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인재 채용 등 호평 받아

- 용두산공원, 부산항 출국장 

- 면세점 운영권 잇따라 따내

- 사드보복 리스크 타개 자신

- 공항·인터넷 진출 준비 중

"무너진 부산의 향토 유통채널을 복원시켜야 한다는 막중한 사명감을 안고 사업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주)부산면세점 박윤일(57) 점장은 지역 상공인들이 힘을 모아 만든 부산면세점을 반드시 성공시켜 대기업에 내준 지역 유통채널을 되찾겠다는 뜻을 밝혔다. 부산면세점은 비엔스틸라와 세운철강, 와이씨텍, 태웅 등 지역업체 14곳이 주주로 참여한 순수 향토기업으로 지난해 12월 부산시내면세점(용두산공원 내 위치) 사업자로 선정된 데 이어 최근에는 부산항 출국장면세점의 운영권을 따내면서 지역의 새로운 유통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신생업체가 두 곳의 면세점 사업권을 잇따라 따낸 배경에 대해 박 점장은 "부산면세점은 출범 당시부터 지역 인재 중용 및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좋은 취지를 갖고 있었고, 이 같은 점이 좋은 점수를 얻게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 점장의 설명대로 부산면세점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가장 큰 가치를 내세우고 있다. 실제 부산면세점은 두 곳의 면세점 모두 매장 전체 면적의 20% 이상을 지역업체에 할당하는가 하면 지역 중소기업 제품 판매 매출을 전체의 20% 수준으로 잡고 있다. 부산면세점은 더 나아가 지역 특산품 콘테스트 등을 통해 지역기업 제품을 널리 알리는 한편 판로 개척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박 점장은 "대형 면세점과 같은 콘셉트로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부산에서만 살 수 있는 제품을 모아 판매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심 차게 출발한 부산면세점이지만 출범 초기 기대보다는 우려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해외 유명 브랜드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내면세점의 경우 애초 220개 브랜드를 유치할 계획이었는데, 현재까지 90% 이상 유치했다. 특히 셀린느, 발리, 디올 등의 해외브랜드를 수입하는 블루벨코리아와 업무협약을 맺고 유명 브랜드를 대거 들여왔다. 

'사드 보복'으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는 부산항 면세점 사업권을 얻으면서 어느 정도 불식시킬 수 있게 됐다. 박 점장은 "시내면세점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의 매출 비중이 60% 수준인 반면, 부산항 면세점은 내국인 매출 비중이 90% 이상으로  매출 구조가 다르다. 두 곳의 면세점을 동시에 운영하면서 어느 한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다른 쪽에서 상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부산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 급감 등으로 인해 출자기업들이 증자를 꺼린다는 소문까지 나돌았으나 이 같은 우려도 씻어냈다. 목표 출자액 180억 원 중 현재까지 170억 원이 납부된 상태다. 박 점장은 "출범 초기 주주들의 우려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사업이 순항하면서 확신을 갖게 된 것 같다. 최근에는 사업에 추가로 참여하겠다는 기업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귀띔했다.

부산면세점은 두 곳의 면세점에 이어 공항면세점과 인터넷 면세점 등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면세점기업으로 거듭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19년 2월로 만료되는 김해공항 내 중소·중견 면세점의 특허권을 따내고 인터넷 면세점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박 점장은 "시내면세점과 부산항 면세점의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공항면세점과 인터넷 면세점에 도전할 예정이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며 "종합면세점기업으로 성장할 경우 각 면세점 간 시너지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점장은 부산면세점의 공익적 기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주주 모두가 이익 실현하기보다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겠다는 신념이 매우 강하다. 기회가 된다면 시민주 공모를 통해 부산면세점이 시민 모두의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 팀장은 파라다이스면세점에 입사하며 면세업계에 뛰어들었고 경주지점장, 마케팅팀장, 신세계인터넷면세점 팀장 등을 거쳐 지난해부터 부산면세점을 이끌고 있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