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일본 등 경쟁 국가들
- 선박무인화 작업 등 박차
- 국내 조선업계 개혁 외면 땐
- 빅3도 10년 내 사라질 수도
- 중소·기자재 업체 등도 육성
- 정부·금융권 적극 지원 필요

“개혁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될 것입니다. 앞으로 10년 이내에 조선 ‘빅3’(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조선업 경쟁력 확보에 그 어느 때보다 고심해야 할 시기입니다.”

대한조선학회 미래위원회 김강수 위원장은 “기자재 업체와 중소 조선소가 살아야 국가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용우 기자

1952년 출범한 대한조선학회는 창립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6월 ‘미래위원회’라는 한시 협의체를 구성했다. 각종 리스크에 휩싸인 국내 조선·해양 산업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미래 신기술 정책 등을 도출하기 위해 산·학·연 전문가들이 모여 정확히 1년5개월 동안만 ‘집중 연구’를 벌이기로 한 것이다. 63명으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그간 ‘조선·해양 산업의 중장기 미래전략 보고서’(지난해 말)와 각종 연구 성과를 정부 등에 제안했다.

위원회 활동 종료(다음 달 3일)를 한 달여 앞둔 김강수(66) 위원장을 서울 여의도에서 만났다. 연구 성과를 포함해 글로벌 조선·해양의 4차 산업혁명 동향과 우리 업계의 준비 상황 등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는 대우조선해양과 STX중공업, STX해양조선 등에서 생산총괄 부사장과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기업인이자, 한국과학기술대학(KAIST)과 경남대 등에서 교수직을 맡은 학자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과 밀접하게 연관된 ‘스마트십(Smartship)’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마트십은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해 운항의 안전성과 효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무인 자율운항과 육상에서의 제어 등이 가능한 차세대 인텔리전트(Intelligent) 선박을 말한다.

“중국과 일본을 포함해 영국 핀란드 독일 등 경쟁국의 조선업계는 이미 자국 정부와 함께 자율운항 기술에 따른 선박 무인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 수준은 국내 조선·해운업계보다 훨씬 앞서 있죠. 하지만 우리는 어떻죠? 상당수 조선사가 구조조정의 회오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주 절벽과 매출 급감 등에 허덕이는 국내 조선·해운업계가 미래지향적 연구개발 프로젝트 등을 추진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김 위원장은 국내 조선업계와 정부를 향해 각각 ‘경쟁력 확보를 위한 개혁 정신’과 ‘4차 산업혁명 관련 지원 확대’를 주문했다. “업계는 ‘ICT 기반 생산화를 조선업에 적용하는 것이 업종 특성상 매우 어렵다’는 고정관념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합니다. 저비용 고품질만 내세우는 시대는 이미 끝났습니다. 개혁 정신이 없다면 한국은 ‘세계 조선업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없을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작업이 업계의 노력만으로는 매우 힘든 만큼 정부도 국내 조선업의 일자리 창출 효과와 국가 수입원으로서의 지대한 공헌 등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나아가 당국이 주도하는 정책 추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는 기술적인 차원에서도 ▷스마트십 ▷스마트십 서비스(자동화 선박의 부품과 관련한 공급수리 등) ▷스마트 십빌딩(Shipbuilding)을 국내 조선업이 준비해야 할 4차 산업혁명 관련 3가지 키워드로 제시했다. 스마트 십빌딩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로봇, 3D(3차원) 적층기술 등을 통한 선박 제조설계 시스템을 말한다. 아울러 그는 조선업의 위기 상황과 관련해 중소 조선소 및 조선기자재 업체의 ‘부흥’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대형 조선사만으로 조선업 활성화를 이뤄내는 것은 매우 힘들다”며 “기자재 업체와 중소 조선소가 살아야 경제 성장은 물론 국가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 금융 지원 등의 정책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 출신인 김 위원장은 서울대 조선공학과와 KAIST 최고경영자 과정 등을 거쳐 국내 대형 조선사에서 주요 임원으로 재직했다. 대한민국 동탑 산업 훈장과 한국조선기자재공업협동조합 공로상 등 다수의 기관에서 상을 받았다. 부산에 본사를 둔 한 조선기자재 업체에서 기술고문도 맡고 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