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현 제한 둔 이슬람 국가선
- 현지 제작사와 협력해 각색
- 국내 콘텐츠기업 첫 터키법인
- 합작·현지 영화 등 개봉 앞둬

한국영화는 지난 10년간 양적, 질적으로 큰 발전을 했지만 제작비 증가라는 내적인 이유와 다양한 영상 매체의 약진과 레저 산업의 발전이라는 외적 요인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상업영화 평균제작비가 75억 원에 달하는 가운데 2017년 상반기 한국영화 흥행 순위 30위에 오른 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단 9편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 5년간 글로벌 영화사업을 위해 땀을 흘린 임명균 CJ E&M 영화사업부문 해외사업본부장이 그간 활동을 설명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이런 상황에서 한국영화의 1위 기업인 CJ E&M은 지난 9월 ‘2020년에는 해외에서 자체 제작해 개봉하는 영화 편수를 20편으로 늘리고 10개 이상의 언어로 영화를 만들겠다’는 영화사업 글로벌 계획을 발표했다. 성장성 있는 해외 시장을 개발해 한국영화산업의 새로운 동력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지난 5년간 해외에서 굵은 땀을 흘리며 열정을 바친 임명균 CJ E&M 영화사업부문 해외사업본부장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구 CJ E&M 영화사업부문 본사에서 만난 임 본부장은 “2012년 정태성 CJ E&M 영화부문장이 선임되면서 글로벌 전략을 짰다. 당시 한국영화는 해외 개봉이나 판권을 파는 수준으로, 부가가치가 극히 낮았기 때문에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인가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현지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중국은 2012년부터 영화시장 성장률이 30% 이상이 됐고, 베트남 또한 해마다 20%대 성장 중이고, 인도네시아는 연 관객 수가 1억800만 명에 달했기 때문에 현지 영화를 제작했을 때 승산이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현지 영화 제작이 순탄하진 않았다. 사회 시스템과 문화의 차이가 걸림돌이었다. 임 본부장은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은 심의 문제나 투자에 대한 제한도 있었고,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성, 음주, 폭력에 대한 표현의 제한이 있었다”고 현지 영화 제작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래서 현지 제작사와의 협력을 통해 적응 기간을 가졌으며, 각국의 여건을 고려해서 그 나라 문화에 맞게 각색해 제작된 한국영화가 ‘수상한 그녀’다. 한국에서도 860만 관객을 모아 흥행에 성공한 ‘수상한 그녀’는 중국 베트남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현지 영화로 리메이크됐으며, ‘수상한 그녀’의 중국판 ‘20세여 다시 한번’은 역대 한중합작영화 박스오피스 1위, 베트남판 ‘내가 니 할매다’는 역대 베트남 영화 박스오피스 톱10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그는 “‘수상한 그녀’는 한국영화 글로벌화의 시금석이 된 작품이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좋아하는 웃음과 음악이 있다. 게다가 어머니와 아들의 이야기라는 전 세계인의 공통 정서가 담겨 있어 많은 공감을 얻었다”며 “‘수상한 그녀’는 현재 동남아시아 외에도 터키와 멕시코, 미국에서도 제작 예정이며, ‘스파이’나 ‘써니’도 현지 영화로 제작될 것이다”고 말했다. CJ E&M은 지난 5월 한국 콘텐츠 기업 최초로 터키에 법인을 설립해 터키 영화시장에 뛰어들었으며, 멕시코와 미국에서는 히스패닉계를 겨냥한 타깃 시장을 정교화하는 데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CJ E&M은 한국영화를 리메이크하는 것뿐만 아니라 오리지널 현지 영화도 제작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현지 유명 감독인 빅터 부가 연출한 ‘임모탈(The Immotal)’ 촬영을 마쳤으며,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 9월 ‘사탄의 숭배자’가 개봉했다. 터키에서는 합작영화인 ‘핫 스윗 앤 사우어(Hot Sweet & Sour)’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한편 이 다음 한국영화의 세계 시장 공략은 더욱 거세지고 넓어질 것이다. 그에 따른 인력도 많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1년에 100일 정도 해외에 머문다는 임 본부장은 “해외 시장을 두드리는 것은 아주 매력적이고 성취감도 높은 일”이라며, 이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청춘들에게 “언어뿐만 아니라 각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고, 도전적인 자세와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했다.

이원 기자 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