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사교육은 뗄 수 없는 관계
- 급진적 변화는 혼란만 가중
- 자유학년제, 격차 더 커질 것
- 현실 두루 살피는 행정 필요

대한민국 교육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일대 혁신이 예고돼 있다. 일선 학교에 자유학기제가 확대 시행되고, 기존 특목고 자사고 외국어고 등이 일반계고로 전환하는 등 교육의 자율성을 높이는 대신 서열화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점차 가시화될 조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지역 사교육계는 "급진적인 변화는 교육시장과 학부모의 혼란과 부담만 가중하는 것"이라며 새 제도의 연착륙을 주문하고 있다.

정찬효 한국학원총연합회 부산시지회장은 "맞벌이 가정이 늘어날수록 학생의 안전을 책임지는 학원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민철 기자

지난 24일 취임한 한국학원총연합회 정찬효(58) 부산시지회장은 "공교육의 틀에서 사교육이 보완재가 돼야 한다는 우리의 인식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새로움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협회의 입장을 교육 당국에 전하겠다"고 25일 각오를 밝혔다.

한국학원총연합회 부산시지회는 1958년 1월 전국학원연합회 경남지부 출범 이후 1961년 8월 부산지회가 분리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현재 산하 5100개 학원과 5200개 교습소가 보습 외국어 음악 미술 컴퓨터 기술 미용 등 8개 분과와 기타 분과에서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회는 회원들이 정부 시책에 따라 학원을 운영하도록 돕는 한편 법률 노무 회계 관련 문제가 생겼을 때 자문과 조정 역할을 한다.

정 회장은 앞서 부산지회 총무이사와 지역연합회장직을 각각 3년, 2년씩 수행했다. 2010년 사상구 학원연합회장 때는 반값 학원비 사업을 구청과 함께 추진했다가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그는 "지역 내 학원 75곳이 사상꿈나무희망스터디 소속 학생에게 학원비 절반을 감해주는 것이었다"며 "취지와 달리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아쉬움을 말했다. 당시 저소득·차상위계층 자녀 중 주민센터가 추천하는 학생 279명이 연간 4억 원가량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구청이 사교육을 조장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왔다. 그 결과 현재 사업 참여 학원 수는 45곳으로 줄어 120여 명의 학생만 학원비 감면을 받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17년간 학원업에 종사하기 전에 고교에서 5년간 교편을 잡았다. 현 공교육의 모습에 대해 그는 "부산의 일부 학부모는 자녀가 초등학교 때 좋은 학원을 찾아서 수도권으로 이주를 한다. 다행복학교 등으로 묶어 두려 하지만 한계가 있다"며 "학교의 변화에 우리가 기여할 수 있다. 자유학기제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입시설명회 등 진로 지도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정 회장이 주목하는 것은 최근 예체능학원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맞벌이 가정에 대한 탁아기능의 제공이다. 아울러 그는 "컴퓨터 요리 제과 제빵 바둑 무용 등 평생교육학원 분야의 육성을 도와 학원 산업이 입시 공부에만 매달린다는 인식을 벗어나고 싶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는 있다. 고교 학점제, 특수고의 일반계고 전환 등이 관련 학원 수요를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시행한 차령 11년 이상 학원 차의 폐차, 15인승 이상 아동보호 차량의 동승자 탑승 의무화 규정이 비용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정 회장은 "교통공단 경찰청과 일정 기간 동승자 미탑승 차량을 일부러 검문하지는 않겠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최근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이 시행을 공언한 자유학년제 추진에 대해서는 비판의 날을 세웠다. "수도권에서는 중1 자유학기제 시행으로 학력 저하에 대한 학부모의 불만이 큽니다. 초등학교 일제고사 폐지에 이어 아이들이 노는 기간이 늘면서 학원들도 수요가 줄어 피해가 커요. 특히 부산은 동서간 교육 격차가 큰데, 학부모의 불안감이 높아질 경우 지역별 사교육 편중으로 그 격차는 더 벌어질 겁니다."

정 회장은 "사교육은 공교육에 비해 대처 능력이 빠르다. 서술형 답안 평가가 시행 예고되면 일선 학교의 관련 교사 연수가 시작되기도 전에 준비를 마치는 게 우리"라며 "공교육의 틀 안에서 그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교육 소비자인 학부모와 학생이 원하는 서비스를 빠르게 제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공교육이 제대로 돌아가면 사교육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게 교육 당국의 입장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항상 공교육과 사교육을 함께 생각한다. 이런 현실을 두루 살피는 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