한 인물도가 많았습니다.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 있는 인간 모습을 그리면 어떨까 싶었어요. 1976년 구상을 시작해 1979년 개인전에서 처음 공개했습니다.”

1984년 서울미술관에서 열린 ‘83년도 문제작가전’에 초청된 것처럼 그는 젊은 시절 팔리지 않는, 문제적 그림을 그리는 작가였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비싼 캔버스 대신 하드보드지나 골판지에 그린 그림도 많다. 미술계에서는 오히려 “독특하다” 평가해 전화위복이 됐다.

정 작가는 경제적인 어려움에도 평생 ‘전업 작가’로 살았다. 교사 자격증이 있고, 대학에서 와달라는 요청도 있었지만 “작품 활동에 방해가 된다”며 거절했다. 작품 활동 이외의 일은 ‘가지를 치며’ 살았다. 이제는 그의 진가가 빛을 발한다. ‘송혜수 미술상’ 수상은 물론 국내외 미술관에서 무게감 있는 전시를 열면서 대안공간의 젊은 기획자들도 함께 전시를 하고 싶어 한다. 최근 홍콩에 설립된 한국문화원(Korean Cultural Center Hong Kong)의 개막전(올해 1월 25일~3월 31일)에 한국 대표 작가 20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되는 기쁜 일도 있었다.

그는 “아직 마음에 드는 그림을 못 그렸다”고 말했다. 구상은 끝냈지만, 실제로 그리지 못한 그림이 많다는 것이다. “모델을 쓰더라도 모델과 외형적으로 다른 그림을 그리고 싶다. 모델의 앞면만이 아니라 뒷면, 측면, 내면까지 나타내는 것이다. 머릿속엔 다 그려져 있는데 아직 시도를 못 했다.” 또 하나 그가 계획하는 그림은 부산 풍경이다. 40년을 떠나 있었지만 “모든 정은 부산에 있다”는 그. 학창시절 영화 ‘친구’의 배경이 된 동구 원도심을 누빈 그는 “시간을 뛰어넘어 그때의 부산과 현재의 부산을 한 화면에 담는 시도를 하고 싶다”고 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